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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의사들이 말하는 실력 없는 한인의사들 이야기
  • 윤병진 • 안상민 기자
  • 등록 2022-12-19 08:59:53
  • 수정 2023-01-01 18: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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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너무 믿지 마세요. 정확한 치료 

 위해선 최소 3명의 의사를 만나보세요”






본지는 최근 30년 넘게 뉴욕과 뉴저지에서 각각 전문의로 일하다 올해 은퇴 하는 두 명의 의사를 만났다. 이들이 본지에 털어 놓은 실력 없는 한인의사들의 세계는 충격적이었다. 이들의 요구에 따라 이름과 전공분야는 익명으로 처리했다. 이들은 동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한인의료계의 비밀을 털어 놓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본지에 전한 의미심장한 말은 “의사를 전적으로 믿지 말라”는 것이었다. <편집자 주>







실력 있는 의사들, 실력 없는 의사들



의학드라마를 보면 어김없이 실력 있는 의사와 실력 없는 의사가 등장한다. 몇 년 전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닥터 김사부>에도 이 같은 점은 잘 나타나 있다. 김사부(한석규 분)처럼 투철한 의료정신과 실력으로 무장한 인물이 있는가 하면 몇몇 인물들 처럼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실력을 과장하는 의사들도 있다.


실력 있고, 실력 없음은 어디분야에든 상존한다. 언론계, 요식업계, 차량정비업계, 미용업계 등 어느 분야나 실력 없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학계의 실력 없는 사람들은 앞서 언급한 분야들과는 다르게 취급해야 할 부분이다.


본지에 비밀 이야기를 해준 전문의 두 명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부분을 솔직히 털어놨다. 미주한인들이 의사들을 맹신하지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다음은 이들이 밝힌 실력 없는 의사들 사례 중 몇 가지만 추려 게재한다.


▲ 사례 1. 한인의사 채용 안 하는 퀸즈의 종합병원


뉴욕시 퀸즈의 한 종합병원은 25년 전부터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한인의사를 절대 채용하지 않고 있다. 서울 소재 명문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한 A 씨가 이 병원에서 언어문제로 인해 환자를 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병원에 취업한 A 씨는 영어실력이 부족해 항상 애를 먹이던 인물이었다.


A 씨는 담당하던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졌음에도 엉뚱한 영어로 다른 의료진에게 '콜(Call)'을 잘 못해 환자를 죽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이 병원은 거액의 의료소송을 당하게 됐고 이후 한국출신 의사는 채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A 씨는 지금도 버젓이 한인사회에서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실력없는 한인의사들로 인해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은퇴를 앞둔 의사들이본지에 알려왔다. 사진은 본문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 사례 2. 암 환자로 오진해 개복(開腹)하게 만든 한인의사들


한인 전문의 B 씨는 환자 최순화(66·가명)씨에게 간암 진단을 내렸다. 이후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친분 있는 한인 전문의 C 씨에게 수술을 의뢰했다. 수술 전 C 씨도 최 씨의 상태를 간암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막상 배를 가르고 수술에 들어가자 최 씨의 상태는 간암이 아니라 간 염증환자 였다.


한인 전문의들은 최 씨의 간에서 1인치 가량의 종양 4개를 발견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개복한 결과 암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인전문의들은 최종진단을 하기 전 간 조직검사를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략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최 씨는 당연히 의료소송에 들어갔다.


▲ 사례 3. CT 제대로 판독하지 못해 환자 사망하게 만든 의사


뉴저지에 거주하는 김갑수 씨(68·가명)는 대장암 환자로 몇 년 전부터 전문의 B 씨에게 진료를 받아 왔다. 김 씨는 D 씨로부터 복부와 골반의 CT촬영 검사를 받고 이상소견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김 씨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방광과 척추까지 암이 전이돼 사망하고 말았다. 김 씨의 복부 CT에서 병변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 보였으나 D 씨가 이를 판독하지 못했던 것 이다.


▲ 사례 4. 진료기록 위조한 검안의


뉴저지에서 안경점을 경영하는 검안의 E 씨는 콘택트렌즈를 맞추러 온 김모 씨에게 ‘중심성망막증’이란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몇 달 지나면 저절로 시력을 회복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씨의 상태는 ‘중심성 망막증’이 아니라 긴급수술을 요하는 ‘망막박리’였다.


김 씨는 몇 달이 지나도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자 미국 안과를 찾았고 ‘망막박리’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었다. 의료보험이 없던 김 씨는 수술비 2만 달러를 쓰고 수술을 진행했지만 시기를 놓친 수술로 인해 예전 시력을 회복 할 수 없었다. 이에 김 씨는 의료사고 변호사를 고용해 E 씨가 최초 작성한 진료기록을 확보했지만 소송을 진행 할 수 없었다.


