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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중국향우회장 체포 … “맨해튼 차이나타운에 비밀경찰서 운영”
  • 안상민 기자
  • 등록 2023-04-19 10:59:05
  • 수정 2023-04-19 21: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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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법무부가 맨해튼 차이나타운에 중국 푸젠성 향우회라며 '창러공회' 간판을 걸고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중국계 남성 2명을 체포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사진 왼쪽에서 2번째 유리로 외벽을 감싼 '미국 창러공회(장락공회)'라는 간판이 붙은 6층짜리 건물에서 향우회장 등이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했다.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한 지방의 향우회 간판을 걸고 운영된 것으로 지목된 중국 비밀경찰서와 관련해 향우회장 등 중국계 남성 2명이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7일 연방 법무부 발표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FBI는 이날 맨해튼에서 중국 공안부 소속의 불법 비밀경찰서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61)과 천진핑(59)을 체포해 기소했다.

이날 법무부가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 중국 공작원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공소장에는 이들이 일부 중국 국민을 협박하고 위협한 것으로 서술돼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루젠왕은 미국 내 중국 푸젠성 출신들의 향우회인 ‘창러공회(America ChangLe Association)’의 회장이다.

‘푸젠성 출신 중국인들에게 만남의 장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결성된 창러공회는 지난 2016년 1백30만 달러에 차이나타운 건물의 사무실 공간을 임대했다. 사무실 외벽에는 향우회란 표식이 부착됐지만 FBI와 브루클린 연방검찰은 이 공간이 중국의 비밀경찰서로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슈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부문 차관보는 성명에서 “중국 정부는 억압적인 안보 기구를 통해 뉴욕시에 물리적인 비밀 공간을 설치하고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감시하고 위협했다”며 “이런 중국의 행동은 국민국가에 허용되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맨해튼 차이나타운 마라탕집 건물에서 '중국 푸젠성 향우회장' 직함을 내걸고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해온 루젠왕(61)이 지난 17일 브루클린의 뉴욕동부지검에 체포됐다가, 변호인(초록색 옷 여성)과 함께 보석 석방을 신청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루젠왕과 또다른 비밀경찰서 운영자 천진핑은 이동 제한령 속에서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다.


브루클린 검찰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해외 도피 사범 송환 작전인 ‘여우사냥’과 관련,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그의 아들을 협박해 귀국시키려고 한 7명의 중국인 국적자를 기소했다. 이어 FBI와 검찰은 차이나타운의 창러공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올해 초 차이나타운의 향우회 사무실이 중국의 비밀경찰서로 지목되자 워싱턴DC의 주미중국대사관은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을 돕기 위한 장소이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중국의 경찰관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FBI와 검찰이 향우회장 등을 체포하고 기소함에 따라 비밀경찰서의 실체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밖에도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미국 거주 인사들을 위협한 혐의로 중국 공안부 소속 관료 등 44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셜미디어(SNS)에 가짜 미국 시민 계정을 만들어 중국 정부에 우호적인 글을 게시하고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공격하는 글을 올린 혐의다. 다만 이들은 현재 중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전 세계 50여개 국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면서 중국 출신 해외 거주 인사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캐나다와 네덜란드, 아일랜드 정부는 중국에 비밀경찰서 운영 중단을 요구했지만, 실제로 비밀경찰서와 관련해 체포와 기소가 이뤄진 것은 미국이 처음이다.

안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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