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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글-영어 혼용 간판조차 사용하지 마라
  • 임은주 기자
  • 등록 2023-02-12 0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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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레오니아 정부, 신규 한인업소들 상대로 언어차별(Language Discrimination)’ ••• 명백한 연방법 위반





                                           주다 지글러 (Judah Zeigler) 레오니아 시장.




 유별난 동네’ 레오니아,

한인들은 많이 살지만•••

 


뉴저지에는 레오니아(Leonia : 시장 주다 지글러)라는 동네가 있다정확히 말해 레오니아는 타운이 아니라 보로(Borough of Leonia)’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편의상 타운이라 지칭하겠다이 타운에는 2020년 인구조사 결과 약 9천명(8959)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이 가운데 백인 주민이 52.61%(478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인구는 39.65%(363)에 이른다.


아시안 인구의 대부분은 한인들이다. 9천명의 전체인구 중 1/3인 가량인 3천명 이상이 한인이다레오니아는 이웃 동네인 포트리팰리세이즈파크(이하 팰팍)와 함께 뉴저지 한인타운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하지만 동네 분위기는 포트리팰팍과 사뭇 다르다진취적인 다른 타운과 다르게 레오니아는 무척 보수적이다.


스트릭트(Strict : 엄격)’하다고 표현하는 한인들도 있다. ‘유별난 타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레오니아의 유별남은 지난 2018122일 조례를 만들어 출퇴근시간 때 일부 구간에 대해 비거주자 통행을 막으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 졌다당시 에지워터(Edge Water)에 사는 한 변호사는 통행금지는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레오니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해 830허드슨카운티 고등법원(Superior Court)레오니아 타운이 시행 중인 출•퇴근 혼잡 시간대 비거주자 통행금지 조례는 주정부의 승인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면서 비거주자 통행금지 조례를 시행하려면 주교통국으로부터 먼저 승인을 받으라고 명령했다이에 따라 1월부터 시행해온 혼잡시간대 비거주자 통행금지 조례는 7개월 만에 사라졌다.




                    2018년, 한인 상인 등이 레오니아 혼잡시간대 비거주자 통행금지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타운홀까지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당시 레오니아 정부는 인근 조지워싱턴 브릿지로 진입하는 외부차량이 교통 혼잡을 피해 타운의 좁은 도로로 우회해 주민들의 안전과 교통 체증 문제가 빚어지자 60여개 도로 구간에서 오전 6~10오후 4~9시 주 7일 동안 비거주자에 대한 통행을 금지시켰다하지만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레오니아 지역 상인들의 매출이 급감하자 방문객들의 통행만은 허용키로 결정했다당시 한인 상인들은 항의 시위를 벌이며 타운 정부의 조례 안에 불만을 표한 적이 있었다.


 

 타운에 이의 제기해

어렵게 두 글자’ 한글

사용하게 된 경우도 있어

 


2018모든 시선이 레오니아 비거주자 통행금지 사건에 쏠리고 있을 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 타운에서 벌어졌다.

이해 9브로드 애브뉴 332번지에 커피숍을 개업하려는 오모 씨()에게 타운 정부는 간판에 한국어를 사용하면 업소 허가를 내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업소 계약까지 마친 상태에서 오 씨는 무척이나 난감했다.

오 씨는 나는 간판 전체에 한글을 쓰려는 것도 아니었고 영어간판에 들어가는 찻잔 그림 안에 한글로 미뇽(Mignon : 프랑스어로 작고 귀여운이라는 뜻)’이라고 표시하려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뇽' 카페 업주 오모 씨는 간판에 한국어 '미뇽'이란 두 글자를 삽입하기 위해 타운정부를 상대로 투쟁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니아 타운 정부 측은 '허니 피그' 업주 임은진 씨에게 간판에 '꿀돼지'란 한국어를 사용하면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타운 정부는 이를 불허(不許했다뚜렷한 이유도 없었다차별이라고 생각한 오 씨는 개업을 미룬 채 타운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다오 씨의 항의에 타운 정부는 11월 공청회까지 열어 오 씨 업소의 개업을 어렵게 허가했다.


