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결재도 안 된 미주대표 임원 명단 특정언론에 유출 ••• 해당 인터넷 매체(뉴욕) 대표는 노무현 정권 당시 국무총리실 근무한 유명 좌파인사
평통 고위인사 “평통 사무처 기강해이 ••• 윤석열 정권 첫 번째 평통인사, 너무 실망”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민주평통 사무처 건물의 모습. 이 곳에서는 8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뉴욕 H 인터넷 매체, 지난 7월 미주평통
임원명단 100% ‘족집게 무당’ 처럼 맞혀
지난 7월 4일, 뉴욕의 H 인터넷 언론매체는 민주평통 미주지역협의회를 대표하는 임원격인 운영위원에 강일한 전 LA한인상공회의소 회장(LA), 애니 챈 한미동맹재단USA 명예회장(하와이), 진안순 전 중서부한인회연합회장(시카고)이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매체는 린다 한 전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이 워싱턴평통회장에 선임됐다고 밝혔다.
이 보도가 나가자마자 민주평통 사무처는 이례적으로 24시간도 안된 7월 5일(한국시간) ‘제21기 해외 평통간부 인선 관련 추측 기사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평통 사무처는 이 보도자료에서 “7월 4일 밤 11시 무렵(한국시간 기준), 해외 모 인터넷 매체에 민주평통 해외 간부위원 인선 관련 기사가 보도된 사실”에 대해 “기사에 거론된 내용이나 거명된 인사는 자천 또는 타천으로 접수되어 현재 검토하고 있는 후보들 중 일부일 뿐이며, 해당 인사가 기사내용과 같은 직책에 내정이 되었거나 이른바 가닥이 잡힌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사무처는 “기사에 언급된 바와 같이 대통령실에 재가를 받기 위해 공문서를 보낸 사실도 없으며, 그럴 단계도 아님을 밝힌다”고 부인했다.
지난 7월 5일, 평통 사무처는 뉴욕 H 인터넷매체의 보도를 부인하는 해명 보도자료를 냈지만 8월 25일 평통임원 명단 발표 결과, 오히려 이 보도자료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평통 사무처의 이 같은 해명과 부인은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 H 매체의 보도가 ‘족집게 무당’ 처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매체는 최초보도가 나간 후 1개월 20일 후인 지난 8월 25일 〈속보〉를 통해 미주 부의장에 강일한 씨가, 운영위원으로는 김영길(뉴욕), 진안순, 애니 첸 씨가 임명됐다고 추가 보도했다.
또한 워싱턴협의회의 회장에는 최초 보도대로 린다 한 씨가 임명됐다고 전했다. 지난 7월 4일 보도된 내용이 100% 맞아 떨어진 것이다. 다만 뉴저지에 거주하는 김영길 한미연합회(AKUS) 총괄회장이 운영위원에 추가됐을 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결재도 안 된 임원명단이 어떻게 특정언론에 유출될 수 있었을까. 대통령의 결재가 안 난 대외비가 외부에 유출 됐다는 것은 평통 사무처 내에 '스파이(유출자)'가 있다는 얘기이다.
서울에서 만난 한 평통 고위인사는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예전부터 근무하던 평통 사무처 직원들까지 물갈이 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일은 평통 사무처에서 철저한 감사를 통해 명단 유출자를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대통령 결재도 안 난 명단이 외부로 유출된 것은 평통 사무처 근무자들의 기강해이 때문”이라면서 “이와 더불어 좌파인사들과 문제성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윤석열 정권의 첫 번째 평통인사가 너무 실망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 장충동 소재 평통 사무처에는 8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 매체, 워싱턴 본사 대표는 우파 ‧ 뉴욕 자회사
대표는 좌파 ••• ‘한 지붕 두 가족’ 기묘한 동거
많은 이들은 이번 기사를 보도한 인터넷 매체에 대해 “어떻게 미리 알고 보도했지?”라고 의문점만 제기 할 뿐 뉴욕 H 매체의 대표 안모(64)씨가 노무현 정권 당시 국무총리실에 근무했던 유명 좌파인사란 사실을 모르고 있다.
당시 안 씨는 국무총리실 전문위원, 홍보팀장 등으로 근무했으며 최근까지 뉴욕 모 한인라디오 방송국에서 방송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또한 안 씨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는 동갑내기 친구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워싱턴DC에 본사를 두고 있는 H 매체는 강모 씨가 대표(발행인)를 맡고 있다. 안 씨는 이 매체의 자회사인 뉴욕 H 매체의 대표이다. 현재 강 씨는 모 재외동포언론단체의 회장으로 재직 중이며, 안 씨는 해당 단체의 이사 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단체 임원진 면면을 살펴보면 좌우파 언론인 모두가 골고루 포진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안 씨에 반해 강 씨의 정치성향은 우파로 알려져 있다. 또 안 씨와 함께 일하는 뉴욕 H 매체의 A 편집부장(여‧기자)은 좌파가 아닌 것으로 주변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이 매체의 기사 역시 특정 정치성향에 치우친 모습은 별로 없다. 하지만 칼럼을 쓰는 인물들은 좌파인사들 일색이다. 따라서 현재 H 매체의 강 대표와 뉴욕대표 안 씨는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기묘한 동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안 씨를 잘 아는 전직 언론인 B 씨는 안 씨에 대해 이렇게 평(評)했다.
“뉴욕에서 언론인 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영구 귀국했던 안 씨는 운동권 인사들처럼 노골적으로 좌파활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안 씨는 지금 마지못해 우파 인사들이 운영하는 언론사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것 같다.
H 매체나 그가 방송위원으로 있던 뉴욕 라디오방송국 사장들이 모두 우파인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씨는 주변 인맥이나 정치성향 등을 놓고 볼 때 좌파사상을 버릴 사람이 절대 아니다.
이번 평통 임원 명단 유출보도는 워싱턴 강 대표가 했는지, 아니면 뉴욕의 안 씨가 주도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의심은 안 씨가 절대적으로 받고 있다. 한국 국무총리실에서까지 근무했던 그가 평통 사무처와 충분히 직간접으로 선이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번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H 매체의 7월 4일자 ‘특종보도’ 기사를 샅샅이 찾아 봤지만 이미 삭제된 탓인지 이 매체 어디에서도 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민주평통 김관용 수석부의장(오른쪽)과 석동현 사무처장이 평통을 개혁하지 않으면 결국 의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욕을 먹게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뉴욕의 전직 평통회장 C 씨는 “이번 기사보도와 관련 H 매체를 탓할 필요가 없다”면서 “문제는 대통령 결재도 안 된 중요한 비밀사안을 외부에 유출한 ‘스파이’를 평통 사무처 내부에서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C 씨는 “결국 평통 사무처의 문제는 윤석열 정권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전제한 후 “평통 사무처의 김관용 수석부의장과 석동현 처장은 분골쇄신(粉骨碎身)의 각오로 조직을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평통회장 출신 D 씨는 “이번 뉴욕에서 문제가 된 ‘2만 달러 매관매직’ 사건의 당사자들인 주모(60.음악인)씨와 이모(70.경제단체 이사장)씨가 모두 평통위원이 된 것을 보고 평통 사무처에 대해 분노를 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D 씨는 “설사 대통령 결재가 올라 가 있는 동안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하더라도 얼마든지 (내용을 파악한) 사무처가 당사자들을 제명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더 이상 평통 사무처는 의장인 윤석열 대통령을 욕먹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뉴욕=임종규 선임기자
서울=최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