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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 이명박 정권은 출범 직후 영부인 때문에 큰 곤욕 치렀다
  • 임종규 선임기자
  • 등록 2024-09-12 13: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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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와 선거캠프 홍보책임자 뇌물문제로 전전긍긍  … 본지 1년간 심층취재





 많은 사람들은 2008년 2월 25일 출범한 이명박 정권의 첫번째 위기로 '광우병 사태'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본지가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은 그 이전에 이미 큰 위기가 한차례 있었다. 

 자신의 부인이 대통령 후보시절 수천만원 짜리의 뇌물성 명품가방을 받은데다 선거캠프 홍보 책임자가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전긍긍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거짓말이 더욱 화를 키웠다. 

 그동안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을 본지가 최초 공개한다. 본지는 지난 2007년 중반부터 2008년 중반 까지 약 1년 동안 두 사건의 발단과 마무리 과정을 모두 취재한 유일한 언론매체이다. 편집자 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한 김윤옥 여사 가방사건이란?


 Case #1: 뉴욕 금은방업주 이순례 씨 사건




                                      김윤옥 여사가 들고 다니던 주황색 에르메스 가방. 이순례 씨가 전달한 가방으로 추정된다.

 


김윤옥 여사 가방사건은 지난 2007819일 열린 대선후보 경선을 겸한 한나라당 전당대회 직전 뉴욕동포 이순례(·1958년생)씨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3천만 짜리(이순례 씨 주장) ‘에르메스(Hermes)’ 명품가방을 선물한 일을 말한다.


이 씨는 당시 뉴욕시 퀸즈 베이사이드에서 모델보석이란 소규모 금은방을 경영하고 있었다김 여사에게 가방을 전달한 장소는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내 중국식당 도림(桃林)이었다이 자리에는 김 여사와 이 씨를 비롯 김용걸(당시 70대) 성공회 신부김 신부의 비서역할을 하던 주재현 씨(일명 주 박사), 김 여사와 그의 비서가 참석했다


문제는 이 가방이 단순한 선물이 아닌 뇌물성이라는데 있다. 김 신부이 씨주 씨는 이명박 예비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파주영어마을과 같은 대규모 영어마을을 건립하기 위한 로비를 하기로 공모했기 때문이다그들은 로비의 전초전으로 김 여사에게 가방을 전달 한 것이었다


이후 이 씨는 기자에게 “(김 여사에게가방을 전달 할 때 영어마을 사업계획서도 함께 전했다면서 가방은 정확히 말해 김 신부를 통해 건넸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여사는 가방을 전달 받은 후 빈 가방을 열어 보며 이 씨에게 고마움을 표했다평소 명품가방을 애용하던 김윤옥 여사는 200710월 큰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김윤옥 여사에게 뇌물성 명품가방을 전달한 이순례 씨.



그해 1023일 국회 재정경제위 국정감사에서 송영길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김 여사가 에르메스 가방(하늘색)을 든 사진을 공개하며 “1천만원이 넘는 가방을 든 사람이 월 15천원의 건강보험료를 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가방은 셋째 사위 조현범(전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 대표)씨가 김 여사에게 선물한 것으로 밝혀져 뇌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하지만 이 때는 이미 이명박 후보가 대선 가도를 질주 할 시기였기에 후폭풍은 거셌다송 의원의 발언과 언론보도에 놀란 김 여사는 장녀 주연 씨를 시켜 이 씨가 전달한 가방을 이 씨의 측근인 김용걸 신부에게 되돌려줬다이 때가 200710월말이었다.


