조용필 55주년 콘서트에 쏟아진 비난 … “지금도 김정은에게 90
도 ‘폴더 인사’하는 굴욕적인 모습 떠올라”
반면 나훈아는 “사람 마구 죽이는 뚱뚱한 사람 앞에서 노래가 어
떻게 목구멍으로 나오나”며 북한공연 거부 이유 밝혀
지난 2018년 4월 공연차 방북한 조용필 씨가 북한 김정은에게 90도 인사를 하는 모습을 문재인-김정숙 부부가 지켜보고 있다.
아직도 조용필에게 쏟아지는 비난
“조용필 씨는 지난 문재인 공산정권 때 지지했었던 어리석었던 스스로의 행각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에 공연을 하던 밥벌이를 하던지 태도를 분명히 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과 행위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음악으로 콘서트를 한다고 자신의 어리석음이 덮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디 : 김**)
“영감! 공연 시작 전에 북쪽 평양을 향해서 돼지한테 90도 폴더인사부터 했겠지?”
(아이디 : 5월의 *)
“가왕은 무슨? 김정은 돼지에게 90도 폴더 인사한 짓거리가 가왕이냐?”
(아이디 : ydg6****)
“김정은이에게 90도 각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던 대한민국의 가왕 조용필... 그날의 수치심 넌 잊었나... 나는 그날 그대를 잊었다.”
(아이디 : 카사***)
지난 13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는 가수 조용필(73)씨가 데뷔 55주년 공연을 개최했다. 위 글은 조 씨의 공연 관련기사에 붙은 A와 B 일간지 댓글들 중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것들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조용필 씨에게 화가 많이 나있을까. 이는 문재인 정권 당시인 지난 2018년 4월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참가차 북한을 방문한 조 씨의 처신 때문이다.
당시 조 씨는 자신보다 33세 어린 북한 김정은을 만난 자리에서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90도 ‘폴더’ 인사를 해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조 씨의 굴욕스런 모습에 우파층은 물론이고 그를 좋아했던 중도층까지 조 씨를 비난하고 나섰다. 당시 조 씨의 이 행동으로 인해 그에 대한 ‘팬심’을 접었다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는 적지 않다.
‘굴욕 인사’ 논란이 거세지자 조 씨 측은 해명성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을 뿐이다. 조용필 씨 측은 2018년 4월 29일 “조용필이 평소 하던 대로, 습관처럼 인사를 했을 뿐”이라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마주했을 때도 그러했고, 평소와 다름없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췄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 씨가 과거 다른 사람과 인사를 나눈 사진들이 공개되며 궁색한 변명이라는 말이 나왔다.
평소에도 조용필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는 조용필 측의 해명은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사진 중 하나는 한 가요계 후배의 90도 인사를 받으며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한 손은 호주머니에 집어넣은 조 씨의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사진 속의 조용필 씨는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로 서 있는 상대방의 악수를 한 손으로 받고 있었다. 해당 사진들에 대해 네티즌들은 “아무리 후배들이지만 상대방이 저렇게 인사를 하면 가볍게 목례라도 하는 게 예의 아닌가”라며 “습관이라고 주장하려면 일관성이 있어야지”라고 지적했다.
조 씨는 과거 2005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당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났을 때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악수하는 사진을 남겼다. 김영남은 1928년생으로 1950년생인 조 씨보다 22살 많다. 조 씨 측의 해명에 대해 한 네티즌은 “습관 같은 소리한다”며 “자기 공연 관계자들 20~30대 스텝까지 싹-다 저렇게 90도 인사하면 습관 인정”이라고 비꼬았다.
90도 인사가 평소 습관이라는 조용필 측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사진이 연이어 공개돼 조용필을 궁지에 몰아 넣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8월 24일 방북한 조용필이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한국 국회의장에 해당)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인사를 하고 있다. 조용필은 김 의장보다 22세가 어리다.
