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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왜 5년만에 무인기를 날려 보냈을까?
  • BBC News 코리아
  • 등록 2022-12-28 11:25:29
  • 수정 2023-01-01 18: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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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강원 인제 야산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2017년 6월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ADD) 박사가 같은 달 9일 강원도 인제 지역에서 발견된 북한군 소형 무인기 조사 결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지 촬영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의 침투 의도 및 셈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대남 무인기 침투는 지난 2017년 6월 이후 5년여 만으로, 북한 관영매체들은 관련 사안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고체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 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극초음속 무기 도입, 군사정찰위성 운영 등과 함께 500km 무인 정찰기 개발을 핵심 과제로 열거한 바 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호령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BBC에 "아제르바이잔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알 수 있듯 실제 전장에서 사용되는 무인기의 효과는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아제르바이잔 군은 2020년 드론 기동전을 수행해 최단기간 내 아르메니아 군을 무력화시켰으며, 올해 초 우크라이나의 드론은 러시아 탱크 '킬러'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드론에 폭탄을 장착한 것이다.



 12월 26일 오전 11시 40분께 강원 횡성군 횡성읍 묵계리에서 공군 KA-1 경공격기가 추락해 군 당국이 수습하고 있다. 조종사   A(27)씨와 B(25)씨 등 2명은 무사히 비상 탈출해 소방당국에 의해 이송됐으며, 의식이 명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센터장은 "북한 무인기의 효과는 한마디로 저비용 고효율로, 낮은 고도로 정찰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탐지도 쉽지 않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무인기에 투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군 역시 이에 대응해 북한 무인기 역량을 저하시킬 수 있는 재밍(전자 방해 전술) 기술 등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군비통제차장을 지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가성비가 매우 높은 도발을 했다"며 "무인기 몇 대로 남측 사회에 대혼란을 불러온 것은 물론 군의 사기 저하, 국론 분열 등 남남갈등을 확실하게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무인기를 날려보냄으로써 긴장을 고조시키고 화살이 윤석열 정부와 군으로 가게 만들어 한국 측의 대응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문 센터장은 "이렇게 되면 남측의 대응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럼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 행동으로 맞대응 할 것"이라며 "이는 주민들에 대한 충성 강요 및 내부 결속 등의 의도도 내포돼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 북한이 요구하는 바를 관철시키려는 셈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최강 F-22 랩터가 한국 군산에 전개돼 있는 상황, 또 최근 북한 인공위성 개발 평가절하에 대한 반발, 국방력 강화 목표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9월 이후 한미일 군사동맹에 매번 대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무인기 침투와 9.19 군사합의 연계성에 대해서는 "9.19 군사합의는 사실 북한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해군력, 공군력이 현저하게 열세한 상황에서 서해 135km, 동해 80km 그리고 MDL 남북으로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된 것 자체가 유독 한국에만 불리하다는 얘기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수없이 군사합의를 위반하면서도 무효화를 선언하지 않는 것은 결국 자신들은 마음 놓고 합의를 위반하면서도 한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의 폐기를 선언하지 못할 거라는 약점을 알고 안보적 이익을 취하면서 도발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북한이 또다시 9.19 남북군사합의를 무력화했다"며 "북한의 도발 양상이 갈수록 변화무쌍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제사회의 이목이 ICBM 발사 등 대형 도발 가능성에 쏠려있을 때 지난 5년 동안 없었던 '무인기 도발'을 감행해 허를 찌른 셈"이라며 "합의 파기를 유도해 그것을 빌미로 무차별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2014년 3~4월에 발견된 북한 무인기. 당시 국방부는 경기도 파주와 서해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 3대의 비행조종 컴퓨터에 저장된 임무명령서를 분석한 결과 “3대 모두 발진지점과 복귀지점이 북한 지역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파주, 백령도, 삼척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



한편 한국 정부는 이 사건이 현재 북한에서 열리고 있는 노동당 전원회의 등 내부 행사와는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는 북한 헌법절 50주년으로 이미 날짜가 정해진 행사였고, 8기 6차 전원회의도 12월 하순으로 예정된 행사였다"며 "두 사안이 북한의 무인기 도발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시작했다. 한해 성과를 평가하고 내년도 국정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행사다.


특히 최근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군사와 국방에 힘을 쏟으며 한미를 겨냥한 한반도 긴장고조 수위를 갈수록 높이는 상황인 만큼 이번 전원회의에서 나올 발언들이 주목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0년부터 1월 1일 신년사 대신 연말에 당 전원회의나 당대회를 개최해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글=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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