그러나 가방을 돌려받은 김 신부는 무려 8개월 동안 가방의 원래 주인인 이순례 씨에게 가방을 되돌려주지 않는 배달사고를 일으켰다이로 인해 이 씨와 김 신부의 갈등은 심화됐다두 사람간의 갈등은 2022년 현재 지금까지도 풀릴 줄을 모르고 있다이 씨가 김 신부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부분은 가방 안에 위로금이 들어있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의원(1957년생.2019년 사망)과 그의 측근 씨(1962년생.당시 언론인)가 20085월 기자를 통해 이순례 씨에게 위로금 2천만원과 김 신부가 갖고 있는 가방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이즈음 이 씨는 이 제안을 거절하고 청와대까지 찾아가 무려 20억원의 돈을 김 여사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김 여사 측은 한 푼도 이 씨에게 돈을 건네지 않고 경찰청 특수수사대에 사건을 넘겼다경찰청 특수수사대는 이 씨를 미행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청와대 역시 그가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청와대 입장에서는 호재가 생겼다. 이 씨가 경찰에 사기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 


이 씨가 한국으로 가져가 지인들에게 판매한 보석의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경찰청 특수수사대는 이 사건을 무마하며 이 씨와 '딜(deal)'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피해자 측과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여 형사처벌을 안 받게 할 테니 당신도 김 여사 가방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어라" 

자세한 내용은 '대통령 영부인을 협박한 뉴욕 한인여성' 1탄, 2탄 기사 참조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김 여사 측으로 부터 아무런 위로금을 받지 못한 이 씨는 당초 정두언 의원 측이 제시한 2천만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지금도 김 신부를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기자의 취재결과 비록 김 신부가 배달사고는 일으켰지만 돌려받은 가방은 처음 김 여사에게 전달 할 때처럼 빈가방이었다.


기자가 사건 관련자들과 측근들을 각기 열 차례 이상 만났지만 가방 외에 돈이 오고갔다는 증언은 단 한 번도 없었다기자는 20078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무렵 김윤옥 여사 가방사건을 인지하고 취재에 돌입한 후 2008년 여름사건이 마무리 될 때까지 취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대선 홍보물 수주(受注)를 위한 협박 사건이란


 Case #2: 뉴욕동포 인쇄업자 강모 씨 사건



2007년 봄한국을 방문한 기자에게 정두언 의원의 측근 씨가 뉴욕의 한인 인쇄업자 강모(·1956년생)사장을 아느냐고 물어왔다이에 기자는 평소 친분이 있던 강 사장에 대해 잘 안다성실하게 일하는 동포여성이라고 대답을 해줬다.



     2007년 8월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 뉴욕의 인쇄업자 강모 씨는 이명박 후보의 홍보물 제작을 담당했었다. 



씨가 강 사장에 대해 물어 본 이유는 강 사장이 이해 12월 열리는 한나라당 대선의 홍보물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당시 한나라당 대선 홍보물 예산은 무려 3백억원이 넘었다.

 

강 사장에 대해 좋은 평을 얻은 씨는 강 사장에게 대선 홍보물 수주를 위해선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 예비후보 일부터 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했다


이에 강 사장은 20075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비비드 마켓이란 광고대행사를 차리고 먼저 이명박 예비후보의 홍보물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비비드 마켓은 치열한 경쟁을 물리치고 8월 열리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이명박 예비후보의 홍보물을 수주했다. 홍보물 수주 경쟁에는 8곳의 쟁쟁한 광고업체들이 뛰어들었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 미디어홍보단 단장'직을  맡았던 강승규 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 그는 '비비드 마켓' 측에게 지급해야 할 9천8백만원 중 5천만원을 영수증도 안 써주고 (선이자 떼듯) 후원금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한 달 넘게 경쟁 한 후 최종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 : 시청각설명회)를 통해 비비드 마켓Y사 두 곳이 선정됐다회사 설립 3개월 만에 비비드 마켓이 홍보물을 수주하게 된 배경은 강 씨의 뛰어난 로비 덕분이었다그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정두언 의원 측근들과 이명박 대선 캠프 관계자들을 상대했다



                             정두언 의원(당시)이 강 사장에게 소개 시켜 준 신재민 문화부 차관(당시). 그러나 그는 강 사장을 홀대했다.



