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6일 뉴욕에 도착한 박지원, 워싱턴 방문 후 한국으로 귀국 하지 않고 뉴욕으로 다시 돌아 와 ••• 문재인 정권이 종전선언에 혈안이 됐던 시기, 뉴욕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뉴욕으로 돌아 온 박지원, 前 뉴욕한인회장 A 씨 비밀리에 만나 ••• 두 사람의 만남은 수미 테리 사건과도 연관 있어
지난 2021년 5월 26일 오전 11시께(뉴욕시간) 박지원 국정원장(당시)이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박 원장을 만난 기자들은 그에게 방미 목적을 물었지만 박 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 나갔다.
박 원장의 표면적인 방미 목적은 워싱턴에서 윌리엄 번스(William Joseph Burns) CIA(중앙정보부) 국장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두 사람은 이해 5월 21일 열렸던 문재인-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이후의 후속조치를 논의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원장의 이러한 방미 목적 관측은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아니라 언론의 예상일 뿐 이었다. 다만 번스 국장과의 만남은 국정원이 비공식적으로 인정한 유일한 일정이었다.
그렇다면 워싱턴에 있는 번스 국장을 만나는데 박 원장이 굳이 뉴욕으로 온 이유가 뭘까. 이를 두고 언론은 또 제각기 추측을 해댔다. 가장 그럴듯한 추측은 뉴욕에 있는 김성 북한유엔대표부 대사를 만나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 김정은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언론이 이 같은 예상을 한 이유는 앞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이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2018년 4월 27일)과 미북 정상의 싱가포르 공동성명(2018년 6월 12일)을 존중해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박 원장이 ‘뉴욕 채널’을 가동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끔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박 원장이 하루를 뉴욕에서 머문 후 곧 바로 워싱턴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 한미언론 모두는 박 원장이 워싱턴 방문 후 한국으로 곧바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후 언론은 비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정보기관 수장(首長)을 상대로 더 이상의 취재를 할 수가 없어 별 다른 기사를 보도하지 않았다.
이후 한국 언론은 박 원장이 6박 7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5월 31일(한국 시간) 귀국했다고만 보도했다. 어떤 언론도 박 원장이 6일간 미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보도하지 않았고 취재하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아니 취재 할 수가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른다.
박 원장의 미국 일정과 방미 목적은 2년이 지나서야 솔솔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기자는 작년 늦가을, 익명을 요구한 전직 한국 정보기관 요원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박 원장이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 가 비밀리에 전(前) 뉴욕한인회장 A 씨(60대)를 만났어요. 이를 한 번 파보세요”
이 말을 전해들은 기자는 정말 박 원장이 비밀리에 A 씨를 만났는지 여부를 다각도로 파헤치며 7개월 이상을 보냈다. 취재 결과 전직 정보기관원이 전해 준 말은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의 만남은 최근 발생한 수미 테리(52.한국명 김수미) 사건과도 연관이 있었다.
미국 민주당원 A 씨, 미국에서는 좌파활동하며 한국 좌우정권에는 양 다리 걸쳐
그렇다면 박 원장은 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뉴욕으로 돌아 와 A 씨를 콕 집어 만났을까. 기자가 취재를 해보니 박 원장은 이미 한국에 있을 때부터 미국에 오면 A 씨를 만나기로 약속하고 뉴욕을 찾은 것이었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A 씨의 정치성향과 '백그라운드'를 알아봐야 한다. 한마디로 A 씨는 한국의 우파와 좌파정권에 양 다리를 걸치고 있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우파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좌파단체 홍보대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 때 한국으로 돌아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길 원했으며, 문재인 정권 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뉴욕한국문화원장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A 씨가 미국 시민권자인데다 정치적 이중성이 드러나 그의 노력은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다.
과거 그와 함께 뉴욕한인회에서 활동했던 임원들은 A 씨가 권력욕과 명예욕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A 씨의 뉴욕한인회장 시절 부회장을 지냈던 B 씨는 본지에 이런 말을 했다.
