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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시 전쟁 나면 어디로 가야 하나?
  • 임종규 • 최영수 기자
  • 등록 2024-09-12 12:38:30
  • 수정 2024-09-12 14: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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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한반도 유사시 '민간인철수계획(NEO)' 세부내용 입수





 

한반도 유사시 한국 거주 미국인들은 미국 정부와 미군이 마련한 NEO 계획에 따라 미군이 마련한 비행기 또는 배를 타고 1차 집결지인 일본으로 철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은 미군가족과 군무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한 두 차례 철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 장기체류 美 시민권자 20만명 ... 만약 대비해 행동요령 알고 있어야



만약 한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북한과 전쟁이 난다면 난 어떡해야하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병역을 마친 영주권자 2030대 남성들이야 당연히 대한민국 국적자이니까 예비군에 편입돼 전투에 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자들이나 노인어린이여성 영주권자들은 입장이 다를 수 있다이럴 때를 대비해 미국정부는 지난 1996년부터 비전투요원(민간인)철수계획(NEO : 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을 마련하고 매년 한 두 차례씩 미군 가족 등을 대상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훈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3만명의 미군 가족과  군무원일 뿐여타 민간인들이 훈련에 참가한 적은 한 번도 없다이유는 한국에 체류하는 시민권자 미국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22년 현재 한미 당국은 한국에 장기체류하는 미국인(민간인)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이는 상당수 미주한인이 포함된 수치이다20만명 중에는 미군 가족을 비롯 군무원, 원어민 교사사업가유학생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미국 시민권자들이 한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5명 중 3명이 시민권자임을 감안 할 때 적지 않은 미주한인들이 한국에 장기체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그렇다면 이들은 한반도 유사시 자신들의 행동요령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이 점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동포들은 극소수에 불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타민족 미국인들은 전쟁 발발시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서울에서 무역업을 하며 8년 째 거주하고 있는 토니 모건(51)씨는 미국인 지인들끼리 모이면 가끔 이와 관련된 얘기를 한다면서 아무래도 지인들 중에 는 미군 가족도 있기 때문 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 씨는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행동요령은 알고 있어야 한다나는 유사시 용산기지나 잠실체육관으로 집결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5년째 경기도에 거주하는 영어강사 미쉘 베이커(·39)씨는 미국인 친구들은 대부분 유사시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다면서 난 전쟁이 발발하면 목동스케이트장이나 평택기지로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베이커 씨는 솔직히 한국에 오면서 전쟁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안 갖고 왔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늘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에 반해 기자가 서울에서 만난 10여명의 미주한인은 미국정부의 비전투요원철수작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전무했다


미군 군무원 출신인 한모(61·버지니아 거주)씨만이 이 점을 숙지하고 있었다사업관계로 한국에 7개월째 거주중이라는 한 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시민권자 친구들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전쟁나면 어디로 갈거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한 씨는 한국에 주둔 중인 미8(육군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한국어와 영어로 한반도 전쟁발발시 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있다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한국체류 미주동포들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한 씨가 말한 8군 웹사이트에는 한국전 발발시 시민권자와 가족 등 민간인들의 철수계획 개요(槪要)가 잘 나와 있다.


이 개요에는 한국 철수 시 준비물행동요령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심지어 애완동물 동반시 주의사항까지 명기돼 있다하지만 이 계획서에는 전쟁 발발시 NEO 담당관이 전화나 직접방문을 통해 집결지를 알려 준다고만 명기돼 있어 과연 혼란시기에 이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또 이 개요만 갖고는 유사시 어디에 집결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전쟁 발발 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한미군의 지역라디오 주파수들도 명기돼 있지만 평소 철수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제대로 알 수 없는 부분이다따라서 이 계획서는 사전에 연락처를 등록해 놓은 군인 가족이나 군무원들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철수훈련을 받지 않은 미주한인들을 위한 알기 쉬운 방법은 없을까기본적인 것은 8군 웹사이트에 공개된 한국어 NEO 계획서를 참고하면 된다이 계획서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은 지금부터 〈뉴스메이커〉가 공개토록 하겠다.


