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서 감사(監査)기능이 사라졌다 … 교회헌금 비롯
각 단체·기관의 재정 사용내역에 대한 감시활동 강화해야
“구성원들이 조금이라도
의문 제기하면 외부에
감사 맡겨라”… 결산공고
안 하면 후원금 내지 말아야
▲ 사례 1
뉴욕에 있는 한 탈북자 후원단체는 매년 수차례 탈북자를 돕기 위한 모금 음악회를 개최한다. 그러나 이 단체는 지금까지 재정사용 내역을 단 한 차례도 지상에 공개한 적이 없다. 과거 탈북자들을 상대로 성폭행, 성추행, 공금횡령 등의 경력을 갖고 있는 C목사(한국 거주)가 실질적인 대표로 있는 이 단체는 돈을 모아서 한국에 보낸다고 한다.
그러나 이 단체는 재정면에서 투명성 있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 단체의 후원광고를 내주고 있는 모 언론사 관계자는 “우리는 후원광고만 무료로 내 줄 뿐 모금한 기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단체가 우리 신문에 기금 사용내역을 광고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우리도 이점이 매우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몇 번 이 단체가 주최하는 음악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김모(57·플러싱)씨는 “나도 후원금을 낸 적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 단체에 감사가 있는지 여부도 모르겠다”며 “솔직히 후원금 사용내역을 알고 싶지만 단체 측이 밝히지 않는 이상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사례 2
뉴저지에 있는 한 중형교회는 매년 선교비 명목으로 10만 달러 이상을 해외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선교비가 제대로 전해지는지, 선교비를 받는 인물이 정확히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다. 이 교회 B 안수집사는 “해외에서 하녀까지 두고 호화롭게 선교활동을 하는 선교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 문제를 교회 측에 몇 번 건의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B 집사는 “교인들의 헌금사용을 투명하게 하자는 내 의견에 담임목사와 일부 장로들은 말로만 ‘그렇게 하겠다’고 할 뿐 구체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B 집사는 “교회에 감사를 담당하는 집사 2명이 있기는 하지만 담임목사와 친분이 깊은 사람들이라 한 번도 이의 제기를 하는 것을 보질 못했다”고 전했다.
감사기능의 실종은 담임목사의 공금횡령으로 이어진다. 몇 년 전 뉴욕 플러싱의 모 대형교회 담임목사 M 씨가 중남미에 선교사로 나가있는 동생에게 1백만 달러가 넘는 교회 돈을 빼돌린 사건은 너무나 유명하다. 이 교회에도 감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담임목사와 친분이 두터웠던 탓에 형식적인 감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원로목사는 담임목사의 비리를 알고도 거액의 사례금을 매달 받으며 묵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기능의 부실은 곧 공금횡령으로 이어 질 수밖에 없다. 교회 등 종교기관에 외부감사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동포단체들이 신문지상에 밝힌 모범적인 결산공고 내역. 뉴욕 일원 한인단체들과 예비 정치인들도 이 단체들의 경우를 본 받아야 한다.
▲ 사례 3
뉴욕의 한 동포단체는 몇 년 째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단체의 존재는 유명무실해져 있다. 원인은 몇 년 전 단체재정을 둘러 싼 임원들 간의 대립 때문이다.일부 임원들은 회장단의 공금유용을 의심했고, 이에 외부감사를 받을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회장단은 이를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갈등은 단체를 존폐위기로 몰아갔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지금도 회장단이 공금을 횡령 또는 유용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당시의 형식적인 내부감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감사가 의심되면 돈을 들여서라도 외부감사를 받는 것이 순리”라면서 “이를 거부한 회장단으로 인해 회원들 간의 갈등만 심화됐다”고 전했다. 사실 현재 동포단체 또는 기관의 내부감사는 별다른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회계사나 세무사가 감사를 맡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부감사들은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도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한인사회에서는 돈 문제로 인한 분규가 끊이질 않는다. 종교기관 뿐만 아니라 각 단체, 심지어는 향우회나 동창회에서 까지 발생한다. 재정문제가 투명한 단체를 만들려면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교인들이나 회원들이 재정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면 외부감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1.5세 회계사 리처드 박(43)씨는 “외부감사는 물론 돈은 들지만 단체나 기관을 잡음 없이 유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면서 “외부감사비용을 아끼려다 단체가 분열되는 모습은 후세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한인사회에서도 투명성 있게 외부감사를 받는 기관과 단체는 늘 당당하다”며 “이제 한인들도 이민사회가 커진 만큼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의 감사기능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재정문제가 발생하는 단체나 기관의 문제점은 제대로 된 감시활동을 못하는 구성원 모두의 책임인 셈이다.
또한 각종 후원금을 받으면서 지상을 통해 결산공고 한 번 안 하는 뻔뻔한 단체나 예비 정치인들은 각성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한인들은 단체들이 감사를 안 받거나 결산공고를 안 하면 후원금을 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안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