강승규(1963년생) 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 미디어홍보단 단장직을 맡고 있었다강 단장 역시 정두언 의원과 함께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었다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된 후 강 단장은 국회의원과 대한야구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비비드 마켓측이 이명박 선거 캠프에서 수주한 홍보물량은 98백만원 어치그러나 비비드 마켓은 이 돈을 이명박 캠프에서 전액 받아내질 못했다. 당시 강승규 단장이 후원금 명목으로 선이자(先利子떼듯이 '후원금'이라며 5천만원을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이 돈이 이명박 캠프에서 진짜 후원금으로 사용됐는지 아니면 강 단장 개인이 착복했는지 여부는 아직도 모른다비비드마켓 측은 '실세' 강 단장의 요구에 (이해 12월 대선 홍보물 수주를 위해) 꼼짝없이 반강제적인 뇌물을 주고 만 셈이다. 


하지만 당시 비비드 마켓 측은 기자에게 강승규 단장이 후원금 영수증을 안 써줬기 때문에 개인이 착복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결국 비비드 마켓이 이명박 후보 측으로부터 받아야 할 나머지 금액은 48백만원이 됐다이 무렵 비비드 마켓’ 강 사장은 기자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고백하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증인이 돼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기자에게 강 사장은 이런 말을 했다

강승규 단장이 내게 대선에서 더 큰 일을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후원금 명목이라며 5천만원을 떼 갔다나는 대선 일거리를 받아내기 위해 이를 감수해야만 했다

대선 홍보과정에서 신문 지면광고와 인쇄물량만 따내도 수십억이 생길 텐데 이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기자는 이때부터 강승규 단장을 주시하기 시작했다여의도 이명박 캠프로 그를 찾아가기도 했다후원금을 받으면 영수증을 써줘야 하는데 안 써준 점이 너무 이상했다아니 수상했다잔액 48백만원 중 2천만원이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후 한 달 만에 비비드 마켓’ 통장에 입금됐다


이제 남은 돈은 28백만원강 사장은 이 돈을 포기 할 생각까지 하며 대선 홍보물 수주에 매달렸다그러나 그 것은 그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200710월말기자가 뉴욕에 있을 때 서울의 강 사장이 울면서 전화를 해왔다.

강승규, 이 나쁜 인간이 대선 일거리를 다른 업체에 줬어요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어쩜 이럴 수가 있나요?” 


이 말에 기자는 본격적인 취재차 서울로 날아갔다. '김 여사 가방사건'은 그 것 대로 주시하고 있었다서울에 도착하니 강 사장은 실의(失意)와 함께 악에 받쳐 있었다기자는 강 사장에게 씨를 통해 정 의원을 만나게 해줬다.



당시 정두언 가방사건에 이어 

강승규 사건까지 터지면 이명박 

후보는 대선에서 질 수도 있다” 발언



당시 정 의원은 측근들을 통해 김 여사 가방사건을 보고 받은 터라 이번에 강승규 사건까지 터지면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질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정 의원의 언행은 측근 씨를 통해 기자에게 그대로 전해졌다정 의원은 그즈음 너무나도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가방사건강승규 사건에 이어 30억원을 요구한 BBK 협박사건까지 벌어졌다.

그는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선대위 기획본부장과 전략기획 총괄 팀장을 맡고 있었다이명박 후보의 오른팔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사장은 대선 전후로 정두언 의원을 십여 차례 만났다.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역임한 김두진 씨(경찰출신). 그는 처음엔 강 사장을 환대했지만 나중에는 매몰차게 냉대했다.



정 의원은 강 사장을 회유하기 바빴다대선 일거리를 못 받았으니 우리가 정권 잡으면 큰 일거리를 많이 주겠다” 200712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13일 앞두고 각서까지 써줬다그는 서로 신의를 지키자며 보안을 강조했다


강 사장이 정 의원으로부터 각서를 받은 126정 의원은 자비로 마련한 홍보물 수주 잔금 28백만원도 함께 전달했다강 사장은 이날 서울에 있던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다.


 오후 3시에 여의도 커피숍에서 정두언 의원을 만나기로 했으니 임 기자님은 4시에 와 주세요” 커피숍에 도착하니 강 사장이 28백만원이 든 종이쇼핑백을 앞에 두고 있었다.



