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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전문가들이 보는 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 위성정당)과 종북 세력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 등록 2024-05-12 14: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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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제2의 통진당 사태 주의하며, 폭력적으로 정권 쟁취하라”

4.10 총선 이후 종북세력 다수 국회 입성 ••• 위기의 대한민국 





지난 3월 3일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백승아 공동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진보당 국회 진출은 북한의 숙원사업
 
국가 체제 전복(顚覆)을 시도했던 통합진보당(통진당)이 10년 만에 본격 부활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비례대표 당선권에 진보당 몫으로 3석을 배정하면서다. 안보당국에서는 선거 국면(局面) 가장 큰 위협으로 더민주연합을 꼽는다. 단순히 표를 더 많이 갖겠다는 계산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중론(衆論)이다. 안보당국 관계자는 “간첩들에게 국회 문을 열어놓고 ‘어서 오시라’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진보당은 통진당의 후신(後身)이다. 지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는 통진당을 ‘폭력 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違憲) 정당’으로 규정해 강제 해산시켰다. 헌정사상 최초였다. 이후 통진당은 민중당을 거쳐 진보당이 됐다. 진보당 측은 부정한다. 가치와 정신을 일부 계승했을 뿐 후신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기동부연합을 주축으로 한 당권파가 그대로 옮겨갔고, 강령(綱領)도 동일하다. 이들은 간판만 바꿔 단 채 각종 선거 때마다 후보를 냈다. 현재 진보당 의석수는 하나다. 지난해 전북 전주을 보궐선거 때 배지를 단 강성희 의원이다. 역시 통진당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합으로 진보당 의석수가 10석이 될 수도 있다”고도 본다. 그야말로 ‘본격 부활’인 셈이다.


지난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8대 1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진당에 대한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역에서 헌재 상황을 시청하는 시민들.


진보당의 원내 진출은 북한의 숙원(宿願) 사업이었다. 이석기 RO(지하혁명조직)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전 국정원 수사관 A씨는 “1990년대부터 최근 민노총 간첩,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창원 간첩단), 제주 간첩단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내려온 지령이 ‘제도권 정당을 세력화해서 국회로 들어가라’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제주 간첩단에 내린 지령이다.

“진보당의 지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한 당면 활동 방향을 제시한다. 우수한 핵심들과 군중적 지반이 좋은 진보운동가들로 선거운동본부를 구성하며 대학원(제주 간첩단-편집자 주)에서 장악했거나 영향하에 있는 노조단체들과 각계 진보운동 단체들을 발동해 진보당 후보들을 밀어주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지지선언운동을 벌여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2022년 3월)

제주 간첩단의 총책은 통진당, 민중당을 거쳐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직을 맡은 인물이다. 검찰에서는 제주 간첩단 사건을 “통진당 출신 세력들의 지하혁명조직 재결성 사건”이라고 했다.

같은 해 민노총 간첩단, 자통에 내린 지령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민노총 석모(某)씨에게 “진보당을 장악하라”는 지령을 내리고 진보당을 통한 원내 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노총을 진보당 지지 세력으로 만들어 진보당이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진출의 가능성을 열고, 4·10 총선에서 다시 원내 정당으로 진입하는 길을 열자”면서다. 자통 활동가들에게는 구체적인 정치 투쟁 방향도 제시했다.

“진보 세력이 얼마든지 부르주아 선거를 통해 집권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것은 사실상 환상에 가까운 견해이고, 진보당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그들의 심장을 틀어잡을 수 있는 대표 인물과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서는 그 어떤 부르주아 선거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꽉 막혀 있는 인물난, 정책 대안의 부재라는 제한성을 돌파해내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고, 정당의 정체성은 막연히 ‘적폐 청산’을 외치는 것으로 형성되지 않으므로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구호처럼 손에 잡히고 피부로 느껴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다.”(2021년 6월)

진보당의 뿌리는 민주노동당(민노당·2000)이다. 이후 통진당(2011), 민중당(2017)을 거쳤다. 이들 당명(黨名)은 간첩사(史)에 늘 등장한다. 과거 북한은 비합법 지하당(전위당) 구축 전략을 폈다. 그때 결성된 게 통일혁명당(통혁당)이다. 이를 통해 확산한 종북·주사파 세력은 1990년대 들어 사회 각계각층에 안착했다.