“A 씨의 집안 어른(2017년 작고)은 유명 좌파 정치인이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사이였다. 그런 탓에 김대중 정권 당시 권세를 누렸던 박지원과도 A 씨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문제는 그의 기본적인 정치성향이 좌파임에도 불구하고 우파정권이 들어서면 한 자리를 얻기 위해 우파정권 관계자들에게도 끊임없이 접근한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이번 윤석열 정권에서도 A 씨는 재외동포청 산하에서 직책을 하나 얻어 낼 수 있었다"
미국 민주당원인 A 씨는 민주당 정치인들과도 친분이 두터우며 이 부분은 언론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일부 한인 언론은 그가 민주당 파티에 참석한 것까지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지면에 보도 할 정도이다.
이는 언론사가 취재한 내용이 아니라 A 씨가 사진과 함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제공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그는 많은 이들의 관심 받기를 좋아한다.
2년 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설 무렵 A 씨는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대선 직전 A 씨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욕설 섞어 비하하는 글과 사진을 트위터 등 SNS에 올려놓은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은 이를 강력 부인했다.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는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미주한인 우파인사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에게까지 이 문제가 보고 됐다”며 “이 문제로 한참 논란이 되던 시점에 A 씨는 ‘뻔뻔하게’ 한국에 와 박진 외교부장관(당시)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국 정치권에도 A 씨의 정치성향에 대해 의문점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그가 좌우정권에 양다리를 걸치며 행동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A 씨, 한반도 종전선언 위해 美 민주당 의원들 상대로 로비 벌여 ••• 연방 상원 도전하는 앤디 김 의원도 찬성
이런 성향의 A 씨를 박지원 국정원장은 왜 만났을까. 박지원이 국정원장을 할 시기는 문재인 정권 말기였다. 특히 박 원장이 뉴욕을 방문할 때는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채 안 남았었다.
당시 문재인 정권은 한반도 종전선언 로비에 혈안이 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에 상주하는 국정원 요원들도 이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 였다. 최근 문제가 된 수미 테리 사건도 이와 연관된 공작의 일환이었다.
앞서 기자에게 제보한 전직 정보기관 요원은 “수미 테리 사건도 문재인 정권의 종전선언 추진의 일환으로 발생한 일”이라면서 “미국 내 국정원 관계자들 가운데 특히 뉴욕과 워싱턴의 요원들이 상부의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원장은 34대 서훈(2017년 6월 1일 ~ 2020년 7월 5일)과 35대 박지원(2020년 7월 29일 ~ 2022년 5월 11일) 두 사람 뿐이다. 두 원장은 문재인의 친북정책과 함께 미국 정치권에 의한 종전선언을 이끌어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사람들이다.
이를 위해 국정원 요원들은 어설프게 수미 테리에게 공작을 하다 FBI(연방수사국)에게 꼬리를 밟혔지만 고위층의 부탁을 받은 A 씨는 성공리에 이 작업을 수행해 나갔다. 어쩌면 수미 테리 보다 A 씨가 더 한국(문재인 정권)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지 모른다.
이에 대해 A 씨를 잘 아는 뉴욕의 언론인 C 씨는 “수미 테리는 국정원 요원들과 접촉함에 따라 FBI에 적발돼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며 “하지만 고위층의 부탁을 받고 사실상 한국 정부를 위해 수미 테리 보다 더 열심히 일한 사람은 A 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 씨는 “문재인 정권 당시 연방하원에 상정된 한반도 평화법안(H.R. 1369)은 사실상 A 씨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A 씨가 측근 민주당 의원들을 움직이고, 이 의원들이 다시 측근 의원들을 움직여 2021∼2022년 회기 동안 43명의 의원이 이 법안에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C 씨는 “A 씨 보다 더 문재인 정권을 위해 ‘필드(Field)’에서 일한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 한 후 “사실 FBI는 수미 테리 보다 A 씨를 더 많이 감시했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전 뉴욕한인회장 A 씨는 최근 문제가 된 수미 테리 보다 더 열심히 한국 정부(문재인 정권)를 위해 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4년 현재 재발의된 이 법안에 찬성한 의원은 모두 42명이며 공화당 의원은 니콜 말리오타키스(44.Nicole Malliotakis.뉴욕) 단 한명 뿐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려면 연방 하원의원 4백35명의 과반수인 2백1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만 한다.