오 씨는 간판에 들어가는 미뇽이라는 한글이 전체의 1/10도 안되게 작아서 다행 이었다나는 한글 간판도 아닌 영어 간판을 내걸려고 했지만 타운 측이 작게 쓴 두 글자를 문제 삼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 레오니아에는 브로드 애브뉴를 중심으로 10여개의 한인 업소가 밀집해 있다한인이 경영하는 업소들 중에는 고객의 대부분이 한인인 식당반찬집건강센터를 비롯 타민족 고객도 상당수인 슈퍼마켓리커스토어약국침술원네일살롱치과, 치킨업소 등이 있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타운 측이 한국어 간판에 대해 차별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정확히 말해 앞서 언급한 2018미뇽 커피숍’ 개업 이후 부터이다그 이전에 개업한 한인업소들에 대해선 그랜드파더 규정(Grandfather Policy)’에 따라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이전 업소들 대부분은 현재 한글과 영어 겸용 간판을 사용하고 있다가야가든본촌치킨미소반선도 침술원하나 건강센터 등이 이에 해당된다본촌치킨 대표 씨는 우리는 개업한 지 오래 돼서 그런지 간판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타운정부가 신규업소들에 대해서 간판애 한글을 못쓰게 한다면 그건 분명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글 간판 사용금지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업소는 허니 피그(Honey Pig)’ 식당이다이 업소는 당초 간판에 영어 허니피그와 한국어 꿀돼지를 함께 사용하려고 했다하지만 지난 20206월 타운 측은 한글을 사용하면 업소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압박해 지금 어쩔 수없이 영어로만 ‘Honey Pig’라고 쓰인 간판을 달고 장사를 하고 있다.


허니 피그 식당 대표 임은진 씨는 한인 어르신들은 허니 피그가 무슨 뜻인지 몰라 식당을 못 찾고 헤매는 경우도 있다면서 간판 전체에 한글을 쓰겠다는 것도 아닌데 한글을 못 쓰게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 씨는 타운 정부 관계자로 알려진 건물주 씨 역시 간판에 한글을 쓰면 건물에 대한 리스(Lease)를 안 주겠다고 말했다면서 지금은 억울해도 참으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씨는 영어로만 간판을 달아 놓다 보니 모르는 손님들은 여기가 퓨전 한식 레스토랑으로 착각하기도 한다“‘꿀돼지라는 한국식 상호명을 겸용 할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주는 “374 브로드 애브뉴에서 장사를 하다가 폐업한 도깨비분식’ 자리에 들어선 츄츄 트레인(Choo Choo Train)’도 마찬가지의 경우로 알고 있다“(한인들은한국어 없이 영어 상호명만 갖고는 뭐하는 업소인지 알 길이 없다고 전했다.


이 업주는 레오니아가 모든 면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이런 언어 차별행위를 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라면서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지난번 통행금지 사건 때처럼 누군가가 나서서 타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전 팰팍에서 벌어진

일이 지금 레오니아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용식 전 시의원은 "시정부의 간판차별 행위는 명백한 연방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최용식(76) 전 시의원은 “10여 년 전 내가 시의원을 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 타운에서 한글차별 행위를 들어 본 적이 없다그러나 최근에 발생한 행위는 언어 차별(Language Discrimination)’이며 이는 명백한 연방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타운 정부에서 한글과 영어 혼용간판을 권유해 한인업소들이 이를 따른 적은 있다하지만 지금처럼 영어간판만 강요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최 전 의원은 분명 이 같은 차별행위를 타운 조례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일부 공무원들이 권한 남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이 지역에서 20년간 삼미식품을 운영한 최선일(74)씨는 내가 업소를 운영 할 때는 한글을 크게 써놓고 장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레오니아에 한인 인구가 급증하자 일부 공무원들이 한인사회를 견제하기 위해 장난질을 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30년 전 이웃 팰팍에서 벌어졌던 일이 지금 레오니아에서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라면서 이는 지역 한인들의 정치력과도 관련된 문제라고 전했다.

최 씨는 한인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정치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지역에 한인회나 상인번영회(상공회의소등의 단체 결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70년대부터 레오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최용식 전 의원은 과거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이 지역에 한인상인번영회가 조직돼 내가 회장을 했었다그 이후에는 조직이 와해돼 이 지역에서 한인상인들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한인들이 이 지역에 단체를 만들어 타운 정부와 대응 할 정치적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레오니아에는 이웃 동네인 포트리나 팰팍과는 다르게 한인회나 상공회의소 등의 한인단체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다만 노인단체인 뉴저지상록회(회장 차영자)가 사무실을 두고 있을 뿐이다현재 레오니아 타운에도 한인사회를 위해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인이 있기는 하다.