전 국정원 수사관 A씨는 “이들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자 북한은 합법적 공간에서 혁명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정당 결성에 매진하게 됐다”고 했다. 북한이 2000년을 전후해 꾸준히 ‘진보정당 구축 공작’을 펼친 배경이다.


‘제도권 정당으로 국회 진입’ 지령

A씨는 “이때 지하활동 조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단체를 숙주(宿主) 삼은 뒤 장악하라고 한다”면서 “실제로 2000년 들어 북한과 연계된 소수의 NL(민족해방·주사파) 계열 인물들이 민노당에 가입한 뒤, 당내 PD(민중해방·마르크스-레닌주의)파를 몰아내고 당을 장악했다”고 했다.

민노당은 이후 2011년 11월 통진당으로 이름을 바꾼 뒤 이석기를 비례 후보 1번으로 냈다. 왕재산 사건을 수사한 전 국정원 수사관은 “그 무렵 왕재산 총책의 주거지에서 ‘야당이 힘을 합쳐 반정부 단일대오를 형성하라’는 지령문이 발견됐고, 2012년 총선에서 통진당은 지령처럼 민주통합당(현 민주당)과의 야권 연대로 무려 13석(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총선도 모양새가 비슷하다. 진보당은 민주당과의 ‘야권 연대’를 통해 오는 총선에서 비례 3석을 확보했다. 비례 후보로 확정된 3명은 손솔, 전종덕, 장진숙 후보다. 전(前) 민중당 공동대표인 손솔 후보는 이석기 전 의원을 양심수라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한 인물이다. 국가보안법(국보법) 폐지 운동도 해왔다.

19대 총선 때 통진당 후보로 출마했던 전종덕 후보는 경기동부연합 출신 양경수 위원장과 팀을 이뤄 민노총 사무총장을 지냈다. 진보당 공동대표인 장진숙 후보는 이적(利敵) 단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의원을 지냈다. 대학 재학 시절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배를 받은 전력(前歷)이 있다. 이들 3명이 입법기관에 진출하게 된다.



최소 의석수 보장해준 민주당

3석은 ‘최소’ 의석수다. 초과할 수도 있다. 10명 전후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진보당은 전국 80여 곳에 공천을 확정한 상태다. 더민주연합 합의문에 따르면 울산시 북구 선거구는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한다. 울산 북구는 공단권에 속해 진보세가 강한 곳이다. 통진당 전신(前身)인 민노당이 당선된 적도 있다. 지역구 1석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여기에 강성희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전주을에서 민주당과 경선을 치르게 된다.

물론 진보당만 좋은 것은 아니다. 합의문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은 진보당의 후보가 출마하는 전국 모든 지역구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한다.’ 양당 후보 동시 출마 시, 인지도가 높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미 서울 서대문을 김영호, 경남 양산을 김두관 의원 등이 진보당 후보와 단일화했다.

눈여겨볼 점은 또 있다. 비례대표 당선권에 진보당 3석에 더해 4명의 ‘국민 후보’를 낸다는 점이다. 국민 후보는 반미(反美)·친북(親北) 성향 인사 등 234명이 참여한 ‘연합정치시민회의’에서 선정한다. 회의의 공동위원장은 조성우·박석운·진영종이다. 조성우 위원장은 과거 이적 단체로 규정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북해외실무회담 대표를 지냈다.

국보법 위반 구속 전력도 있다. 박석운 위원장은 윤석열 퇴진, 한·미·일 정상회의 규탄, 후쿠시마 처리수 반대, 한미 FTA 저지, 사드 배치 반대 시위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성남의료원 초대 상임이사를 지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진영종 위원장은 성공회대 교수 출신이다. 

전국대학강사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국보법 폐지 운동에도 참여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정부의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234명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창립 멤버인 함세웅 신부, ‘천안함 자폭’ 발언을 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전 통진당 의원, 전 민노총 위원장,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 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동우회장, 진보대학생넷 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비례 4석을 뽑는다.



