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규 기자의 세상읽기〉

- 한국인들은 아직도 미국을 제대로 모른다

뉴욕타임스가 대한민국의 핵무장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뉴욕타임스는 17일 인터넷판에서 “한국전쟁 종식 이후 한국인들은 필요시 핵사용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방위 약속을 믿으며 살아 왔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의 핵공격 시 체제를 멸망시키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신문은 “한국에서는 미국의 비확산 체제에 반해 자체 핵을 보유하는 것이 오랜 시간 금기시됐다”며 “그러나 한미 동맹을 위태롭게 할 것이 자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앞두고 핵무장론이 한국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에는 3만여명의 주한미군 및 가족과 군무원을 비롯 장단기 여행자, 원어민교사 및 영어강사, 사업가, 재미동포, 유학생 등 19만∼20만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인구 20만명 이상의 대중(大中)도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사령부와 아시아 최대규모의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만 하더라도 인구가 60만명이 넘는 대도시이다.

기자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만약 북한이 남한에 핵무기를 쏜다면 인구 10만 미만의 소(小)도시에 소형 핵폭탄을 쏠 가능성이 크다. 소도시에는 미국인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절대 남한에 있는 미국인들을 대량 살상 할 마음이 없다. 미국의 보복이 두려워서이다. 미국은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10년을 추적한 끝에 주모자 빈 라덴을 찾아내 사살한 나라이다. 

하지만 북한의 공격으로 한국에서 미국인들은 안 죽고 남한 사람들만 죽는다면 과연 미국이 북한에게 핵무기 보복을 할까. 한국인들은 바로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수많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적극 개입한 적이 거의 없다. 대표적인 개입 사례가 6.25 전쟁과 미군장교들이 죽은 8.18 도끼만행 사건 때 뿐이었다. 버마 아웅산 테러사건 때도 미국은 보복을 계획한 전두환 정권을 만류했으며, 연평도 포격사건 때도 보복준비를 한 이명박 대통령을 말렸다. 

그밖에 1.21 무장공비 사건, 울진 삼척 공비침투 사건 등 수많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국은 수수방관하며 한국정부를 말리기에 바빴다. 심지어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잠수함 침투사건 때는 북한 잠수함의 행적 정보를 알면서도 한국군에 알려주지 않았다.

미국은 원래 그런 나라이다. 자국민이 살상 당하지 않거나, 자국의 이익과 관련이 없으면 남의 나라 분쟁에 절대 개입하려 않지 않는다. 이는 동맹국이라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타국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타국에 의해 미국인들이 죽으면 그들은 끝까지 찾아내 보복을 한다.

중국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君子復仇 十年不晩)’. 이 말을 철저히 실천하는 나라가 미국인 것이다. 

오는 11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주한미군 주둔비를 지금보다 5배 이상인 50억 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 할 것이 뻔하다. 또한 뉴욕타임스의 지적처럼 김정은과 면대면 협상을 시도하고자 하는 트럼프로 인해 한미동맹의 미래가 위태로울 수 있다. 

한미동맹도 좋지만 미국을 철저히 믿는 행동은 한국인들에게 절대 금물이다. 이제 한국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한국인들 스스로 지킬 각오를 해야만 할 시기인 것이다.

그러기위해선 지금 당장 핵무장을 하지 않더라도 핵무장 직전까지 가는 준비는 해둬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6개월 안에 핵무장을 할 능력이 있다고 한다. 

미국은 이미 월남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발을 뺄 때 그들의 속내가 모두 드러난 나라이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여론에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다. 미국인이 아무도 안 다친 분쟁에 대해 개입을 주장할 정치인은 그 누구도 없다. 

북한 뒤에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지전(局地戰)이 확대돼 전면전(全面戰)이 되면 미군이 참전해야만 하고 6.25 때처럼 수많은 미군이 죽을 것이란 사실을 미국 정치인들이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면 여론을 먹고사는 미국 정치인들이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한국을 끝까지 지키자고 주장할까. 6.25전쟁에 대한 종전선언을 담은 굴욕적인 한반도 평화법안에 찬성한 연방의원들이 40명을 넘는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은 제대로 모르고 있다. 

부디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한 순진한 생각과 맹신(盲信)을 버렸으면 좋겠다. 선조들이 갖은 고생 끝에 일궈낸 대한민국의 번영은 한국인들 스스로가 지켜야만 한다. 핵을 가진 양아치 같은 이웃을 머리에 이고서 언제까지 핵무장을 미국에 의존하며 살 것인가. 

수십 년 동안 미국에 살며 별의 별 미국인들을 다 만나 본 늙은 언론인의 간절한 조언을 한국인들이 뼛속 깊이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미국에 좋은 사람은 많지만, 미국정부는 너무 믿지 말기를 바란다”

•본지 편집인 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