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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 내가 경험한 美 수사기관의 도청(盜聽)
  • 임종규 선임기자
  • 등록 2024-04-01 11: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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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는 김대중 미국 비자금 관리인들의 대화내용을 식당 밖에서 

도청해 기자의 휴대전화로 보내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적대국가 뿐만 아니라 한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우방국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인 도청을 자행했다.


                     미국의 도청사실이 밝혀지자 좌파단체들은 호재를 만난듯 윤석열.바이든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의 우방국

도청이 어제 오늘의 일인가?

 


요즘 미국 정보기관 CIA(중앙정보국)의 도청문제로 세계가 시끄럽다특히 한국의 경우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를 도청한 것으로 알려져 방미를 앞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문제가 터지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폭로된 도청문건이 허위라고 주장했다가 문건이 사실로 드러나고 문건 유출자인 20대의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공군일병이 체포되자 미국이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바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7%로 추락했다아무리 국빈방문을 앞두고 있어도 미국에 재발방지의 약속을 받아 내거나 강력히 항의했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국민감정이다특히 좌파 여론은 호재(好材)를 만난듯 혈맹이라고 해놓고 도청할 수 있느냐”, “용산 이전 때문에 당한 것”,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 이어 미국에 굴욕 외교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도청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혈맹이나 우방국이라고 첩보정보활동을 봐주지 않는다독일프랑스 등 미국의 우방국도 미국을 상대로 각종 정보활동을 펼친다미국 정보기관의 청와대 등 한국 주요시설 도청은 그동안 밝혀진 것만 3차례에 달한다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6워싱턴포스트지는 “1970CIA가 전자도청 녹음기 등을 이용, 청와대에서 미국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 활동 관련 회의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당시 최규하 국무총리와 박동진 외무부 장관은 리처드 스나이더(Richard Lee Sneider) 주한미국대사를 불러 조속한 공개 해명을 촉구했다1977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청와대 도청이 1970년이 아닌 1975년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폭로했다박정희 정권은 미국 정부가 도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서로 밝힐 것을 요구하는 항의각서를 미국에 전달했다이에 입장이 난처해진 당시 스탠스필드 터너(Stansfield Turner) CIA국장은 직접 청와대 도청에 관한 보도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해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도청의혹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197843일 전 주한미국대사였던 윌리엄 포터(William James Porter)CBS 방송에 출연하여 1967년 이전에는 도청했으나 자신이 그만두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그의 발언은 1967년 이전부터 한국을 도청했음을 짐작하게 했다그는 주한미국대사로 1967년 823일부터 1971818일까지 재직한 인물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도청이 사실이라면 이는 주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윌리엄 글레이스틴 (William Henry Gleysteen Jr.) 주한미국대사를 통해 서한을 보내 청와대를 도청한 사실이 없음을 거듭 해명하고 전직 공직자의 발언으로 한국 정부에 누를 끼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도 과거 박정희 정권 때처럼 미국에 강하게 항의를 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426일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2013년에도 뉴욕타임스는 NSA(National Security Agency : 국가안보국)가 청와대를 도청한 사실을 폭로했다도청 시기는 노무현 정권 말기부터 이명박 정권 초기였다당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자회담전시작전권 문제 등으로 한미관계가 매우 민감했던 시절이었다이때도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다


이처럼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끊임없이 도청하다 언론에 의해 폭로당하는 흑역사를 갖고 있다다수의 안보전문가들은 CIA의 용산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사실이면 명백한 주권침해 행위인 만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미국은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유감표명을 하고도 우방국에 대한 도·감청을 중단하지 않았다그것이 '자신들의 조국'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도청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국 정부가 알아서 보안을 강화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이다. 이는 영국호주일본프랑스독일 등의 우방국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 숙제이다또한 우방국 정보기관들도 능력껏재주껏 미국을 상대로 각종 정보를 빼내야만 한다. '창과 방패'이는 각국 정보·첩보기관들의 숙명(宿命)일 수 밖에 없는 조합이다.



 

                     테세이라 일병에 의해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 문건에 대해 CNN이 보도하고 있다. 

도청 문건 등 미국 군사 기밀 유출 용의자인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잭 테세이라 일병(21)이 노스다이턴에 있는 모친 집에 있다가 지난 13일 FBI에 의해 체포되고 있다(왼쪽). 테세이라 일병이 공군 정복을 입고 찍은 '셀카'(오른쪽).



미국 정보기관은 어떤

방식으로 도청을 할까?

 

 

그렇다면 미국 정보기관은 어떤 방식으로 각국 대통령실을 도청 하고 있을까유선전화에 대한 도·감청은 워낙 원시적인 수법이라 여기서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한다고 본다우리가 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관이 CIA라면 대표적인 수사기관은 FBI(연방수사국)이다물론 FBI도 정보기관의 업무를 겸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관은 NSA(국장 폴 나카소네 육군대장)이다. NSACIA, FBI 등 미국 16개 정보기관 중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하다군 조직이 아니지만 국방부 소속으로 장성급 군인이 NSA 국장을 맡고 있는 이유다. NSA 직원들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NSA의 연간 예산과 직원 수도 기밀이다


NS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의 폭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직원 3만∼4만 명예산 18억 달러라는 점이 알려졌을 뿐이다이는 21천명의 직원을 보유한 CIA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NSA가 공상과학 영화를 능가하는 정보 수집 및 도청을 할 수 있는 이유는 120여개의 첩보 위성을 사용한 통신감청망 에셜론(Echelon)’ 덕분이다