이재명·경기동부연합, 공생(共生)의 시작

진보당의 독자적 원내 입성은 어려웠다. 지역구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이기기 어렵고, 비례대표도 득표율 3% 미만은 의석을 안 준다는 봉쇄 조항에 걸렸을 가능성이 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3월 4일 “이재명 대표는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 등에 전통의 민주당을 숙주로 내주는 대가로 자신의 형사 문제에서의 안위를 추구하고 자기 당권을 받는 음험한 거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 간부 B씨는 “진보당이 비례 3석을 확보하고 지역구 1~2석까지 넘보게 된 건 이재명 대표와 경기동부연합의 끈끈한 인연을 빼놓고는 설명이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대를 일찍이 예견했다. 이재명 대표가 비명계와 갈라서면 손잡을 수 있는 게 진보당 세력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1기 성남시는 통진당과의 연립이었다.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대표는 김미희 민노당(통진당 전신) 후보와 야권 단일화로 시장이 됐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되자 김미희 전 의원을 비롯한 경기동부 인사들은 대거 시장직 인수위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재명 체제에서 성남시 관련 기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권(利權)에 개입했다. 지난해 4·5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전주을에 공천하지 않은 것 또한 전략적 제휴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강 의원은 민주당이 불공천 결정을 내리자 ‘고맙습니다 민주당’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반대 시위를 벌였다.

방첩(防諜) 전문가인 김석규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 고문은 “이재명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경기동부연합과의 추억을 재현해 자기 방탄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대공(對共)수사처장 출신인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의 자기 방탄과 경기동부연합의 민주당을 숙주 삼은 세력 확장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지난 2011년 11월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여당(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부의장 앞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국가 기밀 대거 빠져나갈 것


중요한 건 국회의원 머릿수뿐만이 아니다. 의원 당 보좌진은 9명이다. 4급 보좌관 2명, 5급 선임 비서관 2명, 6급, 7급, 8급, 9급 비서관 각 1명, 인턴 1명. 국정원 전 수사관 A씨는 “이석기 의원실의 보좌진은 모두 RO 핵심 간부들이자, 대부분 국보법 위반자들이었다”면서 “국회의원을 따라 종북 세력들이 대거 보좌진으로 영입되는 건데, 이들은 이점을 노린다”고 했다. 

의원수가 5명이라면, 사실상 50명의 종북 인사가 진입하는 셈이다. 만일 지령을 받는다고 하면, 단선연계(單純連繫) 복선포치(複線抛置) 방식에 따라 관련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실 보좌진도 경기동부연합 출신으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보좌진은 일반적인 조직 체계와 다르게 움직인다. A씨는 “2013년 이석기 압수수색을 갔을 때 민혁당 출신 모(某) 국회의원이 보좌관 앞에서 절절매더라”면서 “의원과 보좌관이 아닌, 국회에서도 지하조직 서열대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방첩 전문가들은 “이들의 국회 입성 시 국가 기밀 수집·유출은 자명(自明)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석기의 당시 상임위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였다. A씨는 “내란 선동·국보법 위반 사실과의 연관성을 밝히지 못했으나, 이석기는 당시 상임위와 관계없는 주한미군 주둔 실태와 최신 무기 현황 등과 같은 자료를 국방부로부터 받아갔다”면서 “비록 그 자료가 북한으로 갔다는 사실은 입증 못 했지만 가능성은 다분하다고 봤다”고 했다.

지난 2022년까지 간첩단 수사를 했던 전직 국정원 관계자 C씨는 “요즘은 IT 기술이 발달해 방대한 자료 수집이 더 수월해졌다”면서 “이들의 국회 진입이 심각한 안보위협인 이유”라고 했다. 김석규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고문은 “국가 기밀 유출은 불 보듯 뻔하고, 폭력 행사까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지난 2011년 김선동 민노당(통진당 전신) 의원이 국회에서 최루탄을 던지던 모습이 어른거린다”고 했다.

지난 2015년 1월 22일 이석기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이석기 의원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는 모습. 


