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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체포 될까 봐 무서워 한국 못 가는 美 한인들 정체는?
  • 임종규 • 최영수 기자
  • 등록 2024-01-13 17: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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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찰 수배(手配) 또는 피고(被告) 한인들, ‘기소중지(起訴中止)’ 뜻도 모르고 미국 산다


죄 연루 동포들공소시효 끝난 줄 알고 한국 방문했다 체포 되기도 ••• 검찰 “기소중지 해외 도피자에게는 공소시효가 없다




지난 2019년 2월 11일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 추방단속팀(ERO) 요원들이 한국 검찰에 의해 성추행 및 폭행혐의로 기소중지된 최모 씨(가운데당시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거주)를 한국으로 추방시키기 위해 뉴왁공항에서 탑승 통로를 통해 항공기로 향하고 있다. 


     

고소·고발당한 것 모르고 미국 살다 기소중지로 한국여권 재발급 못 받는 경우도 있어

 

 

미주한인사회에는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고소.고발을 당한 후 아무런 법적대응을 하지 않고 그냥 미국에 와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이들은 살인강도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인인도협약 대상도 아니다


한인 피의자들이 한국에서 어떤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미국에 와 사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하지만 한인들이 체감상 느끼는 범죄혐의자들 중에는 사기사건 피의자가 가장 많은 듯싶다


대표적인 예가 몇 년 전한국에서 부동산 사기를 저지르고 도망 와 뉴저지에 거주하고 있는 50씨의 경우이다씨는 현재 한국을 가질 못한다한국 검찰에 의해 기소중지(起訴中止)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소중지란 범죄사건 피의자 또는 중요 참고인의 소재불명 등을 이유로 수사절차를 일시 중지하는 검사의 처분을 말한다기소중지는 수사를 중지하는 것이므로피의자의 소재가 밝혀지면 그 사건을 재기하여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경우는 자연스럽게 기소중지자가 된다해외도주 기소중지자에 대해선 공소시효(公訴時效)가 없다만약 씨가 한국에 가면 공항에서 체포될 것이 뻔하다이후 씨는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도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불구속 으로 재판받기는 어렵다집행유예 판결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징역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 생활을 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씨는 이런 과정이 싫고 두렵기 때문에 몇 년 째 한국행을 포기하고 있다.


씨의 지인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 검찰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씨에게 연락해 귀국해 조사 받을 것을 권했다하지만 현재 씨는 ‘한국에 안 가면 그만이지라는 무대뽀’ 정신으로 버티고 있다


과연 씨가 살아생전 한국방문을 안 하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그나마 씨는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 이른바 '병풍(兵風)'사건을 일으켰던 김대업(61)이 해외도피 3년 만인 2019년 6월 30일 필리핀에서 검거된 모습. 그는 당시 서울 남부지검에 의해 기소중지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 여권 소지자인 영주권자나 장기 체류자유학생 등은 이야기가 다르다기소중지자에 대해선 영사관(외교부측이 한국 여권을 발급 또는 재발급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중범죄인 경우 여권취소도 가능하다


영사관은 한국 검찰과의 정보공유로 특정인의 기소중지 사실을 알 수가 있다영사관 측은 여권 발급신청자에 대한 신원조회 결과 기소중지 사실이 나타나면 여권법 조항을 근거로 여권의 발급을 거부하게 된다


한국 여권법에 따르면 외교부장관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국외로 도피하여 기소중지 된 사람에 대하여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


영주권자들 중에는 기소중지 이유도 모르고 있다가 여권 재발급을 거부당한 경우도 있다채무관계로 고소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61·뉴욕)몇 년 전영사관에서 여권 재발급을 못 받아 한국에 못 간 적이 있다한국에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기소중지를 푸는데 6개월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씨의 경우 유효여권이 없어 한국에 못 나간 관계로 한국에 있는 변호사가 대리해 기소중지를 풀었다. 그러나 기소중지를 풀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검찰에 기소중지사건에 대한 재기신청을 하고수사기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하는 까닭에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이 원칙이다


씨처럼 여권을 발급 못 받았거나 직장 문제 때문에 귀국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한국변호사를 고용해 기소중지를 풀 수도 있다. 하지만 유효한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안에 따라 본인이 직접 귀국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김판묵 변호사는 미국 거주 기소중지 한인들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조언을 했다단순한 금전채무 관계에서 비롯된 사기 고소 사건이나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의 경우는 ▲ 변호사의 법률의견서 제출 ▲ 검사와의 면담 ▲ 관련 증거자료(합의서 포함)의 제출 등을 통해 ▲ 무혐의처분 ▲ 공소권 없음 ▲ 기소유예 처분 등을 받아 여권을 발급받도록 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외교부장관의 여권발급 거부처분에 대하여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提起)하는 것도 가능하다이는 기소중지처분을 해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 검토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드시 기소중지 처분의 해소를 먼저 시도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병렬적 진행도 가능하다하지만 단순 사건이 아닌 경우에는 한국으로 귀국해 조사를 받고 재판에 응 할 수밖에 없다해외도피 기소중지자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이다

 

     


사기 혐의 기소중지자라는 사실 알고도 뉴저지한인회장 역임한 사람 있어


 

