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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北 유엔대표부 앞이 '오토 웜비어 길'로 지정되지 않는 이유는?
  • 임은주 기자
  • 등록 2024-06-18 13:12:44
  • 수정 2024-09-06 21: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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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 맨해튼 북한 대표부 앞서 오토 웜비어 7주기 추모행사 ••• "북한 대표부 앞 거리를 '웜비어 길'로 지정해 달라" 뉴욕시에 촉구




17일 오후 북한인권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이 북한을 위한 기독교 단체인 뉴욕통일광장기도회 회원들과 함께 맨해튼 2번가에 위치한 북한 유엔대표부 앞에서 오토 웜비어의 7주기 추모식과 함께 북한 정권 규탄 시위를 열고 있다.


북한인권단체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고문으로 숨진 버지니아주립대학교 학생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사망당시 23세)를 추모하며 맨해튼에 위치한 북한 유엔대표부 앞길을 '오토 웜비어 길'로 지정해 줄 것을 뉴욕시에 촉구했다. 


17일 오후 뉴코리아여성연합(대표 이소연)은 북한을 위한 기독교 단체인 뉴욕통일광장기도회 회원들과 함께 맨해튼 2번가 820번지(43가와 44가 사이) 소재 북한대표부 앞에서 오토 웜비어 7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오토 웜비어는 2015년 12월 29일,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자신이 묵었던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북한 체재 선전물(포스터)을 떼어 소지한 혐의로 2016년 3월 16일, 북한 최고재판소로 부터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억류됐다. 


이후 북한 정권은 그에게 고문을 자행하다가 웜비어가 의식을 잃고 1년 넘게 혼수상태에 빠지자 그를 2017년 6월 13일 미국에 인도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 도착 6일 만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대학교 메디컬센터에서 19일 숨지고 말았다.



       북한 정권의 고문에 의한 후유증으로 의식을 잃고 지난 2017년 6월 19일 미국에서 사망한 오토 웜비어(1994년생). 



이날 행사를 주도한 이소연 대표는 북한군 상사 출신으로 탈북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Beyond Utopia)'에서 탈북에 실패해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진 청년의 모친이다. 


이소연 대표에 따르면 이날 추모식은 웜비어 유가족과 협의해 이뤄졌으며 웜비어의 모친 신디 웜비어씨가 감사의 뜻을 보내왔다. 


한편 7주기 추모식 직후엔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반인권범죄와 북한정권을 규탄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이날 이 대표는 "북한 정권은 오토 웜비어의 죽음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정식으로 사과하고, 탈북민 강제북송을 비롯한 인권탄압 만행을 당장 중지하라"라고 촉구했다.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북한 유엔대표부가 위치한 맨해튼 2번가가 뉴욕시 의회에 의해 '오토 웜비어의 길'로 지정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뉴욕시민들에 호소하며 웜비어 추모 손수건을 행인들에게 나눠줬다.


이날 이 대표는 지난 13일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과 뉴욕시 의원 51명 앞으로 웜비어 길 명명 조례안을 지지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웜비어 가족이 북한 유엔대표부 앞 거리를 '오토 웜비어 길'로 지정해 줄 것을 뉴욕시 의회에 요청, 관련 조례안이 발의됐지만 5년째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코리아여성연합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유엔 본부 앞에서도 오토 웜비어를 추모하며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과 만행을 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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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유엔대표부가 입주해 있는 맨해튼 2번가 820번지 건물. 북한 외교관들은 이 건물 13층 B호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1월, 공화당 소속의 조 보렐리(Joe Borelli) 뉴욕시 의원은 "웜비어의 운명과 북한 주민들의 고난에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며 "맨해튼 소재  북한 유엔대표부 앞 ‘세컨드 애비뉴(2nd Ave.)’를 ‘오토 웜비어 길(Otto Warmbier Way)’로 개칭하자"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가운데 현재 관련 조례안은 뉴욕 시의회 웹사이트에서 사라졌다.


뉴욕시 조례안은 시의원 51명 가운데 과반수인 최소 26명이 찬성해야 통과되며, 이후 뉴욕시장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에릭 애담스 뉴욕시장은 '오토 웜비어 길' 명명과 관련해 "진전이 있으면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진전이란 뉴욕시 의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뜻한다. 시장인 자신도 의회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뉴욕시장 대변인실은 언론에 “애덤스 시장은 북한의 인권 유린을 심각하게 규탄하며 오토 웜비어를 잃은 유가족의 고통을 애도한다”면서 “시의회가 ‘오토 웜비어 길’ 개칭을 결정하면 애덤스 시장은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례안이 발의된 2019년 지지 의사를 표명한 당시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도 “뉴욕은 억압에 맞서려는 국제적인 노력을 이끌어온 곳”이라면서 “미국인이 북한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전직 국무장관들도 ‘오토 웜비어 길’ 명명 움직임을 지지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역임한 존 케리 조 바이든 대통령 기후특사는 앞서 언론에 “뉴욕시에서 북한은 오늘날 여전히 기억되고 있는 이 젊은 청년의 이름을 매일 볼 필요가 있다”며 “도로명을 ‘오토 웜비어 길’로 바꾸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4월 26일 워싱턴DC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신디 웜비어 씨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전 국무장관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웜비어 길을 통해 미국은 잔인한 독재자들에게 응수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과 전 세계에 상기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오토 웜비어 길’ 지정에는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등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들, 2명의 인권소위 소속 연방 상원의원, 2명의 한인 연방 하원의원 등으로부터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뉴욕시 의원은 요지부동이다. 별다른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오토 웜비어의 모친 신디 웜비어 씨는 자신의 사회연결망 서비스(SNS)에 “뉴욕시 의회 극소수 의원들이 북한대표부 앞 도로명을 '오토 웜비어 길'로 명명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도로명 개칭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의원들의 명단과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급진적인 좌파사상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이후 이 문제는 오랜기간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결국 도로명 개칭을 위해서는 뉴욕한인회를 비롯한 한미단체들과 정치인들이 뉴욕시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의사전달과 함께 로비활동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 할 수 밖에 없다. 이날 행사를 개최한 북한인권단체의 지정촉구만 갖고는 시의원들을 움직일 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 문제에 있어 미주한인사회의 수많은 자유우파 단체들이 왜 침묵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제 미주한인 우파단체들은 한국 정치 상황에만 몰두하지 말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의 이웃이 당하는 고통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해야 할 시기이다. 


임은주 기자





뉴코리아여성연합과 뉴욕통일광장기도회 관계자들이 17일 북한정권 규탄 시위를 하며 뉴욕 시민들에게 나눠준 오토 웜비어 추모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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