北 “제2의 통진당 사태 주의하라”


국정원 간부 출신 B씨는 “예컨대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건 발생 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면서 내진 설계도를 얻어내는 식”이라면서 “국가 핵심 시설의 취약점을 미리 파악해두고, 언제든 국가기간 시설의 타격을 꾀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과장이 아니다. 통진당 해산의 근거가 된 지하혁명조직 RO의 조직원들은 2013년 5월 10일 비밀리에 회합해 새벽까지 대한민국 정부 전복을 위한 내란 실행 방안을 모의했다. 평택 LNG 기지 폭파, 분당·혜화전화국 파괴, 코레일 철도 마비, 경기 북부 지역 미군부대 교란, 사제폭탄 제조방법 등 다양한 주제를 발표했다.

최근 북한의 지령에도 “(진보당은) 폭력적 방법으로 정권 쟁취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6월 자통에 “선거에 승리해도 미국, 군부, 보수 세력이 탄압할 것이므로 궁극적인 정권 쟁취는 전민 항쟁과 같은 폭력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만일 참신한 전략으로 전진한다면 통진당의 명예 회복도 가능하다”는 문구도 있다. 그러면서 “진보당의 ‘공개적인 전민 항쟁 논의’는 국가보안법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제2의 통진당 사태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는 당부도 했다. 지난 2019년 1월 민노총 석모씨에게는 “화성, 평택 지역 군사기지, 화력발전소, LNG 저장 시설, 항만 등 관련 비밀 자료를 수집해 유사시에 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은 “정계(政界) 상층부 통일공작은 북한의 기본적인 대남(對南) 전략”이라면서 “한데 최근 김정은은 한국을 주적(主敵)으로 명명하며 완전히 연결을 끊겠다고 했다. 외견상 국내 종북 세력들에게 ‘뒷배’가 없어진 것으로, 종북 세력들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평시보다 더욱 극렬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일부 과격 종북 좌파 세력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북한에 알리기 위해 유류저장고, 전화국, 발전소와 같은 국가기간 시설을 탈취하는 등 단말마(斷末摩) 사회 혼란까지 야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한번 국회의원 신분이 되면 법 위반을 저질러도 수사가 어렵다지난 2013828일 이석기 압수수색에 나선 국정원 직원들이 추가로 인력을 추입하려다 이를 막는 당 관계자들과 거센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한번 국회의원 되면 수사 어려워

한번 국회의원 신분이 되면 법 위반을 저질러도 수사가 어렵다. 특히 전투력 있는 정당 소속인 경우 더 그렇다. 이석기 압수수색을 지휘했던 전 국정원 수사관 A씨는 “현직 국회의원을 압수수색하는 건 국정원도 부담인 게 사실”이라면서 “국회의원 신분이기 때문에 내사(內査) 과정도 상당히 까다로웠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이석기 방에 40명의 수사관이 들어갔는데, 9명의 보좌진에다, 통진당 청년 당원 100명이 몰려와 극렬히 저항했다. 수세(守勢)에 몰려 이틀간 감금당해 있었다”면서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이런 인사들을 호위무사로 둘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석규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고문은 “국회의원은 체포 시 체포동의안도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갑옷’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라면서 “북한이 과거 노동자, 농민, 지식인, 자본가에 침투하라던 전술을 ‘제도권 진입’으로 바꾼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2024년 1월 1일부로 국정원 대공 수사권이 폐지된 이후 대공 수사는 경찰이 전담한다. 국정원 간부 출신 인사 B씨는 “국정원도 부담인 현직 국회의원 수사를 경찰이 할 수 있겠느냐”면서 “만일 구속되더라도, 비례대표인 경우 큰 의미도 없다. 독버섯처럼 다음 의원이 올라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례대표는 의원직 상실 시 낙선자 중 한 명이 승계하도록 돼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월 7일 “4월 총선 승리 후 바로 국정원 대공 수사권을 회복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고 통과시킬 것”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가 본인 살기 위해서 통합진보당 후신 종북 세력에게 정통 민주당을 숙주로 내주고 있어 그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B씨는 “수사권 복원에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사이 북한의 농간(弄奸)에 모두 빠져버릴 수 있다”고 했다.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은 “북한에서 지난 70년간 일관되게 내리는 세 가지 지령은 국보법 사문화(死文化), 주한미군 철수, 국정원 무력화(無力化)”라면서 “이들이 국회에 진입하면 국정원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대공수사권 복원을 반드시 반대할 것은 물론, 여당에서 추진하는 각종 안보 정책에 지속적인 제동과 지난 정권의 정책들을 원복(原復)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국회 진입 못 해도 문제”

