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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유대교 회당에서 발견된 비밀터널 폐쇄과정서 경찰과 교인들 충돌
  • 임종규 기자
  • 등록 2024-01-11 10:11:24
  • 수정 2024-09-01 17: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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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경찰, 교인 10명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 ••• 문제의 회당은 지난 1991년 발생한 크라운 하이츠 흑인폭동 진원지



     
8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불법 지하터널 폐쇄를 저지하려는 유대인 신도를 체포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유대교 회당에 신고 없이 비밀리에 건설된 지하터널이 발견됐다. 이는 익명의 제보자가 뉴욕시 소방청(FDNY)에 제보를 하며 알려진 것 것이었다. 


이에 뉴욕시 당국이 최근 폐쇄에 나섰다가 이를 막으려는 교인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 다수 교인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뉴욕시 빌딩국 등은 8일 오후 브루클린 크라운하이츠 소재 차바드-루바비치 회당(770 이스턴 파크웨이)에서 불법 지하터널을 폐쇄하기 위해 콘크리트 작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하시디즘(유대교 경건주의 운동) 유대인들이 이를 저지하고 나서면서 경찰과 강한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모두 10명의 교인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유대교 종파 '루바비치 운동'의 총본산인 이 회당 건물과 옆 건물을 잇는 비밀터널은 당국의 허가 없이 몰래 건설됐다가 발견돼 논란이 됐었다. 


루바비치 회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터널을 누가, 어떤 이유로 건설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루바비치 운동의 7대 지도자였던 랍비 메나헴 멘델 슈니어슨(1902∼1994 / Rabbi Menachem Mendel Schneerson)이 회당 증축을 서두르기 위해서 뚫었을 가능성이 있다.



     뉴욕시 경찰이 불법 터널 폐쇄를 저지하려는 교인들을 체포하고 있다. 



루바비치 운동의 대변인인 랍비 모티 셀리그슨은 "이번 사건은 루바비치 운동과 전 세계 유대인 커뮤니티에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극단주의 학생들이 본부 뒤의 빈 건물의 벽을 비밀리에 뚫고 사무실 건물과 강의실 아래에 지하 통로를 만들어 회당과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차바드-루바비치는 하시디즘 유대인들이 조직한 유대 조직이다. 이 단체는 랍비 슈니어슨 사후 정식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아 그동안 내부 분쟁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슈니어슨은 1994년 사망하기 전까지 40년 넘게 차바드-루바비치를 이끌었으며, 홀로코스트로 황폐화된 하시드 종교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은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터널이 발견된 이 본부 앞은 지난 1991년 발생한 크라운 하이츠(Crown Heights) 폭동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폭동은 랍비의 차량 행렬에 7세 흑인 어린이가 치여 사망한 이후 시작됐다. 


당시 용의자는 기소되기 전에 이스라엘로 도망갔고, 이후 사고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흑인폭동이 일어났다. 폭동과정에서 유대인 유학생이 살해되는 등 인종간 갈등이 크게 발생했었다.

 

임종규 기자(By Justin Lim)


      교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뉴욕시 경찰이 폐쇄된 지하터널 입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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