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국민의힘 성향 워싱턴 동포여성 A 씨(80대)가 張 대표 방미 주선
국민의힘, A 씨가 백악관 • 공화당에 별다른 인맥 없는 것 알고 부랴부랴 트럼프 인맥 찾아 나서

장동혁 대표(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는 방미 후 사흘 동안 불투명한 일정을 보내다가 4월 14일이 돼서야 A 씨가 주관한 동포간담회에 참석했다.
6.3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불분명한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 논란이 일었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진짜 방미 목적이 드러났다.
지난 4월 11일 오전(한국시간) 장동혁 대표는 비장한 모습으로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코 외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미국 입국 3일 동안의 일정을 비공개로 소화해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장 대표를 표면적으로 초청한 기관은 공화당 출신 인사들이 이끄는 국제공화연구소(IRI)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작업도 마무리 하지 않은 그를 미국으로 오게 만든 인물은 따로 있었다.
그는 바로 워싱턴 D.C.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며 한인회장까지 역임한 80대 여성 A 씨였다. 친국민의힘 성향인 A 씨는 지금도 모 지역 한인회장을 맡고 있으며 미주한인사회에서 ‘마당발’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A 씨가 올 초, 1개월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국민의힘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A 씨가 장 대표를 직접 만났는지 측근을 통해 얘기를 전달했는지 불분명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해 주겠다’고 제안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A 씨가 국민의힘 관계자들과의 인맥을 십분 발휘해 장 대표를 속된 말로 꼬드긴 것으로 보인다”며 “장 대표는 A 씨를 잘 모르지만 측근들이 A 씨의 화려한 이력과 경력을 들먹이자 이를 믿고 방미를 추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미국에 도착한 장 대표는 14일이 돼서야 공식일정에 돌입한다. 그마저도 A 씨가 주관한 동포간담회 였다. 이날 저녁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장 대표, 김민수 최고위원, 김대식, 김장겸, 조정훈 의원을 비롯 70여명의 한인이 참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별다른 일정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장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방미단은 당초 17일 한국으로 귀국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 대표와 김민수 위원 두 사람은 돌연 3일 뒤인 20일 새벽으로 귀국 일정을 미루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준태 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은 언론에 "국무부 인사들의 요청으로 일정을 늘리게 됐다고 전달 받았다"며 “언론이 추측하는 JD 밴스 부통령이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만남은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박 비서실장의 발표는 본의 아닌 거짓말이었다. 미국에서 장 대표가 불러주는 대로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장 대표와 김 위원이 귀국을 미룬 배경에는 A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하려고 지금 백악관 측과 일정 조율을 하고 있다” 이 말을 장 대표 일행은 철석 같이 믿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애끓는 장 대표는 무작정 A 씨의 연락만 기다릴 수가 없어 나름대로 독자행보에 나섰다.
4월 19일(한국시간) 국민의힘은 기자들에게 장 대표의 귀국연기 직후 국무부 소속의 모 차관보를 만나 면담한 것으로 전하며 관련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에는 장 대표와 모 차관보의 뒷모습이 찍혀 있었고 귀국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보안상의 이유로 상대방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 대표가 누굴 만난 것인지, 애초에 만난 사람이 차관보가 맞기는 한 건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장 대표 귀국 후인 4월 23일 언론을 통해 그가 만난 사람의 정체가 차관보도 아닌 개빈 왁스(Gavin Wax) 국무부 차관 비서실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 대표는 익명의 국무부 차관보를 만났다고 주장했으나 확인 결과 그가 만난 인물은 개빈 왁스 국무부 차관 비서실장(뒷모습) 이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17일이 돼서도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 별다른 진전이 없자 틀렸다고 생각했다”면서 “장 대표는 트럼프를 만나서 ‘깜짝쇼’와 ‘강성보수 결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더 이상 A 씨를 믿을 수 없어 부랴부랴 텍사스에 거주하는 친국민의힘 인사 B 씨(전 지역평통회장)에게 연락을 취해 도움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B 씨가 로비를 하는 사이 장 대표와 김 위원은 ‘트럼프 면담’이라는 허황된 꿈을 포기하고 20일 귀국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한국으로 귀국한 장 대표는 언론과 중도보수층에게 강한 질타를 받았으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으로 부터는 “계속 수고해 주기 바란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만 했다.

트럼프 면담을 기대하고 일정까지 연기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던 장 대표(왼쪽)와 김민수 최고위원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해맑은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찍어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에서 도움을 요청한 텍사스의 B 씨는 누구를 통해서 로비를 했을까. 그 상대는 뉴저지에 거주하는 마영애 국제북한인권연맹 대표였다.
마 대표는 평소 지역 공화당 정치인들과 두터운 인맥을 쌓고 있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거주하는 플로리다 자택까지 방문, 거액의 후원금을 내기도 한 인물이다. 또한 그는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 대표는 14일 “트럼프 대통령과 장 대표의 면담 주선 요청을 B 씨로부터 받은 적이 있느냐”는 본지의 질문에 “있다”고 인정했다.
마 대표는 “B 씨로부터 연락이 왔길래 도와주겠다고 했다”면서 “일정 조율을 위해 국민의힘으로부터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장 대표가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뉴스가 나와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한편 A 씨와 과거 한인회 생활을 함께 했다는 C 씨(버지니아 거주)는 “이번 일은 한 마디로 장 대표가 A 씨의 설레발에 당한 사건”이라면서 “친민주당(미국) 성향인 A 씨는 공화당에 별다른 인맥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C 씨는 “미주한인사회에서 단체장 생활을 오래해 인맥이 넓은 것과 미국 정권의 심장부 사람들과의 인맥 쌓기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80대의 A 씨는 노욕(老慾)과 명예욕을 그만 부리고 더 추해 지기 전에 은퇴하길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C 씨는 “장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이 일이 알려질까 봐 쉬쉬하는 분위기”라면서 “이번 일로 인해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뉴욕=임종규 선임기자 / 서울=최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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