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경력의 한인 택시기사가 말하는 뉴욕경찰 이야기
나는 주간 근무를 하면서 맨해튼을 벗어나는 손님을 만나는 것을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다. 교통정체 때문에 장사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본문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아시안 승객 대부분은 팁(Tip)이 짜며, 흑인승객들 가운데 70%는 팁을 안줘“
나는 60대 택시 운전기사이다. 한국에서 지방대학을 나온 나는 지역 월간지에서 일하다 지난 1991년 미국에 왔다. 도미(渡美)후에는 브로드웨이 도매상 등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남에게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이 그리워 지난 2000년부터 택시운전의 길에 뛰어들었다.
난 그동안 한인 콜택시, 우버(Uber)기사로도 일했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노란택시(Yellow Cab)’가 제일 속 편해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전체 운전기사 생활 22년 가운데 총 17년을 노란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다. 노란택시 기사 생활을 하면 한국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어떻게 보면 내게는 이게 큰 장점 일수도 있다.
한인 콜택시 운전을 하며 만난 승객들은 나를 상대로 ‘신상털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향이 어디세요?”, “언제 미국 왔어요?”부터 시작해서 “하루에 얼마 벌어요?”까지 묻고는 했다. 나는 이게 너무 싫었다. 어떤 때는 인생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란 택시를 운전하며 어쩌다 만나는 한인 승객은 한국어를 잘 못하는 2세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자신이 먼저 ‘코리안 아메리칸’이라고 밝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국식 억양의 영어를 하는 -이민 1세 아저씨인- 나와의 거리감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한인 2세라는 사실도 그들이 택시 안에서 나누는 전화통화 내용을 듣고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화통화 중 ‘엄마’, ‘아빠’, ‘알았어’, ‘이따가 봐’ 같은 한국말을 듣고는 그들이 2세라는 사실을 안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노란택시를 타는 중국인, 일본인도 극소수이다. 그나마 인도계가 아시안 중에는 제일 자주 만나는 승객들이다. 노란 택시의 주요 승객은 백인들이다. 내 경우 승객 중 85%가량이 백인들이고 나머지는 아시안, 흑인, 히스패닉들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인종차별이라고 욕 할지 모르겠지만 난 솔직히 백인 승객들을 선호한다.
소수민족 승객들 상당수는 팁(Tip)을 안 주거나 형편없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흑인들은 팁을 안주는 경우가 70%이며 인도, 중국인을 비롯 아시안 대부분은 팁에 대해 짜다.
중국인들 중 본토에서 온 사람들 상당수는 팁을 안 준다. 하지만 홍콩, 대만 출신들은 적은 액수라도 팁을 준다. 중국어 억양의 영어를 하는 승객을 태우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백발백중(百發百中)으로 이를 알 수 있다.
팁을 후하게 주는 사람들은 주로 백인 관광객들과 중년 남성들이다. 그 다음이 백인 중년 여성들과 노인들이다. 백인들도 젊은이들은 팁을 적게 준다. 20달러 넘는 요금에 1달러 팁을 주기 일쑤다. 나의 주요 일터는 맨해튼이다.
10시간 일하는 동안 맨해튼을 벗어나는 경우는 공항손님을 제외하면 일주일 동안 2∼3번에 불과하다. 지금은 주간근무(Day Shift)를 하니까 그렇지 야간근무(Night Shift)를 할 때는 하루에도 한 두 차례 퀸즈, 브롱스, 브루클린 지역을 왕래했었다.
밤 근무를 할 때는 교통체증이 별로 없어 맨해튼 이외의 지역을 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빨리 갔다가 빨리 맨해튼으로 ‘복귀’하면 됐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주간근무를 하면 얘기가 다르다. “갔다가 어떻게 다시 맨해튼으로 돌아오지” 뉴욕시의 교통체증은 택시기사들을 미치게 만든다.
특히 맨해튼으로 진입하는 퀸즈보로 브릿지, 윌리암스버그 브릿지 등은 최악이다. 또한 이들 다리와 연결되는 BQE, LIE 등의 고속도로 교통상황은 나의 장사를 망치게 하기 일쑤이다.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오늘은 제발 맨해튼에서만 왔다 갔다 하게 해 주소서”
“뉴욕시 경찰청(NYPD)이 언론에 ‘티켓 할당량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거짓말“
뉴욕시 택시운전 기사를 20년 넘게 하다 보니 별의 별 경찰들을 다 만나 봤다. 그야말로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이상한 경찰 모두를 만나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시 경찰 수가 미국 최대 규모인 3만6천명(2020년 기준)이니 별별 인간들이 다 있을 것이다. 내가 길거리에서 만난 경찰들(티켓을 발급한 경찰들) 중 50% 정도는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경찰과 관련한 경험담을 얘기하려면 밤새워 얘기해도 못 할 정도로 할 말이 많다.