 


주한미군은 한국어와 영어로 된 한반도 유사시 '민간인철수작전(NEO)' 계획서를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있다.



"시민권자들은 18개 허브(HUB)기지에 집결한 후 일본 거쳐 미국으로 철수"

  


최근 본지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정부 관계자로부터 기존 철수계획을 포함 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입수 할 수 있었다이 정부 관계자는 대략적인 민간인 철수계획은 군사비밀도 아니고 대외비도 아닌 한국 체류 미국인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일반정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철수계획서는 국무부와 국방부가 필요에 따라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들이라고 말했다이 계획서에 따르면 긴급 철수작전이 시작되면 미국 국적 민간인들은 여권 등의 신분증을 소지하고 서울 용산기지 등 전국 18개 집결지와 대피 통제소에 모이게 된다.


한반도 유사시 대피 1순위는 주한미군의 배우자와 직계가족군무원미국정부 관료 등이다이들은 공군 수송기를 이용 할 계획이다이어 2순위는 기타 미국 시민권자들이다. 3순위는 미국 시민권자의 직계가족들이다. 3순위 해당자는 한국정부가 제공하는 열차를 이용부산으로 간 다음 배편으로 일본으로 향하게 된다


미국 영주권자들의 소개(疏開)는 시민권자들을 철수시킨 다음 운송체계에 능력이 있을 경우 한국정부가 협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미국정부는 NEO계획에 따른 훈련을 매년 봄가을에 걸쳐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CCE(The Courageous Channel Exercise)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지가 입수한 철수계획에는 일본을 1차 총 집결지로 해서 알라스카하와이푸에르토리코를 포함한 미국내 16개 미군 기지가 최종철수지로 되어 있다철수작전은 15일을 넘지 않을 계획이며 빠르면 48시간 안에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현재 주한미대사관과 주한미군은 미군 가족과 미국시민 등 한국 내 민간인을 20만 명(미군 제외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유사시 이들 중 일부는 배로일부는 항공기를 통해 일본으로 철수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긴급사태가 발생하고 일단 철수령이 떨어지면 서울 일원(서울 이북 경기도와 강원도 포함)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용산기지(YONGSAN GARRISON), 잠실체육관목동 스케이트장 등에 집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경기도 남부지역이나 충청도 지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평택 미군기지(USAG HUMPHREYS) 또는 오산(송탄공군기지(OSAN AIR BASE)에 모이게 된다특히 동북아 최대규모인 평택 기지는 단순히 규모뿐 아니라 미군의 동북아 거점 기지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인근 오산 미 공군 기지와 평택 2함대를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기지로, 유사시 미 신속 대응군이 출동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기지 내에 철도 차량 기지가 있어 유사시 부산 등으로 도착하는 대규모 증원 병력과 물자·장비를 신속하게 집결시킬 수 있다. 전쟁 발발 시 한국 내 미국인을 한반도 밖으로 대피시키는 NEO계획을 펴기에도 훨씬 유리하다. 평택항, 평택역, 오산 기지 등은 유사시 주일 미군 기지 등에서 급파되는 미 증원 전력을 신속하게 전개하는 '입구'인 동시에 비전투원을 소개하는 '출구'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북부, 강원도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한반도 전쟁 발발시 잠실체육관(위 사진), 목동 스케이트장(아이스 링크), 용산기지 등에 집결 하면 된다.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에 체류하는 미국인들은 대구에 있는 미군기지(CAMP WALKER)나 왜관 미군기지(CAMP CARROLL) 또는 포항 해병대기지(CAMP MUJUK)에 집합하면 된다또 진해 해군기지(CFA CHINHAE)나 군산 공군기지(KUNSAN AIR BASE)에 집결해도 된다


한국내 18개 집결장소에 분산 집합한 미국인들은 미군용 선박이나 여객기 또는 화물기를 통해 일본 미군기지로 철수한 후다시 미 본토로 향하는 항공기나 선박을 이용해 16개 최종 철수지역으로 이동한다철수계획에 따르면 영국캐나다호주 등 미국 우방국가는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철수에 미국정부의 협조를 받는다


