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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당 의원들, 美 뉴저지 의원들 찾아갔다 망신당해
  • 임은주 • 최영수
  • 등록 2023-09-21 17: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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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존슨 뉴저지주 상원의원(민주) "난 지역 정치인일 뿐, 일본 오염수 문제는 연방의원에 전달하겠다"며 협조 거절


존슨 의원, "'오염수 반대 포스터' 들고 기념촬영하자"는 민주당 의원 요청도 거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왼쪽)이 고든 존슨 뉴저지주 상원의원에게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반대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존슨 의원은 이를 거절하고 "뉴저지를 지역구로 둔 연방 의원에게 내용을 전하겠다"고만 말했다. 


국민의힘, "망신스럽다"며 민주당 강하게 비난 ••• 본지 취재결과 민주당 대책위 발표는 사실과 달라


한국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중단을 위한 여론전에 나서겠다며 뉴저지를 방문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방의원이 아니라 지방의원인 주(州) 상원의원을 만났다. 이 뉴저지주 상원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포스터를 들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자는 제안도 거절당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지난 14일 대한항공을 이용,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 등은 다음날인 15일 뉴저지주 잉글우드(Englewood)에서 고든 존슨(74.Gordon M. Johnson.37지역구) 주상원의원을 만나 “이재명 대표가 단식 16일째로 건강이 매우 안 좋아졌다”며 “단식의 가장 큰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미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 등은 위 포스터를 들고 사진촬영을 함께하자고 제안했지만 고든 존슨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전 세계인의 건강과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국제범죄”라고 지적한 후 “미국도 연방 정부 차원에서 분명하게 입장을 나타내야 한국 국민이 안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40분 이상 진행된 면담에서 존슨 의원은 이 의원 일행의 발언을 경청한 후 “나는 뉴저지의 지역 정치인일 뿐”이라면서 “뉴저지가 지역구인 연방 상원의원에게 그 뜻을 전달 하겠다”고만 말했다. 


이날 이수진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은 뉴저지주의 상원 또는 하원의원은 워싱턴DC에 있는 연방 의원들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모른채 존슨 의원을 찾았다가 망신을 당한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 정치구조를 모르는 한국 정치인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미 육군 출신인 존슨 의원은 한인 유권자가 많은 지역구(버겐카운티 등)의 특성상 한복의 날 등 한인 행사에 적극 참석하고 있지만 원전 등 에너지 분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치인이다.



       고든 존슨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이 민주당 측 방문객들의 요청에 마지 못해 "태평양을 보호하자"는 내용의 문구를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또한 이 의원과 함께 뉴저지를 방문한 민주당 이용선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은 남부 뉴저지 윌링보로(Willingboro) 타운쉽에서 앤디 김 연방하원 의원을 만났다. 한국계인 김 의원은 이들의 '오염수 반대 협조 요청'에 대해 "내 입장에서 향후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겠다"고만 대답했다. 완곡한 거부의사를 표한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들 의원의 입장과 다른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원회'는 "앤디 김 의원은 원전 오염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찾아준 것에 감사를 표하며 '내용과 상황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또 "이수진 의원은 존슨 의원을 만나 허드슨강에 원전 폐수 방류를 금지한 뉴욕주의 사례를 언급하며 뉴저지 주지사와 연방의회, 연방정부 등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존슨 의원은 "그 제안에 더해 뉴욕주, 매사추세츠주의 사례 등도 참조해 뉴저지 내 두 곳의 원전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원전 오염수 문제 대응에 지역 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대책위는 덧붙였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민주당 대책위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 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협조 요청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고민해 보겠다", "연방의원들에게 내용을 전달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다. 


또한 오염수 문제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미국의 관심과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만큼의 실효성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 발표 이후 일본 지지 의견을 분명하게 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7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한 IAEA의 평가를 “유능한 국제기구의 전문적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며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15일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오른쪽 끝)이 뉴저지 윌링보로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선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을 면담하고 있다.



한편 16일(한국시간)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등이 뉴저지 지역 정치인을 만나 이재명 대표 단식을 거론하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전을 펼친 것에 대해 "이 대표가 횟집서 식사한 거는 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의원이 고든 존슨 뉴저지주 상원의원을 만나 이 대표 단식 원인 중 가장 큰 이유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라고 설명했다"면서 "단식 시작 직전에도 횟집에서 맛있게 식사를 한 이 대표의 단식 원인이 오염수 방류라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비판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이 의원은 생선 뼈와 핵폐기물이 그려진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포스터를 함께 들고 가 기념사진을 요청했지만, 존슨 의원의 거절로 다른 포스터로 대신했다고 한다"면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이 민주당 의원 등이 뉴저지에서 벌인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어 장 대변인은 "정기국회를 뒤로 하고 비행기를 타고 미국까지 가서 고작 한다는 여론전이 이것인가"라고 반문한 후 "국민들이 보기에는 대한민국을 위한 여론전이 아니라 그저 공천받기 위한 충성 경쟁일 뿐이며 이들은 국제적 '망신러'를 자처했다"고 비난했다.

김예령 대변인도 논평에서 "연방 의원과는 관련도 없는 지방의회 의원을 만나 연방 정부 차원의 입장을 요청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 있나. 이 대표의 단식을 언급하는 모습도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뉴욕=임은주 기자
서울=최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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