에셜론은 첩보 위성지상 기지고성능 신호인식 컴퓨터를 연결해 전화팩스, 이메일문자메시지금융거래 등 지구상의 거의 모든 통신 내용을 매일 30억 건씩 감청하는 시스템이다특히 에셜론의 IT(Information Technology)버전이라 할 수 있는 프리즘(Prism)’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지난 2007년부터 실시된 프리즘 프로그램은 인터넷과 통신회사의 중앙 서버에 접속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NSA는 프리즘을 이용해 구글페이스북야후 등 유명 IT 기업의 서버에 접근한 뒤 일반인들의 이메일동영상, SNS 채팅 내용, 주소록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있다에셜론과 프리즘은 NSA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CIA 등 다른 정보기관도 NSA와 공조하여 이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이용 할 수 있다이번 한국 대통령실 도청도 에셜론을 이용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최첨단 통신감청망 '에셜론'을 통해 전세계를 도청 할 수 있다.


     

에셜론에 비해 기자가 경험한

도청은 초보적인 수법이었다

 

 

                     FBI가 용의자를 도청하는 모습을 담은 가상의 사진.



에셜론이 최첨단의 과학적인 도청방법이라면 기자가 경험한 도청은 초보적 수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지금부터는 기자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미국 수사기관의 도청 얘기를 해 보겠다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어느 곳에서도 해 본 적이 없고글로 써 본 적이 없지만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이제는 밝혀도 무방하리라 본다.


지난 2006년 기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김대중)의 미국 비자금을 단독취재 해 세상에 폭로했다지금까지 드러난 김대중 미국 비자금은 13억 달러가 넘지만 당시 기자는 뉴욕 비자금 3억 달러를 먼저 파악해 이를 FBI, 국무부백악관 등에 알렸다이후 FBI 요원과 공조하며 약 10개월 동안 비자금 확인 작업에 나선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자는 비자금을 관리하던 인물 3명이 뉴욕시 플러싱 소재 한식당에서 모임을 갖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정확히 말해 노던블러바드 선상 뉴뱅크 본점(146-01 Northern Blvd.) 인근의 식당이었다지금은 식당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기자는 이 사실을 FBI 요원에게 알렸고그 요원은 출동 하겠다는 답변을 해왔다비자금 관리자들의 모임이 끝난 후 기자는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FBI 요원이 도청파일을 기자의 휴대전화로 보내 왔기 때문이었다.


FBI 요원은 기자에게 이 사람들이 맞느냐대화내용 중 비자금과 관련된 내용이 있느냐?”고 물어봤다기자가 들어 본 도청 음질은 너무나 선명했으나비자금과 관련한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기자는 도청방법이 너무 궁금해 FBI 요원에게 몇 차례 질문을 했지만 그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FBI는 마피아 소탕작전에도 도.감청 수사기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궁금증은 이후 기자가 마피아 관련 특집기사를 취재하면서 풀렸다FBI20053, 20082, 201111월, 2016년 8월 뉴욕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소탕전을 펼쳐 뉴욕의 마피아 5대 조직을 궤멸 시킨바 있다이때 FBI가 마피아를 상대로 소탕전을 펼치면서 사용한 도.감청방법이 2006년 김대중 비자금 수사 때 사용한 방법과 동일했다이 사실을 기자에게 누가 알려줬는지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게 이 기사에서 밝히지 않겠다.


당시 FBI는 맨해튼 리틀 이태리부름 스트리트(Broome St.)’ 코너 건물에서 멀베리 스트리트(Mulberry St.)’를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마피아 간부들의 모습을 녹화하고대화내용을 녹음했다상식적으로 405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의 촬영은 가능했겠지만녹음은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이는 특수 도청장비인 소형 전파망원경(Radio Telescope)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김대중 비자금 관리자들의 대화내용도 식당 밖에 주차된 밴(Van)으로 추정되는 차안에서 이 기구를 이용해 녹음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아무튼 당시 FBI 요원들은 김대중 비자금 수사에 적극적이었으며 검찰이 관련자들을 기소하는데 까지는 성공적이었다. 韓美김대중 미국 비자금 의혹 3년간 합동 추적’ 제하 기사 참조




                    김대중 비자금 미국 유입 사실을 단독보도한 당시 <뉴스메이커> 기사.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비자금 관리인 중 한명인 이모 씨가 마음을 바꿔 검찰 측에 비협조로 일관하자 그를 사기 및 탈세혐의로 처벌 할 수밖에 없었다거기다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은 김대중 미국 비자금 조사에 적극적이었지만 박근혜 정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발판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 사람들과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하의 사법부 관계자들은 김대중 비자금을 조사했던 국정원국세청 관계자들을 투옥시키고 말았다.


이처럼 미국 수사기관과 검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한국정부의 무관심과 비호아래 김대중 미국 비자금 조사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어쩌면 미국 입장에서는 거액의 달러가 미국 내에서 부동산 투자 등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나쁘지 않다(Not Bad)’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하지만 한국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거액의 혈세가 좌파 대통령과 측근들에 의해 미국에 빼돌려지고 북한으로 보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김대중 미국 비자금 사건을 한국에서 취재한 월간조선의 조성호 기자(현 TV조선 기자)는 기사 말미에 이런 내용을 적었다국정원·국세청은 미국 당국과의 합동조사 결과비자금의 실존 가능성이 다대하다고 했다그 자금의 상당 부분은 대북(對北관련성이 의심되는 게 사실이다재판부는 이처럼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간과해버렸다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임종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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