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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뉴욕한인회가 '마지못해' 여론에 굴복한 이유는?
  • 임종규 • 윤병진 기자
  • 등록 2023-11-11 17: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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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앞세우던 뉴욕한인회가 화합으로 포장하고 꼬리 내린 까닭은? ••• “6월 미주체전 없었으면 진 강 회장 체재’ 밀어 붙였을 것

 

미주체전이란 거사(巨事) 앞두고 주관단체인 뉴욕대한체육회의 수장(首長)이 논란 예상되는 선거 책임자 맡은 것부터가 잘못

 


 

 지난 3월 1일, 38대 뉴욕한인회장 선거 무효화를 선언한 뉴욕한인회의 찰스 윤 회장(가운데)과 김광석(오른쪽), 진 강 예비후보가 화합의 손을 맞잡고 있다. 이 배경에는 미주체전 개최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217일 본지 단독보도 이후

15개 단체가 성명서 등 발표

 

 

이번 사태 장기화 되면 6월 미주체전은 폭망한다

회장 선거사태와 관련 잘못이 없다던 뉴욕한인회가 화합으로 급선회한 배경에는 오는 6월 뉴욕에서 열리는 미주체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미주한인사회 최대 축제인 제22회 전미주한인체육대회(미주체전)는 오는 6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뉴욕에서 열린다.


이 대회에는 미국 전역에서 6천여 한인이 참가 할 예정이다이번 행사의 주최자는 재미국대한체육회(회장 정주현)지만 실질적인 행사 주관은 뉴욕대한체육회(회장 곽우천)와 뉴욕미주체전조직위원회(공동위원장 곽우천·이석찬)가 맡는다이 행사의 성공을 위해선 한인사회의 후원과 지원이 절대적이다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대회의 성공자체가 불가능하다조직위원회가 지출해야 할 행사 경비만 2백만 달러가 넘는다행사 홍보는 물론이고 자체 숙박이 가능한 뉴욕.뉴저지 선수단 외 모든 선수임원들에게 숙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622일 밤 열리는 전야제 행사비용으로만 25만 달러가 소요될 예정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곽우천(65) 회장은 제38대 뉴욕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이번 한인회장 선거는 경선으로 치러질 것이 예상됐기에 선관위원장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했다선관위가 김광석 예비후보(전 뉴욕한인봉사센터 회장)를 서류미비 등의 이유로 탈락 시켰을 때 모든 비난은 선관위와 한인회에 쏟아졌다.


특히 본지는 지난 217내부제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번 뉴욕한인회장 선거는 공작이었다” 제하의 폭로기사를 단독보도 했다이 기사를 계기로 뉴욕한인회와 선관위를 상대로 한 한인사회의 비난여론은 급등했다. 17일 이후 열흘간 한인사회는 뉴욕한인회 성토대회장을 방불케 했다.


마침내 22뉴욕한인학부모협회(회장 최윤희)가 정기총회 장소 변경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24일에는 뉴욕한인식품협회(회장 박광민)가 한인사회 최초로 선거의 불공정을 지적하며 한인회와 선관위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25일 뉴욕한인회역대회장단협의회(의장 이세목)에서 뉴욕한인회장과 선관위원장을 상대로 권고문을 발표했다.


27일에는 건국대통령이승만기념사업회(총회장 김남수 목사)를 비롯한 9개 단체가 비난 성명서를 발표했다또 뉴욕한인수산인협회(회장 조동현등도 선거무효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본지 보도 이후 15개 단체에서 성명문권고안성명서가 연이어 발표됐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한인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은 회칙에 따라 진행 했으며정기총회 장소도 변경 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인사회의 분란 해결을 위해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해결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한인사회 반발 이전의 '강경대응'에서 '해결책'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양 다리를 걸친 것이었다


31결국 뉴욕한인회는 화합을 강조하며 선거무효를 공식선언했다여기까지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하지만 본지는 원칙을 주장하며 강경일변도였던 뉴욕한인회가 화합이란 이름아래 꼬리를 내린 이유를 취재해 봤다.

 

 


곽우천 선관위원장이 언론에서

사라진 이유는 왜 방송국 간부는

식품협회에 압력’을 시도했을까?




 

                          뉴욕미주체전조직위원회 이석찬(위) 곽우천 공동준비위원장.




이번 한인회 사태를 일으킨 인물들 중 한 사람은 곽우천 선관위원장이다그런 그가 언제부터인가 언론에서 사라졌다선관위원장이 함께 참석해야 할 한인회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25일 역대회장단협의회 모임에도 본인은 불참 하고 이상호 부위원장(뉴욕한인네일협회장)을 대리 참석시켰다.


또한 24일 식품협회가 성명서를 발표한 직후 묘한 일도 있었다곽우천 위원장과 함께 뉴욕미주체전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석찬(69)씨는 K 라디오방송국 대표이다곽우천 위원장은 21대 체육회장이며이석찬 공동위원장은 16대 회장을 역임했다.


