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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먹튀’ 스티븐 리, 17년 만에 뉴저지서 체포
  • 안상민 • 최영수
  • 등록 2023-03-06 11:45:23
  • 수정 2023-03-07 01: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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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무부 요청받은 美 연방검찰 뉴저지 지검이 검거 ••• "앞으로도 해외도피 범죄자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 받도록 할 터"


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수사팀 재구성해 론스타 사건 반드시 해결" ••• 반면 문재인 정권은 인터폴이 이 씨를 이탈리아에서 체포했음에도 늦장 대응으로 놓쳐





                   지난 2008년 8월 1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한국 송환을 촉구하는 피켓시위 모습.



마침내 윤석열 정권의 법무부가 해냈다.
‘론스타 사태’ 관련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한인 2세 스티븐 리(54·한국명 이정환)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지난 2일 연방검찰(법무부와 동일조직) 뉴저지 지검에 의해 뉴저지에서 체포됐다. 한국 법무부가 이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지 17년 만이다.

이 씨에 대한 체포는 미국 법무부와 한국 법무부의 공조로 이뤄졌다. 이 씨는 지난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해 수조원대 차액을 남기고 되판 이른바 ‘외환은행 헐값매각 로비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LA에서 태어나고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그는 론스타가 지난 1998년 서울에 지사를 개설 할 때 부터 대표로 재직했다.

지난 5일 한국 법무부 관계자는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올해 2월 중순 일본에서 개최된 ‘아・태 지역 형사사법포럼’ 참석한 미국 법무부 고위급 대표단과 양자회의를 개최해 스티븐 리 범죄인 인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요청했다"면서 "그 직후 실무진은 미국 당국에 스티븐 리의 최신 소재지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했다”고 밝혔다.

                                                  스티븐 리 검거에는 미국 법무부(위 사진)와 한국 법무부 간의 긴밀한 공조가 있었다.



한국 검찰은 시민단체와 국회 등의 고발로 2006년 수사에 나섰지만 이 씨는 수사 시작 전인 2005년 9월 이미 미국으로 도피한 뒤라 의혹규명에 난항을 겪었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소속으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이복현 금감원장 등도 수사에 참여했다. 검찰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이 씨에게 여러 차례 입국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지만 그는 소환에 불응했다.


지난 2007년 재판이 시작된 뒤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방안도 추진됐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당시 검찰은 ‘론스타 매각 비리 사건’ 사건과 관련해 변양호 전 재경부(현 기재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 4명을 기소했지만 배임 등 주요 혐의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결국 ‘론스타 펀드 수익률 조작 및 탈세 사건’은 수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고,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유죄가 확정됐으나 한국을 빠져나간 스티븐 리 등 론스타 관계자 3명은 처벌을 피했다. 


검찰은 2006년 이 씨를 기소 중지하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당시 검찰은 이 씨가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수익률 조작으로 업무상 배임, 조세포탈, 횡령 등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2010년 대법원은 이 씨에게 소득세 78억원을 한국 국세청에 내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 씨는 2017년 8월, 인터폴에 의해 이탈리아에서 체포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법무 당국이 뒤늦게 대응하는 바람에 현지에서 석방됐다.




                                           스티븐 리는 LA에서 태어난 이민 2세이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을 1조3천8백34억원에 사들인 뒤 2006년부터 되팔기 위해 국민은행, HSBC와 차례로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2010년 11월 계약을 거쳐 2012년에야 보유지분 51.02%를 3조9천1백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넘겼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익을 봤다. 


하지만 론스타 측은 "2007년 9월 HSBC에 5조9천3백76억원을 받고 외환은행 지분을 팔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면서 '적반하장'격으로 한국 정부에게 6조3천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간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 사건을 심리한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작년 8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천6백50만 달러(약 2천9백억원)를 배상하라는 일부 패소 판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법무부는 지난해 새 지휘부를 구성하고 론스타 사건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 씨 체포는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의 쾌거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은 이 씨 검거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이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는 이탈리아에서 인터폴이 이 씨를 체포했지만 늦장대응 하는 바람에 그를 풀어줘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에 당선 되면 론스타 사건을 반드시 재수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외로 도피해 사법 정의를 회피하고 있는 범죄인들을 끝까지 추적해 신병을 확보하고 송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국 측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인도 재판을 진행, 이 씨를 신속하게 송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씨 검거에 적극적인 협조를 해 준 미국 법무부(연방검찰) 뉴저지 지검에 고마움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뉴저지 뉴왁=안상민 기자 / 서울=최영수 기자




이 씨 검거에 큰 몫을 한 연방검찰 뉴저지 지검의 필립 셀링거(Philip Sellinger)지검장. 뉴저지 지검은 뉴왁, 캠든, 트렌톤 세 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법무부와 연방검찰이 동일한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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