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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사를 잊은 뉴욕한인회에게 미래는 없다
  • 임종규 기자
  • 등록 2023-03-15 10: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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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이름 쓰는 한인회장 4년을 지켜봤더니...






                    뉴욕한인회는 올해로 창립 63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맨해튼 149 West 24가에 위치한 뉴욕한인회관의 모습.




오는 35일 치러지는 제38대 뉴욕한인회장 선거에 이민 1세 김광석 전 뉴욕한인봉사센터(KCS) 회장과 이민 2세 진 강(한국명 강진영뉴욕한인변호사협회장이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인회장 선거가 14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언론들은 이민 1세와 2세의 세대간 대결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본지는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다. 우리는 그 같은 보도를 하는 신문라디오, TV 등의 주요 독자 및 시청자청취자들 거의 모두가 이민 1세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뉴욕타임스>를 보는 영어권 1.5세, 2세들은 어차피 한인언론을 보지도 듣지도 않는다한국어 언론에 관심 없는 영어권 한인들이 이민 1세들이 주류인 한인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리란 기대는 애당초 버려야 한다.


우리는 중학생 때 미국에 온 찰스 윤 씨(60)가 이끄는 뉴욕한인사회의 대표단체를 지난 4년 동안 지켜봐 왔다처음에는 기대도 컸다한인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그룹이 60대∼80대인 탓에 1.5세 한인회장의 등장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영어권 한인회장은 취임 직후 뉴욕한인회의 간판인 웹사이트(www.kaagny.org)부터 영어 위주로 교체했다한국어는 전체 내용의 30% 정도에 불과했다또한 그는 한인회의 연혁은 물론이고역대 한인회장들의 이름과 임기 등을 모두 지워버렸다. 역대회장들의 사진만 달랑 게재된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윤 회장은 지난 1960년 창립돼 올해로 63돌을 맞은 뉴욕한인회의 역사를 말소시켜 버린 것이다그는 오로지 자신이 회장으로 재임 중인 37대 한인회의 역사와 활동상황만 소개하고 있다또한 한인언론에 보도자료(Press Release)를 발송 할 때 찰스 윤 한인회는 영어로만 보낸 적도 있었다


웹사이트에 소개된 집행부 임원 및 관계자 13명 중 8명이 영어이름을 앞세웠다는 사실 역시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다수의 전직 회장들은 "영어권이면서 외교관 자녀이고 변호사인 윤 회장이 임기동안 동포 이민자들의 애환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평가한 후 "아직은 순수 이민 1세가 한인회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뉴욕한인회의 간판인 웹사이트의 내용 대부분이 영어로 소개돼 있다(위 사진). 또한 역대한인회장에 대한 이름과 재임기간 소개도 없이 사진만 달랑 게재돼 있다(아래사진). 뉴욕한인회의 연혁은 웹사이트에서 사라진지 이미 오래이다.



부디 윤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한인사회에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 스스로 자문했으면 좋겠다. '찰스 윤 회장'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나 사업이 별로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미국 스타일이 몸에 밴 그는 한인사회의 주류인 이민 1세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역시 부족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영어권 한인회장의 이 같은 행태에 그동안 한인 1세대들은 많은 소외감을 느꼈다. 따라서 다수의 1세들은 이번 한인회장 선거를 맞아 이렇게 말하고 있다“이제 그만 뉴욕한인회를 우리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무명의 찰스 윤 변호사를 한인회에 '입문'시킨 김민선 전 회장(현 한인이민사박물관장)의 '차세대 회장' 실험은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밑바닥부터 피땀흘려 이민사회를 일군 1세들과의 괴뢰감이 있는 외교관 자녀가 뉴욕한인회를 이끌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당분간 영어권 차세대들은 한인커뮤니티재단(KACF:The Korean American Community Foundation)’과 같은 2세 단체에서 활동하며 한인사회를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어차피 1.5세나 2세들은 피 끓는 심정으로 쓰는 본지의 이 사설(社說) 역시 안 볼 것이 뻔하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63년의 단체 역사를 무시한 현재의 뉴욕한인회에게도 미래는 없다갖은 고생을 하며 한인사회 건설에 이바지한 1세들과의 역사를 단절한 영어권 후세들에게도 미래는 없다


이제는 뉴욕한인회를 우리 이민 1세들에게 돌려주기 바란다그리고 영어권 한인회장 또는 후보를 후원하는 1세들은 그들에게 한인회 및 한인사회의 역사부터 가르쳐 주기 바란다뉴욕한인회장 자리는 이력서에 기입하기 위한 경력관리 차원의 직분이 아님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뉴욕한인회가 예전처럼 많은 동포들의 관심 속에 성장하는 단체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그러기 위해선 당장 웹사이트에서 사라진 한인회의 역사를 복원하고영어 위주의 내용을 한국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뉴욕한인회를 사랑하는 한인들 대다수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편한 사람들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영어이름를 쓰는 한인회장은 찰스 윤 한 사람으로 충분했다고 본다예전처럼 1세 동포들로 북적거리는 한인회관이 보고 싶다. 또한 밑바닥 이민자들과 애환을 함께하는 한인회장이 그리워진다. 뉴욕한인회의 변화가 기대되는 시기이다.


임종규 편집인



             

한인사회에는 알려지지 않은 영어권 변호사인 찰스 윤(왼쪽)씨를 뉴욕한인회에 입문 시킨 후 36, 37대 회장이 되게 만든 장본인인 김민선 전 뉴욕한인회장(35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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