조 씨의 ‘굴욕 인사’는 지금도 우파 층에서 두고두고 회자(膾炙)되고 있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조 씨는 많은 팬을 잃었다. 조 씨의 40년 팬이었다는 신모(여·65·서울시 관악구)씨는 “조용필이 김정은에게 하는 행동을 보며 역겹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며 “그 이후에는 조용필의 음악을 들어도 ‘굴욕 인사’하는 장면이 떠오르기만 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그러다보니 조용필의 음악을 멀리하게 됐다”며 “유명가수라면 정권에 잘 보일 생각만 하지 말고 처신의 중요성도 깨달아야 한다”고 일침(一針)을 가했다
소신발언 나훈아가
‘가황’으로 불리는 이유
반면 바른 말하기로 유명한 ‘가황(歌皇)’ 나훈아(76·본명 최홍기)씨는 어땠을까. 나 씨는 지난 2022년 6월 11일 열린 부산 콘서트에서 조용필 씨 등이 참가했던 ‘2018년 평양 예술단 방북 공연’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평양 예술단 방북 공연 당시 김정은은 남한 측 인사들에게 “왜 온다던 나훈아가 안 왔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스케줄이 있어서 못 왔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훈아 씨의 말은 달랐다.
부산 출신인 나 씨는 현지 사투리로 김정은에 대해 “고모부를 고사포로 쏴 직이고(죽이고), 이복형을 약으로 직이고, 당 회의할 때 꾸벅꾸벅 존다고 직이뿌고. 그런 뚱뚱한 사람 앞에서 내 대표곡 ‘사랑’을 부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거는 내가 바빠서 못 갔다 카는데, 적어도 제 공연 오신 분들은 알아야하겠다. 바빠서 못 한다 칸 게 아이고, 때리 죽이도 (노래가) 안 나올 낀데 우째 하누. 앞에 있으면 귓방맹이를 쌔리든지 해야지”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이 싫어서 공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한 셈이다. 나훈아 씨로선 김정은 북한 정부의 폭압적인 정치에 대한 반발심으로 인해 평양공연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고백한 셈이다. 아울러 해당 공연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기도 했다.
나훈아 씨가 북한 관련 소신발언을 한 것은 작년 6월 콘서트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7년 11월 3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연 단독 콘서트 ‘드림 어게인’에선 그 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당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사망당시 46세)의 얼굴을 스크린에 등장시켰다.
생전 김정남이 평소 나훈아 씨의 ‘고향으로 가는 배’를 즐겨 불렀다고 알려진 까닭이다. 당시 나 씨는 이 사실을 언급하며 “나는 노래밖에 알지 못한다. 정치는 전혀 모른다. 근데 이 사람이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라며 ‘고향으로 가는 배’를 불렀다.
나 씨는 노무현 정권 당시인 2003년에도 평양에 가지 않고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공연하면서, 북한에 가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나 씨는 “원래 이 공연이 평양에서 하기로 돼 있었던 공연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지만, 이 공연이 누구의 제재를 받고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간섭을 받고는 절대 하기가 힘들다”고 평양공연이 불발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평양공연을 하면 북한당국으로부터 출연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가서 북한당국의 지시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나훈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씨의 이 같은 소신발언으로 인해 팬들뿐만 아니라 평소 트로트를 즐기지 않았던 젊은 층도 환호했다. 특히 나 씨에 대한 자유우파층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군대생활을 전방 GOP에서 근무했다는 장모(29·서울 서초구)씨는 “나훈아의 소신발언을 듣고 나 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멋지다’고 탄성을 질렀다”며 “우리는 북한이나 중국에 대해 비굴한 저자세보다는 나훈아 처럼 할 말 할 줄 아는 지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왜 좌파들은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에게는 늘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면서 “조용필이 젊은 세대에게 아직까지도 비난받는 이유가 바로 김정은에 대한 비굴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트로트를 좋아한다는 전직기자 김모(61·경기 부천시)씨는 “북한과 관련해 나훈아와 조용필은 극도로 비교되는 인물”이라면서 “나훈아의 소신발언 이후 그의 음악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나훈아 처럼 소신발언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 한다. 그는 삼성 이건희 회장(작고)에게도 ‘내 공연을 보고 싶으며 나를 사적인 공간에 초대하지 말고, 돈 내고 공연을 보러오라’고 말한 사람이다. 그런 까닭에 ‘굴욕 인사’를 한 조용필과 '소신 발언' 나훈아가 더욱 비교가 되는 것이다. 나훈아가 가왕(歌王이) 아니라 가요계의 황제인 가황(歌皇)으로 불려지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최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