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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 왜 역대 한국대통령들은 한 번도 뉴욕한인회관을 방문하지 않았을까? 임종규 • 최영수 기자 2024-02-06 13:11:54

 

노태우 대통령 당시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들안전점검 목적으로


한인회관 다녀가 ••• 김영삼 대통령도 회관 방문 시도했지만 무산


 


              뉴욕한인회관 현판식이 열린 지난 1984년 4월 30일 역대한인회장, 건립공로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욕한인회는 지난 4월 회관매입과 관련한 은행 대출금을 40년만에 모두 상환했다.



뉴욕한인들 대단해” ••• 전두환

대통령도 칭찬한 뉴욕한인회관 매입

 

 

1960년도는 한국에서 대혼란의 시기였다이해 4.19 혁명이 일어났으며두 달도 안 돼 내각제 개헌에 따라 615일 장면 정권(2공화국)이 들어섰다이 무렵 뉴욕에서는 뜻 있는 한인들이 모여 권익신장의 필요성과 구심점 역할을 할 단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612일 뉴욕한인회를 창립했다따라서 뉴욕한인회는 올해로 창립 63주년을 맞는다단체는 창립했지만 당시 뉴욕한인회는 관계자들이 별달리 모임을 가질만한 장소가 없었다사무실도 변변히 없어 모임을 임원진 자택이나 식당 등에서 갖고는 했다.


                                             제15대 이성종 회장은 맨해튼 소재 한국무역협회 건물 내에 뉴욕한인회 사무실을 꾸몄다. 


                                                     17대 강익조 회장 당시인 1983년, 뉴욕한인회는 마침내 한인회관을 매입했다.



보다 못한 15대 이성종 회장(19785월∼19804월 재임)이 한국무역협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협회가 소유한 맨해튼 57(460 Park Ave.) 건물의 회의실 하나를 임대할 수 있게 됐다남의 집 셋방살이가 시작된 것이다이때부터 회관 마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회관 매입기금을 모으기 시작했다이성종 회장 임기 중 25천 달러가 모아졌다.


이후 16대 박지원 회장(19805~19824월 재임당시에는 6만여 달러가 모금됐다마침내 17대 강익조 회장(19825월∼19864월 재임)시대를 맞으면서 뉴욕한인회는 범동포사회 모금 캠페인을 전개, 26만 달러를 모았다. 3대에 걸쳐 한인회가 모금한 액수는 총 346765 달러였다모금이 일정수준에 달하자 뉴욕한인회는 한인회관 용도에 적합한 건물에 대한 물색작업에 나섰다


한인회는 9개월간 60여 건물을 물색했다그 결과 맨해튼 24(6번가와 7번가 사이)에 위치한 현재의 한인회관 건물(149 West 24 St.)이 결정됐다당시 건물주였던 ‘149 웨스트 어소시엣(149West Associated)’사와의 줄다리기 협상을 거쳐 1983527115만 달러에 건물 매입계약을 맺게 됐다뉴욕한인회는 계약과 함께 외환은행 뉴욕지점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대출 받는데 성공했다


그해 1027일, 총 45만 달러의 다운 페이먼트(Down Payment)를 모두 지불하고 클로징(Closing)을 했다마침내 꿈에 그리던 뉴욕한인회관을 마련하게된 것이었다이후 40년이 흐른 지난 46일 뉴욕한인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인회관에 대한 은행 대출금을 모두 갚아 한인회가 소유권을 100% 갖게 됐다매달 은행에 갚아야 했던 88백 달러가 넘는 대출금 상환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서 앞으로 한인회의 재정 운영도 보다 원활해 질 것으로 기대 된다고 밝혔다.


 

뉴욕한인회관청와대 경호실 경호등급

최하위 받아 ••• 노태우 대통령 방문 취소

 

 

뉴욕한인회가 세계의 중심 뉴욕 한복판에 지상 6지하 1층짜리 자체건물을 매입한 사실은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당시 전두환 대통령(1980827일∼1988224일 재임)도 이를 보고 받고 "뉴욕한인들 대단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 ‘1988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재임 중이었다.