문제는 이 방송국 간부 김모()씨가 박광민 식품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성명서 발표를 보류해 달라고 요구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한마디로 박 회장에게 압력을 시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광민 회장은 솔직히 너무 불쾌했다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씨가 내게 이런 전화를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박 회장은 이는 김 씨의 뜻이 아니라 방송국 대표인 이석찬 공동위원장의 지시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한 후 김 씨의 요구가 불쾌해 내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뉴욕대한체육회 가맹단체 관계자 씨는 한인회 사태와 관련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본지에 이렇게 증언했다

곽우천 체육회장이 거사(巨事)를 앞두고 뉴욕한인회 선관위원장을 맡은 것부터가 잘못이다지금 곽 회장이 이럴 때 인가미주체전 경비가 2백만 달러에 달한다


곽 회장과 조직위원회가 후원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그는 한인회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너무 답답해서 체육계 관계자들과 함께 곽 회장을 신랄하게 비난했다한인회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 체육계는 공식적으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너무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이번 체전은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유럽남미의 한인체육단체도 참가할 예정인 사상최대의 매머드(Mammoth)’급 규모라면서 이런 행사를 넉 달 앞두고 곽 회장이 한인회 선관위원장을 맡은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잘못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씨는 체육계 원로인사들도 곽 회장에게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미주체전 개최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지금 체육계가 혼신을 다해 후원금 모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한인사회의 협조가 절대적이다곽 회장을 선관위원장에 끌어들인 한인회 관계자들이 원망스럽다체육계 인사들이 미주체전의 중요성을 뉴욕한인회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번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지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22회 뉴욕미주체전 조직위원회 출범식이 작년 8월 11일 뉴욕한인봉사센터에서 열렸다. 미주체전은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1983년 2회 대회 이후 40년만에 뉴욕에서 개최된다.  



체육회와 조직위원회는 현재 미주체전 기금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상황에서 한인사회가 시끄러우면 미주체전 개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거기다가 조직위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면 후원금 걷기도 힘들다지금 체육계가 속앓이를 하고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미주체전조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아직 언론사 광고비도 지급하지 못했을 정도로 예산이 넉넉하지 못하다광고비는 415일 이후에나 집행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포사회 업체뿐만 아니라 지상사 등을 통해 한국기업들에게도 후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회장 선거는 미주체전 이후가 될 것

••• 찰스 윤 한인회장이 임기 연장하며

미주체전서 축사 할 듯

 

 

뉴욕한인회가 언론에는 알리지 않았지만 38대 한인회장 선거는 미주체전 이후에 치러질 전망이다찰스 윤 회장은 오는 4월말 임기가 끝나지만 차기 회장이 선출 될 때까지 회장 임기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한인회 관계자 C 씨는 미주체전 개막식에서 뉴욕한인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축사를 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전 미주한인들 앞에서 뉴욕한인회가 망신 당 할 일 있나라고 반문했다이 관계자는 원칙대로 하면 4월말 회장 임기가 끝나는 뉴욕한인회는 비대위 체재로 가는 것이 맞다하지만 미주체전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D 씨는 물론 한인회에 대한 비난여론도 높았지만 이번 사태를 서둘러 매듭지은 속내는 거의 100% 미주체전 때문이라면서 미주체전만 아니었으면 한인회와 선관위는 진 강 회장 체재를 밀어 붙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D 씨는 뉴욕총영사관 측도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안다각계각층의 압력과 권고에 처한 찰스 윤 회장이 막다른 골목에서 어쩔 수 없이 선거무효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D 씨는 미주체전 개막식에는 곽우천 회장찰스 윤 한인회장김의환 뉴욕총영사 등이 나와 개회선언환영사축사 등을 진행 할 것이 뻔하다만약 그때까지 한인회 사태가 장기화되면 뉴욕한인사회는 전국적으로 망신살이 뻗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D 씨는 한인회 사태가 이렇게라도 매듭지어져 천만다행이라며 이런 말을 남겼다.

진 강 변호사가 한인회장이 돼 미주체전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인정 못 받는 한인회장에, 논란의 중심이 된 체육회장(선관위원장)’이란 프레임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뉴욕한인회가 이번 사태를 자신들의 주장대로 밀어 붙였다면 한인들의 관심은 미주체전 보다 온통 한인회 사태에 집중됐을 것이다그런 상황에서 누가 우리에게 후원금을 내겠는가"

 

한편 38대 뉴욕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김광석진 강 예비후보는 미주체전 이후 치러질 전망인 선거에 재차 출마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여기다가 뉴욕한인회 회칙개정위원회가 회장 출마 자격을 한층 완화시킬 것으로 보여 더 많은 한인이 차기 회장에 도전 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38대 한인회장 선거는 경선으로 치러져 한인사회의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두가 19832회 대회 이후 40년 만에 뉴욕에서 열리는 제22회 전미주한인체육대회 덕분이다.


 임종규 선임기자 · 윤병진 기자




            지난 2019년 열린 제20회 시애틀 미주체전 개회식 모습. 2년마다 열리던 미주체전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4년 만인 올해 뉴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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