전직 국정원 수사관 A씨는 “이들이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문제”라고 했다. 정당 득표율로 민주당에 지분을 요구하며 각종 단체장 자리를 꿰찰 공산이 커서다. 이 과정에서 ‘여론 조작’도 가능하다는 게 A씨의 우려다. 그는 “예컨대 통진당 시절 RO 핵심 세력 중 하나였던 조모(某)씨는 사회동향연구소라는 여론조사 기관 대표를 맡았다.

이때 국가예산을 지원받으며 민주당이나 통진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발표를 냈고, 수익도 많이 올렸다”면서 “이처럼 민주당과 진보당 연대를 단순히 표를 가져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력을 형성하고 여론을 교묘하게 몰아간다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이어 “민주당에 과거 586 주사파 출신의 친북 세력은 있지만, 북한을 떠받드는 종북 세력은 없다”면서 “예전 통합민주당 한명숙 대표와 통진당 이정희 대표가 연대했다가 갈라선 것처럼 이들 또한 핵심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선거 국면 이후에는 와해(瓦解)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도 했다. 한편 김석규 고문은 “궁극적인 반(反)정부 이데올로기가 같기 때문에 만일 갈라서더라도 주요 입법 등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시 힘을 합칠 것”이라고 했다.

장석광 사무총장은 이번 연합을 “전형적인 ‘통일전선전술’”이라고 했다. 이는 강한 적에 대항하기 위해 공동의 적을 두고 있는 다른 세력과 일시적으로 연합하는 공산당의 행동노선이다.

장 사무총장은 “300석 중 최소 3석을 매개로 야금야금 세력을 구축해나가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재명 민주당 또한 경기동부연합 세력에 장악될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에서 경기동부연합과 이념적 성향이 다른 이들이 도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세력과 연합한 경기동부연합의 최종 목적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정권의 쟁취”라면서 “다만 현재 북한 김정은의 체제 불안 요소로 인한 대남 정책 전환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정원 간부 출신 B씨는 “친문·86·동교동계 등이 탈당 및 낙마로 대거 이탈하고 그 빈자리가 한총련, 경기동부연합, 좌익 시민단체 등으로 채워지면서 민주당의 DNA가 교체되고, 국회가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의 ‘비명횡사·친명횡재’식 사천(私薦)의 이면(裏面)을 봐야 할 때”라고 했다.


좌파의 탈을 쓴 좌익

김석규 고문은 “반국가 세력의 국회 입성이 자명한 상황에서 당장 대응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이 같은 위기를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가기 위한 진통으로 본다면, 대한민국을 수호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 고문은 “입법기관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현행 간첩죄의 개정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국민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수호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대공수사권의 신속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의 관심 또한 요구된다. 국정원 출신 B씨는 “유권자들은 이들에게 과연 우리 입법기관을 맡길 수 있을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장석광 사무총장은 “민주당과 경기동부연합 세력의 연합이 국민 생활에,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을 차분히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불편한 감정으로 투표를 했다가는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통일전선전술로 형성한 사회주의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수사관 출신 C씨는 “좌파와 우파는 정책적 경쟁 관계지만, 좌익(左翼)과 우익(右翼)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택할 것인지, 공산사회주의 혹은 인민민주주의를 택할 것인지가 갈리는 적대(敵對) 관계”라면서 “좌와 우는 정책적으로 다투다가도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총구를 같은 방향으로 겨눠야 한다.

그런데 북한의 지령을 받고, 좌파의 탈을 쓴 좌익의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눠야 하는 형국이 됐다”고 우려했다.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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