이 법안은 민주당 소속인 브래드 셔먼(70.Brad Sherman.캘리포니아주) 의원이 박지원 원장 방미 때인 2021년 5월 발의했으며 한국전쟁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반도 종전선언은 무의미하다"며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계 의원들도 당적에 따라 찬반이 갈리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앤디 김(뉴저지주), 매릴린 스트리클런드(워싱턴주) 의원은 연방의회에 발의된 종전선언 법안에 지지 서명을 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 영 김(캘리포니아주), 미셸 박 스틸(캘리포니아주) 의원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한 앤디 김 의원이 미주 우파단체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지 박재형 칼럼 참조: http://newsmakerusa.com/news/view.php?idx=542›
“A 씨의 종전선언 법안 최초 로비대상자는 최측근 S 연방 하원의원”
박지원 국정원장이 미국을 방문 할 당시 한반도 평화법안이 연방하원에 발의되고, 이 법안 통과를 위한 로비의 발화점인 A 씨를 정보기관 수장이 만난 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A 씨의 측근 D 씨는 “박 원장이 A 씨를 만나 종전선언 법안 추진에 관한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당시에는 이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이 30명도 안됐지만 1년 후 43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D 씨는 “뉴욕의 S 연방 하원의원(민주)이 A 씨의 최측근 정치인이자 최초 로비대상이었다”면서 “A 씨는 S 의원이 카운티 장(長: 한국의 군수에 해당)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돈독한 친분관계를 맺고 있어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로비활동이 수월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권 말기인 2021년, 종전선언 법안 통과와 관련한 한국 민주당 지지자들의 열기는 도를 넘을 정도였다. 심지어 이해 12월 열린 뉴저지한인회장 선거까지 개입해 자신들이 지원하는 후보를 내세우기도 했다.
뉴저지한인회의 한 관계자는 “당시 좌파단체들은 자신들이 지원하는 후보에게 회장에 당선되면 종전선언 지지 성명서를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며 “좌파들이 장악한 일부 미주지역 한인회는 정말로 종전선언 지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본지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당시는 미주한인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 광풍(狂風)이 불 때 였다. 당시 좌파단체 관계자들은 중국 문화혁명 때의 홍위병 같은 역할을 했다.
다행히 뉴저지한인회장 당선자 측이 종전선언 지지 성명서 발표를 거부해 화를 면했다. 이들 좌파세력이 작년에 실시된 뉴욕한인회장 선거에도 개입해 특정후보를 지원하는 것을 보고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뉴욕의 A 씨는 이들과 다르게 독자 행동을 한 것으로 안다. A 씨가 일반인이 아닌 미국 정치인들을 상대로 종전선언 지지 활동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취재결과 박지원 원장이 평소 친분 있던 A 씨를 비밀리에 만난 것은 종전선언 법안 점검을 위해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2021년 5월에 방미를 한 가장 큰 이유 역시 한반도 평화법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한반도 종전선언 실현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한 A 씨가 윤석열 정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마도 A 씨는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새 정권에 줄을 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사람이다.
기자가 만난 취재원들은 한결같이 수미 테리 보다 더 많이 문재인 정권을 위해 일한 사람은 A 씨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가 42명의 연방 하원의원이 종전선언 법안에 찬성토록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이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에게 공로패라도 수여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임종규 선임기자
지난 2020년 8월 수미 테리(왼쪽) 연구원이 뉴욕 맨해튼의 고급 식당에서 국가정보원 요원 두 명과 식사하고 있는 모습 ‹FBI 사진 촬영›. NIS는 '국정원' 'Handler(핸들러)'는 '담당자'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