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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사태’ 주범 스티븐 리, 한국 송환 실패 박동인 서울와이어 기자 2025-12-16 16:48:49

뉴저지 연방지법 범죄인 인도청구 기각 따라 가택연금 풀려날 듯 ••• 한국 법무부 늦장 대응이 원인




                         지난 2008년 8월 1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한국 송환 촉구 시위 모습.


◆ 보석 조건 해제 신청 ••• 자택 구금•여권 압수도 풀리나

스티븐 리(한국명 이정환)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 가택연금과 여권 압수 등 모든 보석 조건 해제를 신청했다. 뉴저지 지법이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한 지 하루 만이다.

‘론스타 사태’ 핵심 인물의 신병 확보가 무산된 데 이어, 자택 구금·여권 압수 등 최소한의 법적 구속조치마저 풀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법무부의 장기 지연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일 뉴저지주(州) 연방지법 제출 문건에 따르면 스티븐 리 측 변호인은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한 캐시 L. 월도(Cathy L. Waldor) 판사에게 “인도 기각 판결로 사건이 종결됐으므로 모든 보석 조건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티븐 리 측은 신청서에서 “2023년 3월 보석 결정 이후 2년 5개월 동안 스티븐 리는 아내와 아들의 보증 하에 자택 구금 상태로 생활했다”며 “의료·변호인 접견·종교 활동 외에는 외출이 제한됐다”고 밝혔다.

보석 조건에는 ▲1000만 달러 출석보증금 ▲뉴저지 주택·뉴욕 부동산·미술품 일부 담보 제공 ▲여권 압수 등이 포함됐다. 변호인은 “사전구금감독국(Pretrial Services) 역시 이번 보석 조건 해제 요청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사건 종결로 더 이상 스티븐 리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연방법원 절차상 보석 조건 해제 요청은 판결 확정 후 ‘구속 사유가 소멸됐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될 경우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검찰과 사전구금감독국 모두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판사는 서면 심리만으로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간 스티븐 리는 2023년 체포 이후 가택연금 상태였으며 법원 승인 없이 외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보석 해제 신청서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스티븐 리는 즉시 여권을 돌려받고 담보로 잡힌 부동산·미술품에 대한 제한도 해제된다. 미국 내·국외 자유로운 이동도 가능해진다.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스티븐 리 측 변호인의 ‘보석 조건 해제 요청’ 서한. 변호인 측은 법원의 인도 기각 결정으로 사건이 종결됐다며 모든 보석 조건 해제를 요청했다. 


한국 사법당국이 다시 송환을 추진하더라도 미국 내에서 그를 강제로 구속하거나 출국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미국 이외의 국가로 이동할 경우 제3국과의 범죄인 인도조약 여부에 따라 송환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이번 보석 해제 신청은 지난 6일 뉴저지 연방법원이 한국 정부가 스티븐 리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한 직후에 나왔다. 월도 판사는 판결문에서 “미·한 범죄인 인도조약 제6조에 따라 해당 혐의는 미국(5년)과 한국(7년) 모두에서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다”며 “단순 영장 재발부만으로 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2005년 이후 세 차례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실질적인 인도 절차에 착수하지 않은 채 17년이 흘렀다”며 “스티븐 리가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거주했고, 도주·은신 정황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제기한 ‘도피에 따른 시효 정지’ 논리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스티븐 리가 거주하는 뉴저지 유니온카운티 소재 자택 모습.


◆ 17년 지연•소극 대응 ••• 법무부 책임론 확산

이번 인도 청구가 기각됨에 따라 2022년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에서 나온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원) 배상 판정을 뒤집기 위한 법무부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법무부는 2023년 3월 스티븐 리가 미국 뉴저지에서 체포되자 “미국 측과 긴밀히 공조해 신속한 인도 재판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체포 직후 열린 보석 심문에서 미국 법원은 이미 ‘송환 지연 문제’를 지적했다. 공소시효 만료 가능성도 경고했으나 법무부는 1년 6개월이 넘도록 인도 재판에서 뚜렷한 진전을 만들지 못했으며, 시효 만료에 대비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최초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2006년이지만 법무부가 미국에 범죄인 인도 절차를 공식 요청한 시점은 17년 뒤인 2023년이었다. 이 기간 동안 스티븐 리는 뉴저지에서 본인 명의로 부동산을 보유하며 주소와 신분을 숨기지 않고 생활했고 각종 공개 행사에도 얼굴을 드러냈다.

심지어 2010년에는 피해 회사와 민사 합의를 체결해 일부 법적 분쟁을 스스로 정리하기도 했다. ‘도피 중이어서 시효가 정지됐다’는 한국 정부의 논리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법무부의 이같은 실패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이탈리아 사법당국 역시 동일한 혐의로 한국 정부의 송환 요청을 검토했으나 현지 법원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이를 ‘특수한 외국 사례’ 정도로 치부한 채 미국 송환 절차에서는 동일한 논리를 또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결국 미국 법원도 이탈리아 판결을 ‘주권국가의 판단’이라고 언급하며, 한국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법무부가 사건 착수부터 송환 기각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느슨한 대응과 전략 부재는 국제 사법공조 실패라는 비판이 나온다. ISDS 판정 취소 가능성을 근거로 제기됐던 국내외 법적 대응 계획도 무력화됐으며, 수천억원대 배상금은 고스란히 국가 부담으로 남게 됐다.

글=박동인 서울와이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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