정두언 의원이 강 사장을 회유하기 위해 써 준 각서. 정 의원은 보안을 유지하자고 약속해 놓고 자신이 먼저 각서의 존재를 발설 했다. 이 각서는 <뉴스메이커>가 최초로 입수했다.



이날 강 사장은 정 의원이 최선을 다해 나를 도와주기로 했다면서 이명박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정부 홍보물을 우선적으로 내게 주기로 했으며 각서도 써줬다고 말했다

열렬한 이명박 지지자였던 강 사장은 정 의원을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눈치였다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강 사장과 정 의원의 인연은 이어졌다


정 의원과 강 사장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 선 이후에도 자주 만났다

그는 신재민 문화부 차관을 강 사장에게 소개 시켜주기도 했다그러나 신 차관은 강 사장을 홀대했다정두언 의원의 소개에도 불구하고 신 차관은 강 사장에게 아무런 일거리도 주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번에는 강 사장에게 청와대 민정수석실 김두진 선임행정관을 소개 시켜줬다이때부터 정 의원은 강 사장을 귀찮아했던 것으로 보인다홍보물 수주와 아무런 관련 없는 김 행정관을 소개시켜 준 것은 나는 더 이상 당신을 도와 줄 수 없다는 의미였다강 사장은 순진하게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었던 정 의원은 이 무렵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이유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당시)과의 갈등 때문이었다당시 민정수석실의 김두진 행정관은 처음 만남에서는 강 사장을 친절하고 따듯하게 대했다그러나 두 번째 만남에서는 차갑게 냉대했다


소개자인 정 의원이 대통령과 멀어진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것으로 강 사장의 꿈은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강 사장은 2007년과 2008년 서른 번 넘게 뉴욕과 서울을 왕래하며 홍보물 수주에 전념하며 거액의 돈을 날리고 말았다사람 잃고 돈 잃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
정두언의 변신배신 그리고 거짓말



2008년 봄표면적으로 정 의 원은 이명박 대통령과는 완전히 돌아서게 된다그러나 그에게는 주군(主君)에 대한 애정이 아직 남아 있었다20086월까지도 김윤옥 여사 가방사건’ 해결을 위해 매달렸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이런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인데 벌써부터 흠집이 나면 안 된다” 

정 의원이 기자를 통해 가방 전달자 이순례 씨에게 “2천만원 위로금과 함께 가방을 전달토록 김 신부를 설득 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이명박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었다.


정 의원은 당시만 해도 17대에 이어 18대 국회의원 신분 이었다. 2012년 열린 19대 총선에서도 그는 서대문(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3선 의원의 관록을 자랑했다정두언은 국회의원 신분일 때는 이명박 정권을 비난하지 않았다누워서 침 뱉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2016413일 열린 20대 총선에서 그는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4선의 꿈이 좌절되고 만 것이다그렇게 그는 야인(野人)으로 돌아갔다그리고는 이해 9참회록을 출간하며 정치권 언저리로 돌아왔다그냥 돌아온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저격수로 돌아 온 것이다


그가 낸 참회록의 주제는 이명박 정부는 실패했다는 것이었다이후 그는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며 이명박 정권을 공격했다지난 몇 년 동안 그가 쏟아낸 비난과 저주의 말들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언론은 신이 나서 그의 말들을 방송으로지면으로 옮겼다그는 그럴수록 더욱 자기도취에 빠졌다


언론이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로 보고 기사화 시킨다” 

정 의원이 그동안 뱉은 말들은 자신의 경험담이자 한풀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기자가 시비를 걸 마음은 추호도 없다하지만 지난 2018년 1월부터 시작된 그의 거짓말은 대한민국과 미주한인사회 그리고 언론을 바보로 만들었다.


그는 이해 1월 언론을 통해 “2007년 대선 당시 경천동지 할 일이 세 가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김윤옥 여사와 관련된 일이라고 말했다그의 이 같은 발언을 대부분의 언론이 기사화 시키며 화제로 삼았다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신이 났던 모양이다.