                                                                 조앤 최(Joanne Choi) 레오니아 시의장.


                    최범진(미국명 벤자민 최 : Benjamin Choi) 레오니아 보로 판사.




그 한인은 시의장을 맡고 있는 조앤 최(·Joanne Choi Terrell) 시의원하지만 최 의장은 한인사회의 실정에 대해 전혀 모르는 1.5세 영어권 한인이다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업주는 처음에 우리는 최 의장에 대해 많은 기대를 했었다그러나 최 의장이 한국어도 익숙하지 않은데다 한인사회와 전혀 교류가 없어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다


레오니아 의회는 최 의장을 포함해 6명의 의원이 일하고 있다또한 레오니아에는 최범진 타운 판사(전 시의원)도 있지만 그는 현직 판사이기에 모든 면에서 조심스럽다기자가 이번 차별행위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시의원으로 재임 할 당시그런 조례는 들어 본 적이 없다현직 판사로서 더 이상의 답변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인인구 아무리 많아도

정치력 약하면 무시 당해  

••• 뉴저지한인회가 나서야


 

브로드애브뉴에서 만난 50대 주민 김모()씨는 레오니아는 뉴저지한인사회에서 외로운 섬’ 같은 곳이라면서 이 지역 한인들 중에는 레오니아가 베드 타운(Bed Town)’ 역할 밖에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웃 팰팍에는 뉴저지한인회 사무실을 비롯해 각종 권익단체가 위치해 있지만 레오니아에는 아무런 단체도 없다면서 포트리나 팰팍한인회가 나서서 포트리·레오니아한인회’ 또는 팰팍·레오니아한인회를 만들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다.


한인 상인 씨는 앞으로 레오니아에서 거주하거나 비즈니스를 하기 원하는 한인들은 이 곳이 모든 면에서 까다롭다는 것을 잘 알고 왔으면 좋겠다”며 솔직히 타운이 이웃 팰팍과 다르게 활기차게 발전하는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씨는 레오니아는 수십 년이 지나도 신축 상가가 들어서거나 업소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없는 곳이라면서 아마도 보수적 성향의 주민들이 동네가 팰팍 처럼 변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에 간판 차별문제도 등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씨는 이 곳에 한인단체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뉴저지한인회를 비롯한 한인단체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앞으로 한인들이 이 타운을 활기차게 바꿔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이창헌 뉴저지한인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분명한 차별행위"라면서 "타운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내용을 자세히 알아본 후 대응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발언과는 달리 2022년 12월 현재 레오니아 정부의 한국어 간판 차별행위는 변함이 없다. 이는 레오니아가 이웃 동네인 팰팍 처럼 '코리아운'으로 변모하는 것이 싫다는 의사 표시 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한국인의 위상이 높아가는 요즈음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고 있는 레오니아 정부는 분명 연방법을 위반 하는 '중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연방 법무부 민권국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각종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연방 민권법은 국적인종피부색종교장애성별언어(문자), 가족 상황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또한 원국적 차별을 금지하는 법들은 사람의 출생지조상문화 또는 언어(문자)를 근거로 한 차별을 불법화한다.


이것은 ▲ 어떠한 사람들이나 그들의 가족이 다른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 어느 원국적 집단과 관련된 이름이나 억양을 가졌기 때문에 ▲ 영어 구사 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 어느 원국적 집단과 관련된 특정 풍습을 따르기 때문에 ▲ 어느 특정 원국적의 사람들과 결혼하였거나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동등한 기회를 거부 당할 수 없음을 뜻 한다” 


이는 레오니아 정부 관계자들이 잘 새겨들어야 할 규정이다. 지금 레오니아 정부는 분명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한인들의 투쟁이 필요한 시기이다.


임은주 기자







 레오니아 타운 정부의 간판 차별은 카페 '미뇽'이 개업할 무렵인 2018년 이후 부터 인 것으로 알려졌다.그 이전에 개업한 한인업소들은 그랜드파더 규정(Grandfather Policy)’에 따라 한글.영어 혼용 간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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