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자란 것 외에 한국이름, 나이, 학력, 고향, 가족관계 등 알려진 것 없는 ‘미스터리’한 여성이 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 의장에 선출돼 혼란 조장하고 퇴임 ••• 언론사 인터뷰도 거절
28년 역사의 직능단체협의회는 왜 단체명을 바꿔 한인사회에 분란을 일으키고 있을까? ••• 1978년 창립된 뉴욕한인경제인협회, 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옛 직능단체협의회) 탈퇴하고 강력 비난
지난 11일 뉴욕한인경제인협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옛 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 탈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전직 직능단체협의회 의장 “‘직능단체’보다는 ‘경제단체’란 이름이 ‘폼(Form)’나고 ‘가오(顔だし)’ 있어 보여 단체명 바꿨을 것”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도(商道)’라는 것이 있다. 상도는 상도의(商道義)의 줄인 말이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마땅히 행해야 할 덕목과 의리를 뜻한다. 이는 기업이나 단체, 기관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어떤 단체나 업체가 상도의를 어겼을 때는 거기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뜻이다.
최근 뉴욕한인사회에서는 이 같은 상도의가 무시된 사례가 등장해 동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금까지 28년간 운영되던 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가 작년 10월 9일 정기모임에서 느닷없이 단체명을 ‘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당시 단체명 교체를 주도한 사람은 임기 1년의 모니카 박 42대 직능단체협의회 의장(전 재미부동산협회장)이었다. 모임에 참석한 12명의 회원 단체장 가운데 명칭 교체를 찬성한 사람은 모두 8명. 12명 중 3명의 단체장은 이 안건을 반대했으며 1명은 기권했다.
이 같은 결정에 비슷한 이름을 가진 회원단체인 뉴욕한인경제인협회(회장 유정학)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978년 설립된 뉴욕한인경제인협회는 올해로 창립 46주년을 맞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단체이다. 이후 유 회장은 모니카 박 의장 등에게 단체명 교체 철회를 요구했다.
유 회장은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3개월 동안 박 의장 등과 대화를 나누며 단체명 교체를 재고(再考) 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박 의장은 협의를 하자고 해 놓고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계속 경제단체협의회란 이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경제인협회 측의 협의 요청에 직능단체협의회 회원 단체장인 윤정남 청과협회장 등은 “‘대뉴욕지구’란 말을 쓰지 말고 ‘미동부경제단체협의회’ 또는 ‘재미경제단체협의회’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이는 박 의장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전 의장은 작년 5월에는 ‘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 이름에다 ‘대(大)’를 추가해 ‘대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를 만들었다. 뉴욕은 물론이고 뉴저지, 코네티컷주의 직능단체도 포함시키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개명(改名)에 뉴저지 직능단체들은 코웃음을 쳤다. 박 전 의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10월 모임에서 또 다시 단체 이름을 지금의 ‘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로 바꾼 것이다.
단체명칭 변경을 주도해 한인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모니카 박 전 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 의장(전 재미부동산협회장).
직능단체협의회는 지난 2021년에도 단체명을 ‘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로 교체했다가 경제인협회 등의 반발로 인해 수개월 만에 원래 이름으로 회귀한 전력이 있다.
그렇다면 왜 일부 직능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은 ‘경제단체’란 명칭을 사용하고 싶어 안달이 나있을까. 그것은 일부 관계자들의 그릇된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직 직능단체협의회 의장 A 씨는 “일부 관계자들이 단체명 교체를 표면적으로는 '단체의 위상강화'라고 말하지만 사실 본인들의 경력이나 외부에 비춰지는 모습이 직능단체장 보다는 경제단체장이 ‘폼(Form)’나고 ‘가오(顔だし)'가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직능단체협의회 의장 임기가 1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회원 단체장들 가운데 명예욕을 가진 일부 단체장이 자신이 의장에 취임해 경제단체장으로 불려지길 기대 한다”며 “이런 인물들 가운데 한 사람이 모니카 박 전 의장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직능단체협의회와의 협의가 불발되자 결국 뉴욕한인경제인협회는 지난 11일 맨해튼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의회 탈퇴를 선언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인사회의 비난 여론은 옛 직능단체협의회와 명칭변경을 주도한 모니카 박 전 의장에게 쏟아지고 있다.
전∙현직 단체장들이 가입되어 있는 단톡방에는 이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김성준 전 대뉴욕지구한인보험재정협회장은 “우리 단체도 직능단체협의회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석영 전 뉴욕한인기술인협회장은 “(직능단체협의회의) 명분 없는 개명은 분열이 염려되며 절대다수의 뜻이 아닌 것 같아 부당하다고 본다. 지난 1996년 최초 직능 단체장 협의회 창립멤버였던 한사람으로 설득력 없는 개명에 유감을 표시하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직능단체협의회로 -전통의 이름 그대로- 속히 복원시키길 바란다”고 적었다.