                    정두언의 거짓말로 인해 오보를 양산한 힌국 언론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감질나게 조금씩 흘리기 시작했다마치 '뉴스메이커'가 되고 싶다는 듯이그러면서 '경천동지 할 세 가지' 운운하며 한 달의 시간을 끌었다정치권에서도 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경천동지 할 세 가지가 뭐냐찔끔 찔끔거리지 말고 속 시원하게 까라
당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논평까지 내며 그를 몰아세웠다.




정두언은 1년 동안 모든 사건을 

취재한 언론인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1 기막힌 거짓말 



그러자 그는 2018년 2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금 더 깠다그는 인터뷰에서 김윤옥 여사가 엄청난 실수를 했다정신 나간 일을 했다당락이 바뀔 수 있을 정도인데그 일을 막느라고 내가 무슨 짓까지 했냐면 집권하면 모든 편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서도 써 줬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두언 전 의원은 거기서 요구하는 돈도 다 주면서… 사재를 털어 가면서 많이 줬다그런데 그 친구들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 찾아왔더라그래서 내가 권력하고 멀어져 있었는데 살아 있는 권력에 가서 얘기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으로 어이없는 거짓말을 눈 하나 깜짝 거리지 않고 해 댄 것이었다앞서 말한 이순례 씨 사건과 강 사장 사건을 섞어서 진실인 냥 떠들어 댔다그는 이순례 씨로부터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것과 강 사장에게 각서를 써준 두 개의 사건을 공동범죄로 봤다


그가 말한 그 친구들이란 복수(複數)표현에서 정 전 의원은 강 사장과 이순례 씨를 공동범죄자로 취급했다당시 유일한 취재기자였던 필자는 서울신문으로 연락을 했다정두언 전 의원의 발언내용이 잘 못됐다고 서울신문 측에 알렸다다행히 언론인의 사명감으로 무장된 서울신문 취재진이 뉴욕으로 왔다


서울신문 취재진은 강 사장과 김용걸 신부를 인터뷰 했으며 정두언 의원(당시)이 써 준 각서의 사본을 받아 돌아갔다각서와 취재내용은 이해 319일자 서울신문에 단독으로 보도됐다그러나 사건 관련자들이 봤을 때는 흡족한 내용의 기사가 아니었다거의 모든 언론이 서울신문의 단독기사를 인용보도 했다.




#2 새빨간 거짓말 



정두언 전 의원은 이즈음 CBS라디오와 교통방송에 출연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한국의 월간지 송모 기자와 뉴욕의 교민신문 기자가 김윤옥 여사 가방사건을 폭로하겠다며 선거캠프로 찾아와 내가 돈을 주고 막았다” 너무나도 기가 막힌 그의 거짓말에 필자는 말문이 막혔다월간지 송모 기자는 2007년 당시 정 의원과 절친한 관계였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기자를 그만 둔 송 씨는 공공기관에서 감사까지 한 인물이다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내가 정두언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라면서 내가 정두언 인맥으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차관 정도는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 감사로 끝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두언의 발언은 일고의 대응가치가 없는 말이라면서 당시 사건 취재기자는 한국과 미국 전체 언론계에서 임종규 선배 한 사람 밖에 없었는데 그러면 나와 임 선배가 돈을 받았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일각에서는 필자 외에 당시 한국을 한 두 차례 다녀온 뉴욕 '뉴스한국'(폐간)의 손성현(사망발행인 겸 기자를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손성현 기자는 취재 때문에 한국을 다녀 온 것이 아니라 회사 업소록 제작 문제 때문에 방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이와 관련 송 씨는 나는 강 사장의 소개로 손 기자를 한 번 만났을 뿐이라면서 정두언이 왜 저런 거짓말을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강 사장은 자기도취에 빠진 정두언은 돈 받아먹은 기자들이 누구인지 당당하게 밝혀보기 바란다”며 그는 1년 동안 모든 사건을 취재한 ‹뉴스메이커›의 임종규 선임기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3 어이없는 거짓말 



정두언 전 의원은 상당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 가방사건을 해결하느라 내 개인 돈이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2007126일 강 사장에게 각서를 써 주면서 건넨 28백만원은 어차피 강 사장이 이명박 선거캠프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었다


또한 자신이 20085월께 필자를 통해 이순례 씨에게 말을 전한 위로금 2천만도 말뿐인 돈이었다다음은 정 전 의원이 2018년 3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말한 거짓말이다.