지난 25년 동안 난 뉴욕시 경찰로부터 20장이 넘는 교통티켓을 받았다. 이 중에는 벌점이나 벌금과 관련 없이 ‘헤드 라이트(전조등 : Head Light)’, ‘브레이크 라이트(Break Light)’, 후미등(Tail Light), 번호판 등(燈)이 안 켜져서 받는 티켓도 있다.
차량 전구의 수명이 다 돼서 켜지지 않으면 이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이 티켓을 받고 전구만 갈아 끼운 후 24시간 내로 아무 경찰서나 가서 ‘정상’이란 확인만 받으면 티켓은 무효화 된다. 하지만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만 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 티켓을 발급하는 경찰들의 태도이다.
한 번은 ‘외눈박이’ 택시로 맨해튼 다운타운 소호(SOHO)에서 퀸즈 차고지까지 가는 동안 경찰에게 세 번이나 붙잡혔다. 나는 두 번째, 세 번째 경찰들에게는 이미 받은 티켓을 보여주며 “벌써 티켓 받았어요”라고 외쳤다. 두 번째 내 택시를 적발한 경찰차는 파크(Park)애브뉴에서 마치 큰 범죄자라도 만난 듯 급하게 유턴을 하며 내 차를 세웠다.
그러나 내가 이미 티켓을 받은 사실을 안 두 명의 경찰은 매우 ‘서운해’하는 눈치였다.이 모습을 보며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곤 생각했다. “아... 이 친구들에게 티켓 할당량이 있나 보구나” 몇 년 전 뉴욕시 경찰청(NYPD)은 “‘티켓 할당량이 일선경찰에게 있다”는 언론보도에 “‘티켓 할당량’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식부인 했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해 보니 뉴욕시 경찰청의 이 말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작년에도 웃기는 일이 또 있었다. 평일 저녁, 미드타운에서 빨간불에 걸려 정차해 있는데 경찰차가 옆으로 다가왔다. 경찰차에서 내린 경관이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나 좀 도와줘요”
“뭔데요?”
“그대로 움직이지 말고 차안에 가만히 있어요”
이 말을 한 후 경찰은 내게 ‘헤드 라이트 티켓(Head Light Out Ticket)’을 발급했다. 20대 젊은 경찰이었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경찰차가 떠난 후 확인해 보니 내 택시 헤드 라이트는 완벽하게 멀쩡했다. 그날, 나는 일이 끝나자마자 티켓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차고지 인근 경찰서로 향하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나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 뉴욕시 경찰들이 ‘안 됐다’,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저럴까” 3만 6천명의 경찰 대부분에게는 승진에 대한 경쟁과 압박감이 무척 심할 것이다. 또한 업무에 대한 증명을 티켓발부로 해야만 하는 점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무차별 티켓 발급행태는 반드시 고쳐져야만 한다.
내가 경험한 뉴욕시 경찰의 어이없는 행태는 이밖에도 적지 않았다. 택시 바퀴가 횡단보도 선(Line)에 닿은 상태에서 승객을 승차시켰다고 분홍색 ‘범죄 티켓(Criminal Ticket)’을 발급한 경찰도 있었다. 이때는 승객도 나와 함께 분개해 했다.
나는 이 티켓을 받고 맨해튼 다운타운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형사법원에 두 번이나 출석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판사는 “어떻게 경찰이 이런 일로 교통위반 티켓이 아닌 형사범죄 티켓을 발급 할 수 있느냐”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또 몇 년 전 어느 날 밤에는 9애브뷰 46스트리트로 조심스럽게 좌회전을 하는데 경찰차가 내 차를 정차시켰다. 그리곤 경관이 다가와 내게 물었다.
“혹시 그동안 티켓 받은 것 많아요?”
“아뇨. 내 라이센스(운전기록) 깨끗한데요”
“알았어요”
이렇게 말한 후 그는 내게 티켓을 발급했다. 내가 ‘난폭한 운전(Reckless Driving)’을 했단다. 이쯤 되면 코미디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설마’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내가 직접 겪은 일이며 엄연한 뉴욕시의 현실이다.