당시 두 사람의 측근(육사 후배)이었던 (80)는 본지에 뉴욕 한인들이 맨해튼 한복판에 뉴욕한인회관을 매입한 사실은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에게도 화제 거리였다노태우 위원장이 내게 뉴욕사람들대단한 일 했어언제 때 되면 뉴욕한인회관 한번 가봐야 겠어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1988225일 노태우 제13대 대통령1993224일 재임)이 취임했다그는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하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총회 참석차 이해 923일 뉴욕을 찾았다변종덕 제21대 뉴욕한인회장(19905월∼19924월 재임) 때의 일이었다.


다음은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였던 (서울 거주)의 증언이다당초 노태우 대통령은 뉴욕한인회관에서 동포간담회를 개최하고자 했다그래서 선발대로 뉴욕에 간 청와대 경호실(현 경호처직원들이 한인회관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뉴욕한인회관은 도저히 일국의 VIP가 방문 할 장소가 못 됐다무엇보다 비상시 탈출할 탈출구가 변변치 않았다엘리베이터(승강기)는 낡고 오래됐으며 소형이었다또한 계단은 좁고 어두웠으며 다니기가 매우 불편했다이런 곳으로 어떻게 대통령을 모실 수가 있겠는가그런 까닭에 뉴욕한인회관은 경호등급 최하점을 받고 대통령 방문 일정에서 제외됐다“ 


노 대통령의 한인회관 방문은 무산됐지만 대통령과 함께 뉴욕을 방문한 김영삼 민자당 대표(당시)923일 한인회관을 찾아 한인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991년 9월 23일 뉴욕한인회관을 방문한 김영삼 민자당 대표(당시)가 뉴욕한인회 오영준 부회장(작고)으로부터 기념품을 받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는 변종덕 당시 뉴욕한인회장. <사진=KBS 뉴스 화면 촬영>



민자당 대표 시절 뉴욕한인회관 방문한

김영삼대통령 재임 시에는 방문 취소

 

 

노태우 대통령이 물러나고 김영삼 전 민자당 대표가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1993225일∼1998224)에 취임했다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한국 대통령들은 거의 매년 뉴욕을 방문하고 있다김영삼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김 대통령은 민자당 대표시절 뉴욕한인회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고나서도 한인회관을 찾기 원했다


하지만 당대표와 대통령의 경호는 하늘과 땅 차이다1997622일 김영삼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다이에 앞서 청와대는 방문 일정을 짜기 위해 뉴욕총영사관에 문의를 했다다음은 청와대 관계자와 당시 박노수 총영사(16·19963월∼19993월 재임)가 나눴다고 알려진 대화 내용이다.


이번 방미에 뉴욕한인회관 방문 일정도 넣으려는데 괜찮겠습니까동포간담회를 한인회관에서 하려고 합니다

안 됩니다뉴욕한인회관은 경호 취약지입니다

그렇습니까?”

대통령께서 한인회관을 방문해서는 안 됩니다뉴욕한인회관은 VIP를 모시기에는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박노수 뉴욕총영사의 말은 정확했다심지어 뉴욕한인회관의 한 대 밖에 없는 승객용 엘리베이터는 자주 고장 나 방문객들이 갇히기 일쑤였다당시 뉴욕한인회를 출입하던 기자도 두 번이나 갇히는 사고를 당했다. 또한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나 운행이 멈춘 상태였다.


