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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가 반격에 나섰다
  • 한세희 기자
  • 등록 2023-04-14 07:23:34
  • 수정 2023-04-14 07: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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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판의 화려한 부활 ... 작년 4천1백만장 팔린 美 LP 시장


CD.디지털 음원 눌러

 



 




레코드판(LP: Long Play Record)의 화려한 부활과 함께 아날로그가 반격에 나섰다특히 첨단 디지털 음원 시대에도 매년 LP 판매가 늘어나고 있으며 스트리밍 대세 속에서도 일부 아날로그 음악 포맷이 죽지 않고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한국의 경우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MZ 세대들에게 LP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유는 코비드 19 장기화에 따른 집콕 문화와 복고 열풍에 힘입어 LP문화 부활이 아날로그 감성에 매료된 MZ세대들에게 문화상품으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멘트와 음악에 귀를 기울이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오디오, 즉 듣는 콘텐츠'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소재이다아날로그 반격의 첫 사례가 레코드판이 부활하는 음악 시장인 것이다전문가들은 특히 이 같은 LP 호황이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닌 소장하는 것으로 여기는 20~30MZ세대의 주도로 계속 이어질 거라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LP 판매량이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0년, 34년 만에 처음으로 LPCD(Compact Disc) 매출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며 LP 음반이 4170만장이나 팔렸다이는 지난 30년 동안의 최대 LP 판매량으로, CD와 디지털 앨범 판매량을 모두 앞지른 수치이다.


미국 LP 판매시장은 지난 14년간 성장한 결과로 LP가 주력 상품이던 19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판매액은 지난해 54천만 달러 규모로 2018년 대비 1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CD를 비롯한 디지털 음원을 제외한 물리적인 음반판매 규모 전체가 소폭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는 최근 음악 산업 동향을 전하면서 스트리밍 사업 성장이 뚜렷한 가운데 특이한 점이 있었고 가장 아날로그적인 음악 포맷인 LP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했다이렇게 LP 호황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1983년 데뷔한 전설적인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Metallica)가 최근 LP 제작업체인 퍼니스 레코드 프레싱(Furnace Record Pressing)’을 인수 해 화제가 됐다. 


가수가 자기 음반을 찍어낼 공장을 직접 사들인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현상으로 이슈화 된 것이다이들이 매입 한 LP제작 업체는 지난 2008년부터 메탈리카 음반 제작을 담당해 온 곳으로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해 있으며 1백여 명 직원이 하루 25천장씩 LP를 찍어낼 수 있는 규모이다이 공장은 이달 중 7년 만에 발표되는 메탈리카 정규 11‘72 Seasons’LP도 이미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LP를 발매한 한국과 미국의 유명 가수들.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록 밴드 메탈리카블랙핑크 멤버 지수록 가수 잭 화이트

 


 

메탈리카는 왜 LP 공장을 직접 샀을까업계에선 나날이 성장하는 LP 시장 전망에 대한 투자 심리가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특히 “35년 만에 CD를 넘어선 LP 판매량이 메탈리카의 LP 공장 인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음악 시장 규모 1위인 미국에서의 LP 연간 판매량은 4천1백만장으로 1987년 이후 처음으로 CD의 연간 판매량(33백만장)을 앞섰다. 협회는 같은 해 수익 면에서도 LP12억 달러로 CD3배 가량을 벌어들였다고 발표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가수가 직접 LP 공장 설립에 투자한 첫 사례가 있었다. 최근 LP 유통사 '화수분'의 최성철 대표는 가수 이광조와 함께 올 하반기 중 한 해 30만장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LP 공장을 설립한다이광조의 한정판 LP도 이 공장에서 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LP의 인기가 높아지자 음반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추세이다콘텐츠미디어그룹 '뉴(NEW)'의 음악사업 계열사 '뮤직 앤 뉴(Music & New)'는 최근 한국음반산업협회(RIAK: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Korea)LP 음반 제작·유통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변진섭백지영을 비롯한 적지않은 가수들의 LP를 발매했다.


또한 단순한 복고의 개념을 넘어 과거의 음악을 되살리는 '리마스터(Remastering)'도 각광받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과거에 제작된 뮤직비디오의 화질을 업그레이드해 현재의 LP로 선보이고이를 2021년 버전으로 재해석하는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플라이 투 더 스카이, S.E.S., H.O.T.의 노래가 깔끔한 새 옷을 입고 Z세대에게 다가서고 있다.







앞으로 LP 수요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RIAA에 따르면 LP 판매량은 2020년 전년 대비 46.2%, 202151.4% 증가했지만, 2022년에는 고작 4.2% 증가하는데 그쳤다. RIAA 측은 수요 급감 문제일 수도 있지만 공급 능력 부족일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LP 생산량은 가수들의 직접적인 수익과 차트 성적에도 직결될 수 있다


지난 1월에는 BTS의 미니 5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Her')’가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 빌보드 20013위로 재 진입했다이미 6년 전 나온 음반이지만같은 달 LP로 재발매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결과였다이런 젊은 층을 겨냥해 이들 사이 유행하는 친환경’ 키워드를 적용한 새 형태의 LP들도 등장 중이다


특히 블랙핑크 멤버 지수는 최근 솔로 음반을 스마트폰에 갖다 대면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태그 음반’을 굳이 ‘LP 모양’ 버전으로 발매했다. 이는 예약 판매 이틀 만에 1백만장 넘게 팔렸다평론가 김작가씨는 공급망만 마련되면 K팝 팬덤의 젊은 구매력까지 가세해 LP 소비량이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LP 판매시장이 얼마만큼 성장할지 모르겠지만 단순매출이 아닌 순이익 측면에서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섰고 계속해서 성장 한다는 건 LP에 기반한 새로운 음악 경험이 나름 의미 있는 시장이 됐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에 의해 사장 될 뻔했던 아날로그 음악이 다시 태어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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