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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약국들, 조제약(藥)값 폭리 심하다
  • 안상민 기자
  • 등록 2023-01-23 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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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회사 제품, 약국마다 10달러 이상 차이 나기도 

“바가지 약국은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이 최선”


 


 


10년 넘게 고혈압 증세를 보이고 있는 김태수(61·가명)씨는 하루라도 고혈압 약을 안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아마 그는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혈압약을 계속 먹어야 할 듯싶다. 의사는 살을 빼고 운동을 해야 혈압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쁜 김 씨에게는 꿈같은 얘기처럼 들린다. 


그는 의사의 처방대로 하루에 한 알 씩 혈압약과 아스피린을 장기복용 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겐 요즘 문제가 생겼다. 불경기로 인해 수입이 시원찮은 그에게 약값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뉴저지에 살며 플러싱으로 출근하는 생활을 해 오고 있기에 플러싱의 한 개인내과를 지정 의원으로 정해 놓고 다니고 있다. 


최근 내과 전문의를 찾은 김 씨는 “경제적으로 부담된다”며 “싸고 좋은 혈압약을 처방 해 줄 것”을 의사에게 요구한 적이 있다. 이에 전문의는 “요즘 그런 환자들이 많이 온다”면서 “나도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1백정짜리를 두 번 구입 할 수 있는 6개월치 약 처방전을 김 씨에게 써줬다. 


그러면서 의사는 “이 혈압약은 시중에서 한 알에 20 센트도 안 되는 까닭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씨는 자신의 집 근처인 뉴저지 한인타운에 위치한 A 약국을 찾았다. 하지만 이 약국 약사는 김 씨의 혈압약 1백정에 50 달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씨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약값이 비싼 듯해서 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질 않았다. 


며칠 후 김 씨는 자신의 직장 근처인 플러싱의 B 약국을 찾았다. 이곳 약사는 김 씨의 혈압약 1백정 값으로 42 달러를 달라고 했다. 뉴저지 약국과는 8 달러의 차이가 났다. 약값 차이가 큰 것을 알고는 김 씨는 내친 김에 한 곳의 약국을 더 찾았다. 플러싱의 C 약국을 찾은 김 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일부 한인약국의 바가지 상혼이 극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본문의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이곳에서 김 씨는 혈압약을 불과 28 달러에 구입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저지의 A 약국과는 무려 22 달러의 차이가 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 일까.

김 씨는 C 약국 약사에게 “왜 같은 제약회사 제품의 가격이 심한 차이가 나느냐”고 물었다. 


이에 약사는 “자동차 기름 값이 주유소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듯이 조제약 값도 약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약값이 지나치게 큰 차이가 나는것은 바가지 상혼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약사는 “한인사회 일부 약국이 비정상적으로 약값을 받고 있어 문제”라면서

“가격을 쉽게 알 수 있는 일반 매약과는 달리 조제약은 환자들이 값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인약국들의 조제약값 폭리는 결국 소비자들을 CVS와 같은 미국인 약국으로 향하게 만든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김 씨의 혈압약은 뉴저지 한인타운 인근의 미국인 약국과 퀸즈 CVS 약국에서는 각각 26 달러와 24 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김 씨와 유사한 경우는 한인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인환자가 적지 않은 심장병, 당뇨병 등의 약값 역시 약국마다 천차만별인 경우가 허다하다.


퀸즈 포레스트힐에 거주하는 심장병 환자 박모(60)씨는 “심장약의 경우 1백 달러이상 차이나는 일도 있다”면서 “환자들은 어려운 의학영어나 제약용어를 모르는 까닭에 약사들이 달라는 대로 약값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불경기에 약값이 부담되는 서민들이 많으므로 일부 한인약사들의 양심에 호소하고 싶다”며 “일부 약사들이 처방약값을 갖고 더 이상의 장난질을 하지 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한인약국들이 이처럼 환자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해도 제재 할 방법이 없다. 이는 자유시장 경제체재의 모순 아닌 모순이기 때문이다. 약사들 스스로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 현재 한인사회에는 약국들이 자체적으로 이 같은 문제점을 정화 하지 않은 이상 별다른 제재 장치가 없다. 


뉴욕에 한인약사회가 있다고는 하나 친목을 도모하는 이 단체에게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기는 무리이다. 결국은 모든 것이 소비자들의 몫이다. 전직 제약회사 직원 신모(46·퀸즈 베이사이드)씨는 “약값의 원가를 안다면 소비자들은 아마 깜짝 놀라고 말 것”이라면서 “같은 회사제품의 20 달러짜리 혈압약을 40 달러, 50 달러 받는 행위는 약국이 수십배의 폭리를 취하는 완전한 바가지 상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씨는 “이제는 소비자들이 약국 쇼핑을 다닐 때가 됐다”면서 “처방약은 최소한 3군데 정도의 약국을 다녀보고 가장 저렴한 곳에서 약을 구입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크리스 강 정의사회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일부 약사들의 폭리를 막기 위해 최소한 의사들이 약을 처방하면서 대략적인 시중가격과 추천약국을 알려주기 당부 한다”면서 “한인약국의 이러한 바가지 행위가 계속된다면 소비자들은 결국 ‘CVS’와 같은 미국계 약국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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