아마 일반차량들에게는 이렇게 하지 못 할 것이다. 하지만 TLC (Taxi and Limousine Commission) 번호판을 부착한 콜택시, 우버차량, 노란택시, 초록택시(Green Cab)들은 경찰의 손쉬운 먹이 감인 것이다.
이밖에도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뒤돌아선 행인을 칠 뻔했다며 티켓을 세장 발급한 경찰, 펜스테이션(Penn Station) 앞에 불법주차한 차 옆에 승객을 내려줬다며 두 장의 티켓을 발급한 경찰, 브루클린 좁은 스트리트에 승객을 하차하고 있는데 ‘교통흐름을 방해했다’며 티켓을 발급한 경찰, 티켓을 발급하며 계속 F자로 시작하는 욕을 하는 경찰 등 어이없는 경찰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뉴욕시 경찰의 무차별 티켓 발급에 교통티켓 전문 변호사만 좋은 일 시켜 줘
그동안 수십 장의 티켓을 받았지만 나는 앞서 말한 형사법원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교통법원(Traffic Court)에 출석한 적이 없다. 교통법원에 가서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서 고생하고 일당을 날리는 것 보다 교통티켓 전문 변호사가 내 일을 대신하는 것이 훨씬 손쉽기 때문이다.
교통티켓 한 장당 변호사 비용은 1백 50달러. 나는 경험한 적이 없지만 티켓당 1백 25달러를 받는 변호사도 있고 1백 80달러를 받는 변호사도 있다고 한다. 뉴욕시 경찰의 무차별 티켓 발급에 결국 변호사만 좋은 일 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택시 운전기사들 사이에선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 전화번호를 공유하곤 한다.
변호사가 교통법원에 나가 재판에 패소하면 난 변호사를 다른 변호사로 바꾸곤 했다. 지금까지 3명의 변호사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내가 받은 20여장의 티켓 중 내 스스로가 ‘잘못했다’고 인정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5장뿐이었다.
얼마 전에도 나는 경찰로부터 어이없는 티켓을 한 장 받았다. 이제는 뉴욕시 경찰의 저질스런 행동에 화도 나질 않는다. 노란택시는 버스 정류장에서 손님을 태워도 불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나에게 티켓을 발부했다.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다.
티켓에 발급 사유를 ‘버스레인 운전(Operation Bus Lane)’이라고 적어놓았다.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뉴욕시 경찰청장은 일선 경찰들의 이런 행동을 알고는 있을까. 경찰들의 이런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0년 전에는 브레이크 소음이 심하다고 내 택시를 정차시킨 후 권총을 빼든 경찰도 있었다.
뉴욕시는 지금 잘 못 돌아가고 있다. 정직해야 할 경찰들부터가 거짓을 일삼고 있는 까닭이다. 오죽하면 예전 라과디아 공항 택시주차장 화장실에 이런 낙서가 적혀 있었었을까. ‘뉴욕시 경찰은 마피아와 같다(NYPD=Mafia)’ 내가 만난 경찰 중에는 물론 좋은 경찰도 있었다.
하지만 나쁜 경찰들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그들의 좋은 점이 선뜩 생각나질 않는다.
▲ 요금을 안 내고 도망가는 승객을 추적해 잡아 준 브루클린 경찰 ▲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승객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준 맨해튼 경찰 ▲ 접촉사고를 당한 나를 위로해 주며 따뜻한 말을 건네 준 퀸즈 경찰 ▲ 새벽 3시에 고장 난 택시 옆에서 견인차량이 올 때까지 나와 함께 있어 준 스태튼아일랜드 경찰 등 모두가 고마울 뿐이다.
또한 티켓을 발급하면서 예의바른 경찰을 만나면 속으로 “그래. 재정이 부족한 뉴욕시에 세금 낸다고 생각하지”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기도 했다. 난 택시운전을 하기에 앞서 늘 기도를 한다. “
오늘도 사고 나지 말고, 진상 손님 안 만나게 해 주세요. 그리고 제발 길거리에서 경찰 안 만나게 해 주세요.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이렇게 매일 간절히 기도를 해도 어찌 된 일인지 진상 손님을 만나고, 티켓 발급에 혈안이 된 경찰들을 피할 수가 없다. 에고...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제임스 최(가명·뉴욕시 퀸즈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