다음은 이정화 제24대 뉴욕한인회장(1995년 5월∼1997년 4월 재임)의 증언이다박노수 뉴욕총영사가 전화를 해 와 자신이 대통령의 한인회관 방문을 적극 반대했다고 말했다사실 뉴욕한인회관은 대통령을 모실 수 있는 장소가 못된다당시 엘리베이터는 잦은 고장으로 인해 방문객들이 매우 불안해 할 때였다보다 못해 엘리베이터 교체작업을 실시했는데 한인회에 돈이 없어 내 개인돈 5만 달러 이상이 들어갔다


김영삼 대통령 이후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까지 한국 대통령들의 뉴욕한인회 방문은 대통령 경호처의 논외 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대통령 경호처의 한 관계자는 작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때도 한인회관 방문은 논외 대상이었다면서 동포간담회를 한인회관이 아닌 맨해튼 유니버시티클럽오브뉴욕’(1 West 54 St.)이란 연회장에서 연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뉴욕한인회관이 경호하기에 문제가 없는 곳으로 이전하거나 별도의 시설을 마련한다면 얼마든지 대통령이 방문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대통령의 한인회관 방문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제16대 박노수 뉴욕총영사는 김영삼 대통령의 뉴욕한인회관 방문 일정을 만류했다.


                                           뉴욕한인회관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장난 엘리베이터를 자비로 교체한 이정화 제24대 뉴욕한인회장.




플러싱 함지박 식당이

뉴욕한인회관 별관인가?


 

맨해튼 뉴욕한인회관은 주차하기도 힘들고 한인들의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오래 전부터 받아왔다따라서 한인회관을 이전하거나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퀸즈에 별관(別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뉴욕한인회관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인회 모임을 플러싱에서 갖기 일쑤이다특히 37대 챨스 윤 회장 당시에는 이사장인 김영환 씨가 업주로 있는 플러싱 소재 함지박 식당에서 각종 회의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인 언론사의 한 기자는 “한인회 측이 모임을 갖고 식사를 한 후 함지박 식당에 정상적으로 식대를 지불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이를 보며 ‘함지박 식당 대표가 뉴욕한인회 이사장이기 때문에 매상 올려주려고 매번 이 곳에서 모임을 갖나라는 의구심을 가졌다고 말했다이 기자는 결국 함지박 식당이 특혜를 받고 뉴욕한인회의 플러싱 별관 역할을 한 셈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퀸즈에 한인회관 별관 또는 사무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타 식당 업주들도 불만을 표했다플러싱 식당 업주는 뉴욕한인회가 공익단체라면 함지박 식당뿐만 아니라 다른 식당에서도 골고루 모임을 가졌어야 했다식당 업주가 한인회 이사장이라고 해당 식당에서만 모임을 갖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식당 업주는 언론에 등장한 함지박 식당 모임만 10번이 넘는다“37대 뉴욕한인회가 이러니 욕을 먹고회장 선거도 엉망으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 업주는 김영환 씨가 물러난 후 다른 식당에서 모임을 갖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봤다이럴 바에는 뉴욕한인회 사무실이든 별관을 플러싱에 만들 것을 촉구 한다고 덧붙였다.



        37대 뉴욕한인회는 이사장이었던 김영환 씨(위 사진)가 업주로 있는 플러싱 소재 함지박 식당에서 각종 모임을 가져 특혜논란을 불러왔다.  



한편 김기철 28대 뉴욕한인회장(20035월~20054월 재임)은 본지에 이렇게 말했다. 벌금만 10만 달러가 넘은 화물용 엘리베이터 고장문제도 내 임기 때 해결했다뉴욕한인회관이 낡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이제는 한인회관 대출금도 다 갚았으니 한인회관 건물의 흑자운영이 기대된다. 지금부터라도 시드머니(Seed Money)를 조성해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퀸즈에 뉴욕한인회관 별관을 마련해야 한다


맨해튼 한인회관을 이전하자는 얘기가 아니다널찍한 장소에 주차하기도 편리한 한인회관 별관이 들어서면 한국 대통령들도 방문해 동포간담회도 갖고 얼마나 좋겠는가. 무엇보다 한인회관의 주인인 동포들이 자주 방문해 사랑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심도있게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이다


뉴욕=임종규 선임기자

서울=최영수 기자


 

                                 제28대 김기철 뉴욕한인회장은 "이제는 뉴욕한인회관 별관 설립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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