서진형 전 경제인협회장(세계한인무역협회 명예회장)은 “뉴욕한인경제인협회가 부득이하게 직능단체협의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면서 “직능단체협의회는 더 이상 사회를 분란 시키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 단톡방 대화내용 참조〉
직능단체협의회 회원 단체장 “뉴욕한인경찰협회가 경제인단체라고? 경찰협회는 왜 회비 안 내나?” ••• “무명의 부동산 업자가 갑자기 완장을 차고 무리수를 뒀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뉴욕한인사회를 혼란에 빠트린 모니카 박 전 의장은 누구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박 전 의장과 전임 홍대수 41대 의장(전 뉴욕한인경제인협회장)은 공인(公人)이면서도 모두 '미스터리(Mystery)'한 인물이다.
첫째 박 전 의장의 본명(한국명)을 아는 사람이 직능단체협의회나 그가 몸담고 있는 재미부동산협회에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그의 나이, 학력, 고향, 가족관계 등 모든 것이 불분명한 인물이란 점이다. 이는 홍대수 전 의장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다.
베일에 가려진 인물들이 계속해서 협의회 의장에 취임하고 있는 것 역시 이 단체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본지는 이들 단체장의 신상 파악을 위해 두 사람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말았다.
재미부동산협회의 한 관계자는 “모니카 박 씨가 협회에서 직전 회장을 했지만 나는 그의 신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이번 사건이 나고 박 씨에 대해 부동산업자들에게 물어 봤지만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제대로 없었다.
또한 박 씨가 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 홈페이지에 (부동산 비즈니스에 사용하는)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버젓이 공개하고 자신이 단체장으로 있던 부동산협회 홈페이지를 링크(Link)해 놓은 것을 봤다. 이를 보고 나는 박 씨가 단체장 경력을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려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주변 사람들은 ‘박 씨가 이번 직능단체협의회 단체명 교체 사건을 통해 유명인사가 됐으니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직능단체협의회 수장(首長) 자신들의 신상이나 배경이 불투명하다보니 단체 운영도 내실보다는 본인들의 명예에 신경을 더 쓰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현재 뉴욕 한인언론 대부분이 직능단체협의회 취재를 거부 또는 외면하고 있어도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언론과의 관계개선 보다는 단체장으로서의 대우 받기를 원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직능단체협의회 회원 단체장 B 씨는 본지에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모니카 박 전 의장이 재미부동산협회장을 역임했다고는 하지만 그는 한인사회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일개 부동산업자 일 뿐이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직능단체협의회 의장이 돼 뉴욕한인회장, 총영사 등과 함께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주요인사로 대접을 받자 어깨가 올라 간 것 같다.
단체명 개명과 함께 전직 직능단체협의회 의장이 퇴임 후 5년 동안 고문(顧問)을 하게끔 정관을 고친 인물 역시 박 전 의장이다. 그는 의장이란 완장을 차고 무리수를 많이 뒀다고 본다.
반면 뉴욕한인경찰협회가 회원단체로 참여하며 월 1백 50달러의 회비를 한 번도 안 냈지만 이를 단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은 사람이 박 전 의장이다. 직능단체협의회가 정말 경제단체 역할을 하려면 경찰협회부터 단체에서 내보내야 한다.
앞으로 모니카 박 전 의장은 언행을 자중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조직의 리더로서 안 어울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9일 취임한 신임 조동현 의장(현 뉴욕한인수산인협회장)이 이번 난국(難局)을 어떻게 타개 할지 지켜보겠다. 단체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홍대수, 모니카 박 전 의장과 함께 조 의장 역시 ‘그 나물의 그 밥’이 되지 않겠는가”
한편 신임 조 의장은 작년 10월 정기모임에서 단체명 개명에 찬성표를 던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당시 반대를 한 인물은 유정학 경제인협회장, 윤정남 청과협회장, 이상호 네일협회장이며 켈리 강 보험재정협회장이 기권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은 2024년 1월 현재 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에 소속된 회원단체 명단이다.
▲뉴욕한인식품협회 ▲뉴욕한인수산인협회 ▲뉴욕한인네일협회 ▲뉴욕한인뷰티서플라이협회 ▲재미부동산협회 ▲뉴욕한인기술인협회 ▲뉴욕한인재정보험협회 ▲뉴욕한인청과협회 ▲뉴욕한인냉동협회▲뉴욕한인세탁인협회 ▲뉴욕한인경찰협회 ▲뉴욕한인상공회의소(총 12개 단체)
임종규 선임기자 ‧ 윤병진 기자
모니카 박 전 직능단체협의회 의장은 인터넷에 자신의 얼굴사진과 함께 비즈니스 휴대전화를 공개하고 재미부동산협회 링크를 걸어놨다.
지난 9일 뉴욕시 베이사이드 소재 뉴욕한인봉사센터(KCS)에서 열린 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 의장 이취임식 모습. 모니카 박 전 의장(왼쪽)이 단체기를 조동현 신임 의장에게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