진료기록에는 ‘망막에 이상이 있어 안과전문의에게 이를 의뢰 한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본 변호사는 진료기록 조작이라는 심증은 있지만 이를 뒤집을 만한 확증이 없어 소송을 포기했다. 현재 김 씨는 한쪽 눈이 실명된 상태로 생활 하고 있다.


▲ 사례 5. 멀쩡한 치아 발치 하라는 한인 치과의사들


1년 전 한인 박모(58)씨는 뉴욕과 뉴저지 한인치과 2곳에서 3명의 치과의사로부터 어금니 발치 소견을 받았다. 그들은 모두 박 씨에게 어금니를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하라고 말했다. 이를 발치하기 싫었던 박 씨는 마지막으로 경험 많은 미국 치과의사를 찾았다. 박 씨의 치아상태를 본 미국인 의사는 “이 치아를 누가 발치 하라고 하느냐? 잇몸 염증만 치료하면 건강한 치아로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박 씨는 1천3백 달러를 들여 45분 가량의 치료(잇몸수술)를 받았다. 수술 이후부터 박 씨는 정상적으로 음식물을 씹을 수 있게 되었으며 건강한 치아를 되찾았다. 이에 대해 한 양심적인 치과의사는 “의사들이 돈벌이에 혈안이 되면 환자는 봉으로 밖에 안 보인다”며 “한인사회에는 양심적인 실력있는 의사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질병 예방법부터 알려
주는 의사가 좋은 의사



이 밖에도 은퇴를 앞둔 의사들이 본지에 밝힌 실력 없는 한인의사들 사례는 20가지가 넘는다. 복통 환자를 제대로 검진하지 않아 충수 파열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도 있다. 또 생체검사 결과 전립선암 양성판정이 나왔지만 검사결과를 간과하고 아무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고열과 발진으로 시달리는 세균성 뇌수막염에 걸린 어린이에게 바이러스성 질환 진단을 내린 한인의사도 있다.


또한 뉴욕한인 신모(58)씨는 한인의사가 기관지염으로 진단을 내린 후 처방해 준대로 항생제를 구입해 복용했지만 호흡곤란 증상이 심해지고, 다리까지 부어오르는 증상을 보여 종합병원 응급실로 간 경우. 한편 미국의사들은 신 씨에게 심부전증에 의한 호흡곤란 및 부종증세란 진단을 내리고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게 했다.


한인의사 F 씨는 “내가 아는 의사들 중에도 양심적인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들이 모두 존재해 있다”면서 “의사가 병에 대한 예방방법 등을 알려주지 않은 채 수술부터 권하고 치료비에 대한 얘기를 한다면 비양심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F 씨는 “안과의사라면 노안(老眼)이 온 환자에게 눈에 좋은 음식물 섭취, 백내장, 녹내장 예방방법 등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치과의사라면 발치나 임프란트를 권하기 전에 옳은 칫솔질 방법, 클리닝(스켈링) 횟수, 잇몸 건강에 좋은 건강식품 등을 환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은 의사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실 실력 없는 의사들은 한인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의료업계에도 실력없는 의사는 많다. 미국의학회저널(JAMA)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직장암, 폐암, 유방암, 심장마비, 전립선암이 가장 흔하게 진단을 놓치는 질병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원들은 8백 36개의 의료 케이스를 통해 오진을 발견했으며 이것을 근거로 오진하기 쉬운 질환 10가지를 밝혀냈다. 


연구논문 공동 저자인 고든 쉬프 하버드의대 교수는 "진단을 통해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고 종종 간과된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매년 1천 2백만 명의 미국 성인이 외래 환자로 진료 중 오진 피해를 받고 있다. 이는 환자의 5%이지만 일부 전문가는 실제 비율은 더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병원에서 오진으로 매년 4만~8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JAMA 논문에 의하면, 미국 의료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오진하는 질환은 환자 안전 사고 보고서, 의료 과실 청구 등의 8백36개의 관련 사례로 정리했다. 가장 흔한 10가지는 대장암, 폐암,  유방암을 비롯해 심근경색(심장마비), 전립선암, 뇌졸중, 패혈증, 방광암, 폐색전증, 뇌출혈 등이다. 


이외 폐렴, 심부전, 신부전 및 요로 감염은 1차 진료 환경에서 흔히 놓치는 질병이다. 

또한 골절, 농양 및 대동맥류도 흔히 놓치고 있다. 한편 본지가 취재한 전문의들은 “오진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선 특정질병에 대해 최소 세 사람의 전문의로부터 소견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병진 · 안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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