미국정부는 비상사태시 일차적으로 미국시민을 철수시킨 후 미국과 협약을 맺은 영국캐나다호주 등의 시민을 철수시킬 계획이다일본 역시 나름대로 자국민 철수계획을 갖고 있지만 한국정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유사시 한국에 체류 중인 27천여 일본인 중 상당수를 부산에 집결시킨 후 쓰시마(對馬)를 경유해 귀국시키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일본은 1차적으로 한국에 있는 자국민을 민항기로 귀국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민항기가 뜨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면 외무성이 마련한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이러고도 남은 일본인들은 부산으로 이동시켜 배로 쓰시마로 귀국시킨다는 것이다부산에서 쓰시마까지 거리는 약 49.5㎞ 정도로 일반 여객선으로도 50분이면 닿는다


이밖에 필리핀태국뉴질랜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외국 대사관들도 자체적인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이들 대사관들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자국민들의 비상시 연락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동북아 최대규모의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평택기지) 역시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 거주 미국인들의 집결지로 사용된다. 위쪽 사진은 지난 2017년 7월 11일 열린 미8군사령부 신청사 개관식 및 워커 장군 동상 제막식 모습. 



한국거주 미국인 철수에는 일본정부의 협조가 절대적


 

한미연합사에 근무하며 민간인 철수훈련을 참관한 적이 있다는 한국군 예비역 대령 A씨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인들의 철수작전에는 일본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국 거주 미국인 철수훈련은 일단 긴급상황 발생시 미군 가족과 비필수 군무원군무원 가족민간인들을 지역 컨트롤 센터(Control Center : 허브기지)에 모이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센터에서 단계별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엄격한 보안 통제 하에 바코드가 내장된 흰색밴드(하얀색 팔찌)를 지급받는다훈련 참가 민간인들은 자신들이 허브기지로 타고 온 차량 열쇠를 미군들에게 맡기게 되고 군인들은 이 차를 안전한 지역으로 옮긴다. 훈련 중에는 화생방마스크 등이 지급돼 착용훈련을 하게 되며 일부 지원자들은 실제로 오산 공군기지에서 수송기를 타고 일본 미군기지로 이동하게 된다.


문제는 실제상항이 발생하면 일본이 고분고분하게 미국의 말을 따를 것이냐는 것이다일본으로 미국인들을 대피시키는 대가로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 대한 고려를 해 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일본이 자국민은 내버려두고 미국인들만 탈출시키는 계획에 협조할 리가 만무하다고 본다.


한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예비역 미군중령 씨는 나는 미국정부와 미군의 철수계획을 신뢰하지만 한반도 유사시 어느 정도의 미국인 희생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씨는 우선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또 유사시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 등 시골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집결지에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계획은 한국정부와의 긴밀한 사전조율 및 전폭적인 협조 없이는 실행이 어렵다한국정부가 열차편 및 경찰병력 등을 제공해 협조하지 않으면 민간인 20만 명을 18개 집결지로 대피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미국정부와 미군 측은 민간인 철수에 대해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주한미군 관계자는 주한미군과 미 태평양육군사령부는 한반도 유사시 집결 장소 운영과 같은 전술적인 부분부터 모든 계획을 총괄하는 작전과 전략적인 부분을 점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비전투요원 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태평양육군사령부가 비전투요원소개계획의 군사적 측면을 개발하고국무부는 이 계획의 총괄적 책임을 지게 된다기밀로 분류된 해당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하지만 비전투요원 철수 명령이 떨어지면 한반도에서 이들을 데리고 나오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체계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유엔군사령부 역시 민간인 철수계획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 기준이 되는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한편 사업차 서울에 3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최모(51·뉴저지)씨는 대한민국에 절대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고국을 방문하거나 거주하는 재미동포들은 NEO계획에 대한 경각심(警覺心)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씨는 만약을 대비하는 것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후 주한미국대사관 뿐만 아니라 미주한인단체와 언론들도 NEO계획에 대한 홍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뉴욕=임종규 선임기자

서울=최영수 기자



                                                   NEO 훈련에 참가한 주한미군 가족들의 모습.




                                         한반도 유사시 NEO계획의 실무 부서인 미태평양육군사령부 마크(위)와 주한미군 부대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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