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LA•워싱턴DC 등 각지 재외투표소에 이른 아침부터 투표 행렬
"다른 때보다 더 특별한 투표 ••• 계엄•탄핵 생각하니 눈물날 것 같아"
20일 로스앤젤레스(LA)총영사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에서 유권자 하정호(60)씨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 첫날인 20일 미국과 중남미 각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사전에 등록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시작했다. 미국 지역 재외국민 투표는 주미 대사관이 있는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애틀랜타 등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중남미 지역의 주멕시코대사관과 브라질 주상파울루 한국교육원, 주아르헨티나 대사관, 재칠레 한인회관, 주파라과이 대사관, 주페루 대사관, 주볼리비아 대사관 등지에서도 재외투표가 개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 투표에 등록한 미주 지역 유권자는 모두 7만5천6백7명이다. 재외투표 유권자에는 현지 영주권자와 일시 체류자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미국 내 등록 유권자는 5만1천8백85명으로, 지난 20대 대선 당시 등록 유권자(5만3천73명)와 비교하면 소폭 줄었다.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가 있는 LA에서는 이번에 1만3백41명이 등록했다. LA 시내 코리아(한인)타운 인근에 있는 LA총영사관은 이날 오전 8시 재외투표소가 문을 열자마자 유권자들의 발길이 잇따르면서 입구가 북적였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후 한국이 겪은 정치적 혼란을 우려하며 이번 대선을 통해 나라가 정상화되기를 하나같이 희망했다.
신분 증명을 위한 여권을 손에 꼭 쥐고 투표소를 찾은 정재호(44)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내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1년여간 머물고 있다는 정씨는 지난달부터 집 안의 달력에 대선 투표일을 표시해놓고 이날을 기다려왔다고 했다.
정씨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다 하나일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이 벌써 두 번째 있었고, 지금 여러모로 어수선한 상황인데 아무쪼록 대한민국을 위해서, 국민들을 생각해서 나라를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20일 로스앤젤레스(LA)총영사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자신의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 8년째 살고 있다는 하정호(60)씨는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은 뒤 '어떤 마음으로 투표했느냐'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대한민국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왔는데, 이전의 다른 선거 때와는 느낌이 좀 다르다"고 답했다.
하씨는 "약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며 "우리 국민들이 너무 애를 쓴 결과로 하게 된 투표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너무 힘겨웠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 계엄과 탄핵을 지켜보면서 걱정이 많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잘 해낼 거라고 생각했고 마음속으로 많이 응원했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이 잘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다른 한인 유권자 박용수(70)씨도 이날 투표한 뒤 "나는 한국에서 민주화운동을 함께했던 사람 중 하나라서 이번 대선까지 오는 과정을 지켜보기가 아주 힘들었다"며 "새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맞게 행정이나 정치, 외교 역량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 특히 미국에 관해서는 동맹이 필요하긴 하지만, 절대로 자존심을 버리는 정도까지 가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LA총영사관 관할 지역인 오렌지 카운티와 샌디에이고 카운티,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의 재외투표소에서는 오는 22일부터 3일간 투표가 이뤄진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인근의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도 이날 오전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0일 버지니아주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이곳에서 투표한 김현진(23·여)씨는 "이번에 한국에서 많은 일이 있어서 투표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재외선거인으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겠다고 생각해 출근하기 전에 일찍 왔다"면서 "이번 대선을 통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비엔나에 거주하는 도익환(55)씨도 "대통령이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중간에 그만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별로 좋은 대선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탄핵당해서 갑자기 생긴 두 번째 대선인데 한국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도 이곳을 찾아 투표한 뒤 "재외투표는 우리 재외동포들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해주시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미 동부 최대 도시인 뉴욕 일대에서는 맨해튼의 뉴욕총영사관 투표소와 뉴욕 퀸즈 베이사이드, 뉴저지주 팰리세이즈 파크,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등 총 4곳에서 투표소를 운영한다.
6·3 대선 재외투표 첫날인 20일 오전 재외투표소가 설치된 뉴욕 맨해튼의 뉴욕총영사관 건물 입구.
이날 오전 맨해튼 총영사관 회의실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맨해튼에 직장이 있는 유권자들이 아침 일찍 방문해 선거권을 행사했다. 투표가 시작되기 전 공관 투표소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투표소 개장 직후엔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한때 대기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고 공관 투표소 관계자는 전했다.
다수 유권자는 교민이 밀집해 거주하는 뉴욕 퀸즈와 뉴저지주에서 투표소가 운영되는 22일 이후 가까운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할 것으로 총영사관 측은 예상했다.
캘리포니아 북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관할 지역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총영사관 재외투표소에서 투표가 시작됐으며, 새너제이와 새크라멘토, 콜로라도 재외투표소가 오는 22일부터 운영된다.
주멕시코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허태완 주멕시코 대사 부부와 교민들이 오전부터 한 표를 행사했다. 허태완 멕시코 대사는 "엿새간 재외 투표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생업에 바쁘신 가운데에도 기꺼이 시간을 허락해주신 선관위원과 참관인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대사관 문을 연 쿠바를 비롯해 중남미 일부 다른 국가에서는 오는 22∼25일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 첫날인 20일 오전 뉴욕 맨해튼의 뉴욕총영사관에 설치된 재외투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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