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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규 기자의 세상읽기> 내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까닭
  • 임종규 편집인 겸 선임기자
  • 등록 2024-04-12 14:09:00
  • 수정 2024-04-14 07: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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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활 수십 년 동안 韓美 각 기관에 각종 제보를 하고정보를 전달했지만 한국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불통 대통령'이란 오명을 쓴 윤 대통령은 취임 2년 동안 단 한차례 밖에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반면 좌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5년 동안 각각 1백50회의 기자회견을 하며 국민들과 소통하려 노력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는 모습. 


   

백악관을 비롯한 한미 각 기관들은 늘 고맙다며 감사 인사 전해 와

 

기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별의 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되고별의 별 사건과 마주치게 됩니다어떤 때는 기사로 못 쓴 사건이나 제보 받은 내용을 직접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알려줄 때도 있습니다


예전엔 김대중 비자금 미국 유입사건과 관련해서 백악관, 국무부, 연방검찰 등에 지상에 공개되지 않은 증거자료를 보내 준 적이 있었습니다. 몇년 전에는 불법 마사지 팔러’ 관련 정보와 자료를 뉴욕시 퀸즈 검찰청과 관할 경찰서에 우편을 통해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위장결혼 및 영주권 사기 조직과 관련해서는 워싱턴DC 소재 연방수사국(FBI) 본부와 각 지부(Field Office) 34곳에 자료들을 전해 준적도 있었습니다위장 탈북자라 의심되는 경우, 한국 국정원과 경찰 안보수사부에 국제우편과 이메일을 통해 자료를 보낸 적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탈북여성들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한국 검찰(서울중앙지검)에 넘겨줬습니다. 한국 국세청에는 미국에 지부를 둔 한국 비영리단체의 탈세혐의 자료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몰던 자동차의 문제점을 발견하고는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서한(書翰)을 보내 차량 인테리어의 수정과 보강을 제안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의 기자생활 동안 30건 이상의 주요제보와 자료전달을 미국 백악관한국 청와대(대통령실), 한미 수사기관정보기관 등에 한 것 같습니다모두 한국과 미국의 국익(國益)을 위해서 였습니다


그동안 취재하거나 제보 받은 내용들 가운데 너무 민감한 문제나 국익에 별다른 도움이 안되는 것은 기사로 쓰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수집한 자료 중 정부가 꼭 필요로 하겠다 싶은 것들은 해당기관에 대부분 보내 줬습니다.


제가 백악관 등 각 기관에 우편물을 통해 자료를 전달하면 그들은 꼭 고맙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오거나 전화로 연락을 해옵니다한미 정보기관 같은 경우는 직접 요원들을 보내 저와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비서실에서는 미주본사인 '현대자동차USA'에 연락해 담당자가 제게 직접 연락하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한미 각 기관 및 대기업 관계자들이 제보와 건의정보제공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마다 저는 보람을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 서한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해오기는커녕 아무 대꾸조차 안 한 기관이 딱 두 군데 있습니다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한국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입니다.



백악관은 시골 농부가 보내 온 의견에도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감사의 편지를 보내 준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감사편지(위 사진)와 초등학생들에게 보내 온 대통령의 감사편지. 이는 한국 대통령실이 본 받아야 할 부분이다.  



미국 친한파 정치인들 의견도 무시한 한국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제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국제우편을 통해 서한을 보낸 이유는 평소 알고 지내는 미국의 친한파 정치인정치평론가언론인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함이었습니다이들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음을 충분히 알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한국의 정치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은 총선 6개월 전인 작년 11월제게 한국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자신들의 의견을 전해 줄 것을 부탁해 왔습니다그래서 제가 내용을 정리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대표원내대표 앞으로 총 3통의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서한의 주된 내용은 ‘4.10총선 승리 방안이었습니다그들은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위해선 미국처럼 당원 투표를 통해 총선에 나갈 후보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서한에는 공정하고 깨끗한 방식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것이라면서 그러면 국민의힘은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또한 서한에는 담지 않았지만 30년 경력의 한 언론인은 기자회견(Press Conference)도 제대로 하지 않는 불통의 윤석열 대통령공천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이번 선거에서 100% 패배할 것이라고 지적 했습니다저는 이 언론인의 말을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에서 연락을 해 오면 전해 주려 했습니다.


물론 제가 보낸 서한을 대통령이나 당대표가 직접 보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백악관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처럼 비서실을 통해 연락을 해 오리라 생각했었습니다그러나 총선이 끝날 때까지 그들은 미국 정계인사들의 의견이 담긴 제 서한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무시했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미국 정계 관계자들에게 하니 그들은 미국인 특유의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비싼 국제우편요금을 지불하고 공문형식으로 보낸 서한이 철저히 무시당하자 저는 한국 대통령실 구성원들과 국민의힘 당직자들에게 틀림없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들이 대통령과 당대표 또는 원내대표에게 서한 내용을 제대로 보고(報告)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이처럼 리더(Leader)’들 뿐만 아니라 밑에 있는 사람들까지 불통의식이 깔려있는데 어떻게 국민의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지금의 한국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당대표 및 원내대표 비서실은 제 지적사항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비서실 보다 못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두 기관의 구성원들이 개과천선(改過遷善)과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다가 올 지방선거보궐선거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부터가 기자들을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기자회견에 응했으면 합니다무엇이 그리 두렵습니까기자들과의 대화는 국민들과의 소통이나 마찬가지입니다또한 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을 주장하면 김 여사 특검과 함께 김정숙 여사 특검도 함께 하자는 패기도 보여줘야 합니다.


지금처럼 권위적인 모습으로 국민들을 대하면 '동료 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은 윤석열 정권에 대해 점점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또한 한미동맹을 중시하고 객관적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 정치권 관계자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대통령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시골 농부가 보내는 의견에도 일일이 답변하는 미국 백악관의 소통방식을 한국 대통령실은 본받길 바랍니다한국전 종전선언을 내세우는 정치세력보다 한미동맹을 중요시하는 정권이 더 잘됐으면 좋겠습니다이는 저뿐만 아니라 제가 만난 미국 정계 인사들 대부분의 의견입니다.


부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제가 사용한 130여 달러의 국제우편요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끔 앞으로 대한민국호를 잘 이끌어주길 바랍니다3년 후 대통령 선거를 위해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합니다.


4.10 총선에서 대패한 당신들 때문에 분해서 밤 잠 못자고, 억울해서 밥을 못 먹었다는 국민들과 해외동포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본지 편집인 겸 선임기자



■추신(Postscript):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4.10 총선의 전체 득표율을 놓고 볼 때 민심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전국 득표율을 두고 따져 봤을 때 전체 254개 지역구 투표자수 29백66만2천3백13명 가운데 민주당이 1475만8천83표(50.45%)를 얻은 반면 국민의힘은 1317만9천7백69표(45.05%)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5.4%p(약 158만표) 차이입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의대증원 문제만 총선 이후로 미뤘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수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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