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SNS에 "혼잡세는 죽었다. 맨해튼과 뉴욕 전체가 구원받았다. 왕이여 영원하라!" 적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미국에선 처음으로 도입된 뉴욕의 혼잡통행료 정책 시행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연방 교통부는 19일 홈페이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오늘 뉴욕에서 시행 중인 중심상업지구 통행료 프로그램(CBDTP)에 대한 시범 운영 승인을 종료했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서한을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해당 통행료는 노동계층 미국인과 소상공인들에게 모욕적인 조치"라며 "이는 근로자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빼앗아 가는 불공평한 제도인 데다 화물 비용을 증가시켜 결국 소비자에게 더 비싼 가격을 전가하는 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피 장관은 "연방도로청(FHWA)이 뉴욕주와 협력해 혼잡통행료 부과 프로그램의 '질서 있는 종료'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방정부는 혼잡통행료 제도가 교통 혼잡도 감소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대중교통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혼잡 구간 안에 트럼프 타워 펜트하우스를 비롯한 여러 부동산을 소유한 트럼프는 당선 전부터 재집권할 경우 혼잡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제도가 '퇴행적'이라고 비판해온 그는 교통부 발표 직후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SNS) 트루스 소셜에 "혼잡세는 죽었다. 맨해튼, 그리고 뉴욕 전체가 구원받았다. 왕이여 영원하라!"며 자축했다. 이어 백악관은 온라인에 왕관을 쓴 트럼프가 뉴욕시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서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뉴욕시 맨해튼 60가 인근에 혼잡통행료 징수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부착돼 있다.
혼잡통행료는 맨해튼 60가 이남 지역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부과하도록 설계됐다. 통행료 수준은 진입하는 차량 종류와 시간에 따라 다르게 책정됐다. 일반 승용차 기준으로 혼잡 시간대 9달러, 야간 시간대 2.25달러를 각각 매긴다.
뉴욕 당국은 혼잡통행료 부과를 통해 도심부 정체 감소와 뉴욕시 운송청(MTA)의 재정난 타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해 왔다. MTA는 통행료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제도를 도입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미국은 왕정이 아닌 법치 국가"라며 뉴욕시 대중교통을 관리하는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가 혼잡세를 유지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19일 밝혔다. 호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법정에서 보자"고 덧붙였다.
맨해튼 교통혼잡세는 도입 과정에서부터 찬반이 첨예하게 갈렸다. 특히 맨해튼 통근자가 많은 뉴저지주는 링컨·홀랜드 터널과 조지워싱턴브리지를 통과하기 위해 차량들이 17달러 톨비를 내고 있는데 혼잡세까지 내면 이중과세라며 거세게 반발하다 소송까지 제기했다.
뉴욕주 안에서도 대중교통 여건이 좋지 못한 지역에 사는 이들은 제도에 반대했다. 결국 2019년 뉴욕주의회를 통과한 혼잡세 징수안은 트럼프의 첫 임기 내내 연방 환경 평가를 이유로 시행되지 못하다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아래에서야 최종 승인됐다.
안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