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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나가기가 겁난다
  • 진정호 연합인포맥스 뉴욕특파원
  • 등록 2025-01-08 15:57:07
  • 수정 2025-01-16 11: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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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부터 혼잡통행료 실시 ••• 뉴저지 주민은 맨해튼 60가 이남 진입시 통행료만 22~25달러(이지패스 사용시) 지불


뉴욕시 퀸즈지역을 관통하는 롱아일랜드 익스프레스웨이(LIE) 옆에 맨해튼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혼잡통행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의 표지판이 부착돼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던 뉴욕시의 도심 혼잡통행료(congestion fee)가 마침내 시행됐다. 지난 2007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처음 구상한 이후 18년 만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은 5일 0시부터 뉴욕시 맨해튼 60번가 이남 도심부에 진입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혼잡통행료를 징수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통행료는 진입하는 차량의 종류와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일반 승용차 기준으로 혼잡 시간대인 평일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에 한 번 9달러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혼잡 시간대를 제외한 시간에도 운전자는 2.25달러를 내야 한다. 이것은 그나마 미국의 상당수 주(州)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자 통행료 징수체계 '이지패스(E-ZPass)'를 차량에 부착했을 때 받는 '감면 혜택'이다. 

이지패스가 없다면 우편으로 청구서를 받게 되고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혼잡 시간대에는 비용이 13.50달러, 야간에도 3.30달러까지 올라간다.

뉴욕시가 지정한 혼잡 구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해당 지역 내에서 운전하거나 주차한다면 요금을 따로 부과받지 않는다. 하지만 혼잡 구역을 한 번이라도 벗어난 뒤 다시 돌아온다면 어김없이 혼잡통행료가 부과된다.

맨해튼 내에서 택시를 타거나 우버 및 리프트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혼잡통행료는 피할 수 없다. 택시가 해당 지역을 통과할 경우 1회당 0.75달러, 차량 공유 서비스는 1.50달러의 비용을 내야 한다.

                    뉴욕시 맨해튼 혼잡통행료가 부과되는 구역.

뉴저지주에 사는 사람들은 맨해튼 혼잡완화구역에 진입할 경우 비용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새해부터 뉴저지에서 맨해튼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인 링컨터널이나 홀랜드터널의 통행료가 오르면서 뉴저지 운전자는 혼잡완화구역에 차를 끌고 갈 경우 통행료만 22달러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그나마 최대 3달러의 할인 혜택을 보게 된 경우다.
 
(편집자주: 뉴저지 주민이 승용차로 조지워싱턴 브릿지를 거쳐 맨해튼 60가 이하 지역으로 진입하면 최소 23달러 6센트를 지불해야 한다. 그나마 이 금액은 이지패스를 사용한 오프피크 시간대의 최저요금이며 이지패스를 미부착하거나 피크 시간에 다리를 건너면 통행료는 더 늘어난다)

이처럼 운전자들의 비용 부담이 막대해지는 만큼 혼잡통행료를 둘러싼 갈등은 수년간 이어져왔다. 맨해튼 도심이 수많은 차량으로 혼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 부담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혼잡통행료는 지난 2007년 당시 시장이던 블룸버그가 처음 계획을 제안했다.

이후 10년 넘게 구상 단계에 머물던 해당 방안은 2019년 앤드루 쿠오모 당시 뉴욕 주지사와 빌 드블라지오 시장이 도입에 합의하고 뉴욕주 의원들이 그 개념을 승인하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혼잡통행료를 위한 제반 비용은 2019년부터 뉴욕주 예산에 포함됐고 뉴욕시는 미국 최초로 혼잡통행료 제도를 승인한 도시가 됐다. 하지만 세부 사항과 시행 일정은 여전히 미정인 상태가 이어졌다. 

해당 계획은 미국 연방 고속도로청(FHWA)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연방 정부의 승인이 지연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급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TA는 202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혼잡통행료를 2023년 또는 그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 사이 혼잡통행료를 둘러싼 각종 소송까지 제기되면서 갈등은 더 커졌다. 환경 및 대중교통 옹호자들은 혼잡통행료를 반겼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인과 맨해튼 통근자, 상업용 운전자의 반발도 상당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혼잡통행료의 중단을 요구한 개별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인 것만 최소 10건에 달한다. 가장 최근에 판결이 난 것은 뉴저지주 당국이 뉴욕시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이다.

뉴저지주 당국은 혼잡통행료가 뉴저지주 교통 및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추가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통행료 부과를 중단해달라고 뉴저지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뉴저지주 연방법원은 제도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소송을 기각하면서 뉴욕시의 손을 들어줬다. 뉴저지주 당국의 주장이 입증될 수 없다는 게 연방법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해당 제도를 둘러싼 여러 건의 법적 다툼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저지주 필 머피 주지사의 대변인도 "법원은 혼잡통행료가 법을 위반하고 뉴저지 주민들에게 임의로 손해를 입혔다는 데 동의했음에도 해당 제도가 시행되도록 허용한 것에 실망했다"며 "이 불공평하고 인기 없는 제도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도 벌어졌다. 뉴욕시는 당초 작년 6월 말 혼잡통행료를 도입하려 했으나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서민층 부담을 이유로 작년 6월 초 시행을 전격 보류했다. 

당시 결정을 두고 11월 대선을 앞둔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호컬은 이후 작년 대선이 끝난 뒤 통행료를 기존에 계획했던 15달러에서 9달러로 낮췄다.

각종 논란 끝에 혼잡통행료는 시행됐지만 중단없이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취임 후 혼잡통행료 징수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하원 의원들은 통행료를 차단하는 제도의 입법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뉴저지 주지사 후보인 조쉬 고트하이머 의원 등 온건파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공화당은 트럼프가 혼잡통행료 제도에 대한 연방 승인을 철회하기를 바라고 있는데 트럼프는 이를 철회하겠다고 지난해 시사한 바 있다.

=진정호 연합인포맥스 뉴욕특파원  


       지난 5일부터 맨해튼 60가 이남 지역에 진입하는 차량에 혼잡통행료가 부과되고 있다. 사진은 혼잡통행료 부과를 알리는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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