전략〉 

◆ 정두언: 그래서 제가 이건 등에서 식은땀이 나더라고요정말그래서 그 여자 붙잡고 통사정을 하고 원하는 게 뭐냐 그랬더니 자기 사업 도와달라그리고 자기가 MB 캠프에서 못 받은 돈이 있다. 9000만 원 일을 했는데 5000만 원밖에 못 받았다그래서 제가 그렇게 한 사람한테 확인해 보니까 얼버무리더라고요.

◇ 김현정: 잠깐만요제가 다시 한 번 정리하겠습니다여러분그러니까 재미 여성 사업가가 재미교포가 나중에 차후에 영어마을 하고 싶어가지고 김윤옥 여사한테 핸드백하고 3만 달러를 줬어요그런데 이거를 두 달 만에 문제가 되기 시작하자 다시 돌려줬습니다그랬는데 캠프로 재미 신문의 기자와 한국 월간지 기자가 손을 잡고 찾아옵니다정 의원을 찾아옵니다우리 이런 거 지금 쓰려고 한다


◆ 정두언: 그러니까 일종의 협박을 하는 거죠.

◇ 김현정: 홍보를 해서 한 9000만 원 받을 게 있는데 4000만 원을 못 받았어요이렇게그 얘기를 같이하는 거예요기사를 한 손에 들고 돈 주시오이걸 같이하는 거예요그럼 그 4000만 원은 줘야 될 돈을 왜 안 줬답니까누가?


◆ 정두언: 그거는 그냥 급하니까 그냥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줬어요그런데.

◇ 김현정: 4000만 원을 정 의원 돈으로 일단 주셨어요못 받았다 하니까 이거 가져가시오 하고?


◆ 정두언: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걸 요구한 거죠정권 잡으면 확실시되니까 자기 일을 몰아서 도와달라.

◇ 김현정: 그게 바로 지금 정두언 각서입니까?


◆ 정두언: 그런데 말도 안 되는 각서죠그게 무슨 효과도 없는 각서인데.

◇ 김현정: 제가 한번 각서를 보겠습니다각서에 뭐라고 쓰여 있냐면 이 회사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 차후 물량을 우선적으로 배정해 준다 하고 사인하셨어요그런데 이게 당선 후 이런 건 없습니다마는 물량을 우선적으로 배정해 준다라는 말이 써 있더라고요.


◆ 정두언: 그래요그러니까 그 각서는 각서로써 효력도 없는 거고그냥 무마용으로 그냥 써준 거죠.



#4 정두언의 거짓말이명박 사위의 거짓말



또한 정두언 전 의원은 방송에 나와 이명박 맏사위인 이상주(당시 삼성전자 전무)씨에게 들었다며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김 여사가 가방을 처음 전달 받을 때 가방 안에 미화 3만 달러가 들어있었다문제가 발생해서 돌려줄 때도 3만 달러를 넣어 돌려줬다김 여사가 받은 가방은 두 달 동안 차 안에 넣어 뒀다” 


가방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은 김 여사를 제외하고 총 세 사람김용걸이순례주재현 씨이다문제는 세 사람 모두 3만 달러를 김 여사에게 줄만큼 경제력이 넉넉지 못한 사람들이란 점이다.


▲ 김용걸 신부는 평생을 성직자로 살아온 미국 시민권자로서 그의 딸은 미국정부의 외교관이다김 신부는 당시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내게 이런 저런 자리를 주겠다는데 나는 딸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내가 미국 시민권을 버리고 한국정부의 관료 자리를 받으면 지금 프랑스(파리)주재 미국대사관에 외교관으로 가 있는 딸의 입장이 무척 난처하다딸도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 외교관인 딸을 걱정하는 김 신부가 3만 달러를 만들어 김 여사에게 줬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다.


