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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前 보좌관, 중국 비밀요원 혐의로 체포 임은주 • 윤병진 기자 2024-09-04 13:13:00
연방검찰, 린다 쑨과 남편 크리스토퍼 후를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비자 사기, 돈세탁 등 10가지 혐의로 체포 후 기소
 
중국 공산당 자금 받아 수백만 달러 뉴욕 롱아일랜드 주택과 하와이 콘도 등 구입



       2023년 뉴욕주재 중국영사관이 주최한 음력설 행사에서 공로장을 받고 있는 린다 쑨(오른쪽).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전직 여성 보좌관인 린다 쑨(40.Linda Sun)이 중국 정부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연방검찰에 의해 3일 기소됐다. 

이날 검찰은 쑨과 남편 크리스토퍼 후(41.Christopher Hu)를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비자 사기, 돈세탁 등 10가지 혐의로 롱아일랜드 자택에서 체포 후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증진시키려는 활동을 펼쳐왔다고 밝혔다. 

기소된 혐의 가운데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은 지난 7월 연방검찰이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52·한국명 김수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와 같다. 이는 린다 쑨이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중국 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의미다.

65페이지에 이르는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쑨은 중국 측의 요청을 받고 대만 정부 관리들과 호컬 주지사 등 미국 정계 인사들의 만남을 여러 차례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오전 연방검찰에 의해 체포 후 기소된 린다 쑨(오른쪽)과 크리스토퍼 후 부부. 이들은 거액의 보석금을 낸 후 3일 오후 일단 석방됐다.


한 예로 쑨은 어떤 주(州)의 의원이 호컬 주지사에게 “대만 정부 관계자를 함께 만나자”고 초청하자, “호컬 주지사가 중국과 대만의 민감한 문제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라며 (대만 측 인사를) 만나지 말아달라”고 해당 의원에게 '자기 멋대로'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공소장에서 “쑨은 허가도 없이 중국 정부 관리들이 뉴욕주 정부 공식 선언문과 주지사 서명이 있는 공식 문서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하기도 했다”면서 “이런 선언문이 실질적인 의미가 있지는 않지만 일부 외국 정부에서는 높이 평가하는 문서”라고 밝혔다.

또한 공소장에 따르면 쑨은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뉴욕의 고위급 정치인이 중국에 방문하도록 추진하거나 중국 정부 대표단과 뉴욕 정부 관계자의 만남을 주선하려고 시도했다.

검찰은 “이는 중국과 중국 공산당의 의제를 은밀하게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쑨은 친척의 취업 등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도움을 받았고, 중국 정부 관리의 개인 요리사가 준비한 오리고기 요리를 쑨의 부모 집으로 배달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황핑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로 추정되는 ‘중국 공무원1′의 개인 요리사가 난징식 오리젓갈을 만들어 쑨의 부모 집으로 배달했고, 그 이후에도 쑨과 가족들은 소금에 절인 오리를 받았다”고 밝혔다.


       린다 쑨 부부가 중국 공산당으로 부터 자금을 받아 구입한 뉴욕 롱아일랜드 맨해셋 소재 주택. 이 집 가격은 3백50만 달러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공소장에는 이들 부부가 롱아일랜드 맨해셋에 있는 3백50만 달러 가치의 주택, 호놀룰루에 있는 2백10만 달러의 콘도미니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집들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구입했다고 명기돼 있다.

또 쑨 부부는 2024년형 페라리를 포함한 고급 자동차를 구입했는데, 검찰은 이들부부가 이런 형식으로 일부 수익을 세탁했다고 보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7월 쑨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했으나 당시에는 구체적 혐의가 알려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이밖에도 쑨은 남편 기업과 관련해 수백만 달러에 해당하는 거래를 지원받고, 친척의 중국 내 취업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 출생인 쑨은 2012년부터 2023년까지 뉴욕주 정부에서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으며 2021년 9월부터 약 1년 간 주지사 비서실 차장직을 맡았다. 그는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 시절에도 주정부에서 근무했다.

쑨은 2022년 11월부터 뉴욕 노동부에서 전략적 사업 개발 부국장으로 일했지만 몇 달 후인 2023년 3월 부국장직을 사임했다. 한 뉴욕주 관리는 "정확히 그는 사임이 아니라 해임(해고) 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주지사 사무실도 성명을 통해 “연방검찰로부터 쑨의 부정 행위 증거를 통보받은 직후인 작년 3월 그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3일 오전 체포된 이들 부부는 이날 오후, 법원으로 부터 뉴욕주재 중국 영사관 및 유엔대표부와 접촉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후 보석금을 내고 일단 풀려났다. 법원은 쑨에게는 1백50만 달러, 남편 후에게는 50만 달러의 보석금을 각각 책정했다.


또한 연방법원 맨해튼 지원의 브라이언 코건 판사는 이들의 여행지를 뉴욕시 5개 보로, 롱아일랜드 2개 카운티, 메인주, 뉴햄프셔주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두 사람에 대한 재판은 이달 중으로 열릴 예정이다.


임은주 • 윤병진 기자

캐시 호컬(오른쪽) 뉴욕 주지사실은 3일 성명을 발표하고 "연방검찰이 린다 쑨(왼쪽)에 대한 부정행위를 통보함에 따라 작년 3월 그를 보좌관직에서 해고했다"고 밝혔다.


       중국 비밀요원 혐의로 체포된 린다 쑨(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가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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