                                              뉴저지한인회의 김모 씨는 사기혐의 기소중지자 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인회장을 역임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인들 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예비군법 위반으로 기소중지가 됐던 경우도 있었다또한 한국 방문시 발생한 폭행사건으로 고소를 당해 기소중지가 된 사람도 있었다


예전 한인사회에는 기소중지와 관련해 어이없는 사건이 있었다뉴저지한인회장에 당선된 김모 씨가 사기 피의자로 미국에 도주한 기소중지자 였던 것이다당시 한인회 측은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 씨를 해임시키기 보다는 그를 감싸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한인회보를 제작해 김 씨를 지지하는 글을 게재하고, 그의 신상을 공개한 언론사 기자를 비난 했다또한 김 씨는 해당 언론사 기자와 가족까지 인신공격하는 찌라시를 만들어 뉴욕총영사관을 비롯 한인사회 각지에 배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찌라시에는 해당 기자가 촌지를 밝히는 쓰레기 언론인이며기자의 부인은 룸살롱 종업원(호스티스출신이라는 등의 허위사실을 명시했다수준이하의 한인회장이 보여준 행위로 인해 뉴저지한인회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당시 해당 언론사 기자는 김 씨를 비롯 한인회 관계자 67명을 명예훼손혐의로 뉴저지 버겐카운티 법원에 제소했다.


이 과정에서 한인회 측이 일부 일간지에 게재한 다음과 같은 광고내용은 많은 사람들의 실소(失笑)를 자아내게 만들었다기소중지란 뜻은 검찰이 수사를 중단했다는 뜻이다따라서 김 회장은 무혐의이므로 아무런 잘 못이 없다” 기소중지의 뜻을 모르는 한인회 관계자들이 무지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었다


당시 동포들은 언론탄압까지 서슴지 않는 뉴저지한인회 관계자들을 팰팍 마피아’라고 부르기도 했다지금까지도 이 사건은 뉴저지한인회 역사상 최악의 불명예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공소시효가 끝난 것으로 알고 한국으로 귀국하다 인천공항에서 체포된 뉴욕의 유명 요식업자 P 씨 사건은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15년 넘게 미국 생활을 한 P 씨는 미국에 오기 직전 한국 검찰에 의해 필로폰 판매혐의로 기소가 된 상태였다문제는 P 씨가 기소중지자의 해외도피는 공소시효와 관련 없다는 법조항을 모르고 있었다는데 있다.


한국 국회는 지난 2007년 형법 개정을 통해 마약거래 공소시효를 7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그러나 이 사실만 알고 있던 P 씨는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끝난 것으로 착각했다그 역시 기소중지의 뜻과 내용을 모르고 한국을 방문했다가 체포돼 교도소에서 5년의 징역을 살았다.





한국 외교부와 대검찰청은 12년에 한 번씩기소중지 재외국민 특별자수기간을 실시하고 있다두 기관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이유는 해외에 거주하는 기소중지 한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傍證)이다〈아래 박스기사 참조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기소중지 상태에서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재외국민들은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한 여권 발급 등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불안정한 법적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교부와 대검찰청이 주기적으로 특별자수기간을 운용하는 까닭은 재외국민의 불안정한 법적지위를 해소하고장기미제 사건 피해자의 구제를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미국 거주 기소중지자들은 더 이상 불안한 삶을 살지 말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기소중지를 풀거나귀국해 검찰의 조사에 응하길 바란다평생 조국 땅을 밟지 않고 인생을 마감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뉴욕=임종규 선임기자

서울=최영수 기자







한국 외교부와 대검찰청, 오는 12월 31일까지 기소중지 재외국민 특별자수기간 시행





한국 외교부와 검찰청이 함께 지난 11월 1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2개월간 기소중지 재외국민 특별 자수 기간(제11차)을 시행하고 있다.

외교부는 기소중지 사건은 원래 피의자가 자진 입국해 조사를 받아야 해소되지만, 재외국민들의 해외 체류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해 수사절차상 특칙을 마련하게 됐다.


1997년 1월 1일부터 2001년 12월 31일까지 부정수표단속법위반, 근로기준법위반, 사기죄, 횡령죄, 배임죄, 업무상횡령죄, 업무상배임죄(업무상횡령죄와 업무상배임죄는 고소, 고발 사건에 한함)로 입건돼 현재까지 기소중지 상태인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고소, 고발이 취소된 경우 및 합의 등에 준하는 경우나 법정형이 벌금만 규정된 경우 등은 피의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검찰사건처리기준에 따라 약식명령청구 할 사안으로 기소중지 된 재외국민도 해당된다.


신청서 제출을 위해선 신분증(여권,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외국인 등록증)을 반드시 지참하고 거주지역 관할 영사관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재기신청으로 사건이 모두 종결되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가 있을 땐 합의나 고소 취하 등을 거쳐야 한다. 


신청인은 총영사관 접수 1주일 후 대검찰청 형사1과(하윤식 수사관 02-3480-2266, hapros08@spo.go.kr)로 연락해 이메일·전화·우편·화상 조사 등에 의한 간이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사에 응하면 된다.


이와관련 뉴욕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외교부와 대검찰청 협업으로 지난 2013년부터 특별 자수기간을 통해 장기 사건 피해자 구제 및 재외국민 권익보호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면서 “해당 재외국민들은 이번 자수 기간을 통해 새 출발의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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