▲ 주재현 씨는 일산에 거주하며 인천에서 영어마을을 경영하는 사람으로 미국유학 당시 김 신부의 성당에 다니며 김 신부와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2007년에는 김 신부의 집사 겸 비서 같은 존재 였다경제력도 충분치 않은 그가 김 신부 몰래 가방 안에 3만 달러를 넣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 이순례 씨는 당시 가정적인 문제가 있었으며 업소경영도 제대로 되질 않는 상태였다또한 영어마을 설립 기획자는 주재현 씨이고주 씨의 백그라운드가 된 준 사람이 김용걸 신부였다이 씨는 김 신부의 요청으로 뒤늦게 모임에 참석한 사람이었다


또한 이 씨가 직접 가방을 갖고 모임에 갔기 때문에 중간에서 누가 돈을 넣을 수가 없었다이 씨는 당시 기자에게 김용걸 신부가 김윤옥 여사를 만나러 가는데 선물 할 것이 뭐 없느냐고 물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그래서 내가 장사도 안 되는 마당에 보석은 가져 갈 수 없어손님이 물건을 사며 돈 대신 맡기고 간 에르메스 가방을 갖고 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씨는 당초 영어마을 사업계획은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면서 나는 뒤늦게 이 계획에 동참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정두언 전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과연 누가 범인일까정 전 의원이 3만 달러 수수설을 밝힌 2018년 당시 세 사람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며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3만 달러를 가방에 넣어 돌려줬다는 말에 배달사고를 일으킨 김 신부는 그럼 중간에서 내가 돈을 먹었다는 말이냐?”고 반문한 후 정두언에 대해 법적조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정 전 의원의 말대로 3만 달러를 가방에 넣어 돌려줬다면 김 신부가 유력한 용의자이다하지만 처음부터 돈을 전달한 적이 없는 세 사람이 3만 달러를 돌려받았다는 이야기는 앞뒤가 안 맞는 가설(假說)에 불과하다


또한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후 두 달 동안 차에 두고 다녔다는 김 여사 사위나 정 전 의원의 주장도 별로 신빙성이 없다당시 김 여사가 주황색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사람들도 있다또한 본지 사진에 나온 주황색 에르메스 가방은 출처가 어디인지 밝혀야 될 부분이다.


본지에 제보한 50대 여성(서울)은 자신의 남편을 이명박 부부의 측근이라고 소개 한 후 김 여사는 명품가방 애호가라면서 그런 그가 두 달 동안 차 트렁크에 명품가방을 그냥 싣고 다녔다는 말을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윤옥 여사 가방사건', '강승규 뇌물사건'과 관련해 거짓말을 일삼은 故 정두언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어 이 여성은 사위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가 다른 곳에서 받은 돈을 가방 안에 넣어 뒀을 것이라면서 정두언과 사위, 둘 중에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거나 잘 못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동안 한 마디도 나오지 않던 김 여사의 3만 달러 수수설이 정두언에 의해 2018년 갑자기 튀어나왔다.


줬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돌려받았다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러나 당시 취재 기자로서 모든 정황을 놓고 봤을 때 관련자 세 사람 중 가방 안에 3만 달러라는 거액을 넣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또한 가방 전달 자리에서 김 여사가 분명히 가방 안을 열어봤다는 참석자들의 증언이 일치하고 있음을 무시 할 순 없다


발언의 당사자인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 2019년 7월 16일 서대문구 홍제동 자택 인근 공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왜 그는 살아 생전 언론에 나와 주구장창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사건의 또다른 등장인물인 강승규 당시 홍보책임자는 2022년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는 과연 이명박 정권 출범 직전 뉴욕 강 사장으로부터 받은 뇌물성 '후원금' 5천만원에 대해 기억하고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강 씨를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 임명했을까. 자못 궁금해 지는 부분이다.


이래저래 이명박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도덕성에 문제가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구속돼 2020년 10월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벌금 130억원·추징금 57억 8천여만원이 확정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27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임종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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