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 했다가 추방위기에 놓인 컬럼비아대 여학생 정윤서(Yunseo Chung)씨.
지난해부터 미국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친 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뉴욕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인 한인 여학생 정윤서(21. 3학년)씨가 추방 위기에 놓였다.
이에 맞서 정 씨는 영주권자인 자신을 추방하려고 시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위가 부당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장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 씨의 변호인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행정부가 그를 구금하거나, 뉴욕시에서 그를 쫓아내거나, 국외로 추방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하고 있다.
정 씨가 24일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반전시위 참가 이력과 관련해 이민세관국(ICE)으로부터 추적을 받고 있다.
정 씨는 7세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영주권자 신분으로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다.
또한 소장에는 "정 씨는 고교 졸업식에서 고별사를 한 졸업생 대표였으며 대학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유지한 것은 물론 학교 문학잡지나 법률신문 제작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왔다"고 전했다.
지난 2024년 4월 18일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 씨의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벌어진 가자전쟁 중단 촉구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했지만 시위를 주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씨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대량학살 공모 혐의로 수배'라는 문구가 적힌 대학교 이사회 이사진의 사진 전단을 게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씨가 당국의 타깃이 된 것은 지난 3월 5일 대학본부를 상대로 열린 시위 참가자 징계반대 항의시위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이날 다른 시위대 8명과 함께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났지만 경찰에 의해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하지만 이후 정 씨에게 ICE 요원들의 체포 및 구금 시도가 있었다.
ICE 요원들은 지난 8일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뒤 9일 정 씨의 부모 자택을 방문했다. 또한 ICE 측은 지난 10일 정 씨의 변호인에게 정 씨의 체류 신분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이어 13일에는 ICE 요원들이 정 씨를 체포하기 위해 대학 기숙사를 수색하기도 했다. 24일 현재 정 씨는 이민당국의 체포를 피해 모처에 은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컬럼비아대 인근 바나드 칼리지 캠퍼스에서 과격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9명의 학생들 가운데 5명의 모습. 윗줄 가운데가 정윤서 씨.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후 당국은 팔레스타인 시위 주도 전력이 있거나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이나 학자들을 잇따라 체포해 추방하는 등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ICE는 지난 8일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에서 대학당국과의 협상 및 언론 대응을 맡았던 마흐무드 칼릴(Mahmoud Khalil)을 체포한 것을 시작으로 시위에 관여한 이들을 잇달아 체포 중이다.
정 씨처럼 영주권자인 칼릴은 현재 루이지애나주 이민당국 시설에 구금된 상태다. 연방법원은 칼릴을 추방하려는 당국의 절차를 중단시킨 바 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국토안보부(DHS)의 한 관계자는 "정 씨가 우려스러운 행동에 관여했다"면서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하마스 지지 시위'라고 규정한 바나드 칼리지(컬럼비아대가 학부로 인정) 과격시위 중 경찰에 체포된 사건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 씨는 이민법에 따라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며 "그는 이민 판사 앞에서 자신의 사건을 진술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은주 기자
미국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정윤서 씨는 24일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