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보안’ 장막 뒤 가려진 치부 ••• 보유 수중침투정 ‘타고 가다 죽을 수준’

임무와 편제 모두 기밀
간첩은 북한에서 내려오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도 올려 보낸다. 북한 고위층 일부는 우리가 포섭한 간첩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에 충성 맹세도 했다. 이러한 공작(工作)업무를 하는 곳이 정보사령부(정보사)다.

그야말로 ‘음지(陰地)의 부대’다. 구체적인 임무와 편제(編制)가 모두 기밀이다. 정보사는 1946년 미 군정청 국방총사령부 내 정보과로 시작해 1990년 국군정보사령부로 창설됐다.
현재 정보사령관은 직무정지 중이다. 여단장은 육사 52기 정모 준장이 맡고 있다. 지난 12월 26일 취임했다. 구속 기소된 문상호 사령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인사다.
인사 불투명 ••• “상납 횡행, 왕왕 ‘뜬금 인사’도”
정보사는 과거 상당 기간 자체 진급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임무 특성과 보안을 고려한 조치였지만, 부정적 측면도 있었다. 불투명한 인사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그 풍토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진급 경쟁이 센 만큼 절차상 부당한 방식과 시쳇말로 ‘뜬금없는’ 인사도 왕왕 목격된다고 한다”고 했다.
방첩사령부에는 ‘정보사방첩부대’라는, 정보사 감시를 전담하는 조직이 있다. 정보사와는 ‘창과 방패’ 관계다. 내부 인사도 모르는 정보사 사정을 꿰고 있다. 진급 비리, 성(性) 군기 문란, 방산 비리, 군사기밀 유출, 보안 사고 등 전반에 걸쳐서다.
정보사 출신 한 관계자는 “공사(公私) 구분 없이 상급자 지시에 절대복종인 데는 이 같은 인사 체제가 크게 한몫했다”면서 “책임 계선의 지휘관과 참모들이 이러한 관행을 십분 활용했다”고 했다.
예컨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정보사 간부들은 ‘거점 현지 지도방문’이라는 걸 한다. 쉽게 말해 해외에 나가 있는 블랙 요원들이 임무를 잘 수행하는지 보고 오는 출장이다.

정보사의 예산 규모도 알려진 바 없다. 그 자체가 보안 사항이다. 다만, 한 해 여단장이 관리하는 공작 예산만 500억원 안팎이라고 한다. 정보사 예산의 조정·통제는 국정원이 한다. 매년 예산감사와 업무감사를 통해서다.
공적 자원의 사적(私的) 유용 문제도 지적됐다. 과거 지역 내 안가(安家) 관리를 맡았던 한 인사는 “안가 중에는 호텔도 있었는데, 주요 간부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려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면서 “공작 목적으로 보유했던 최고급 승용차들 또한 그들에 의해 다른 용도로 쓰이곤 했다”고 했다.
정보사방첩부대 출신 A씨는 근무 시간 중 상습적으로 부동산을 돌아다녀 빈축을 산 간부 사례도 들려줬다. A씨는 “강원도 ○○부대장 시절 도내 여러 필지의 땅을 매입해 사적 이익을 도모한 그는 이후 여단장까지 역임했다”고 했다.
‘이상한 면죄부’
약 10년 전의 일이다. 정보사 한 여단에서 장교가 당직 근무 중이던 부사관에게 강제로 술을 먹인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언급한 대로 정보사 내부에도 감찰 부서가 있다. 정보사 출신 한 관계자는 “감찰 부서는 사령관이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기능이 달라진다”면서 “지휘관들이 대체로 감찰을 잘 ‘활용’한다”고 했다.
OB들의 입김

현직 선후배 간은 물론 전·현직 간 관계도 끈끈하다. 각종 OB모임이 촉매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현직 후배가 민간인 신분인 선배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도 생기고, 민간인인 전직이 군의 이권 사업에 개입하기도 한다.
“호랑이가 DJ 시절 고양이 됐다”
“정보사에 정보가 없어. 정보가.”
이쯤에서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본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다.”
한 현직 영관급 인사는 현재 정보사의 휴민트 전력(戰力)을 이렇게 자평했다. 그는 “북한 내부는 물론이고 주변부 및 제3국에 구축된 공작망(網)도 전무(全無)한 상황”이라면서 “우회·특수공작은커녕 수준 이하의 정보 수집 활동에 치우친 지 꽤 됐다”고 했다.
정보사 출신 한 원로(元老)는 “호랑이였던 정보사가 김대중(金大中) 정권 시절인 1999년 정보본부 예하로 편입되며 고양이가 됐다”면서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 망가져 회생불가 상태가 된 휴민트 전력이 이번 계엄 사태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전에 북한군이 투입된 중차대한 상황에서도 정보사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지휘관 출신 한 인사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내 300~400명에 달하는 북한군 1개 대대를 집단 탈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현재 내부에는 그럴 만한 인원이 없다”면서 “행여 책임질 일 생길까 봐 아무도 안 움직인다.
“정보사의 정보능력이 과연 뛰어날까, 이게 늘 물음표였다. 검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보활동은 기본적으로 ‘기브앤드테이크’다. 실제로 정보사 측에서 덮어놓고 ‘다 지원해 주겠다’고 공수표를 날려서 망가진 공작망도 많다.

신원식, 해편 수준의 강도 높은 개혁 구상
신원식(申源湜) 전 국방부장관은 이런 정보사를 개혁하려 했다. 지난해 7월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과 그다음 달 문상호 사령관과 전임 여단장의 맞소송전이 계기가 됐다. 신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전반적인 정보사 혁신 등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개혁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역대 사령관 몇몇에 의해서다. 그러나 늘 난관에 부딪쳤다. 10년이 채 되지 않은 일이다. 정보사방첩부대 출신 한 인사는 “모 사령관의 일성(一聲)이 ‘정보병과의 철기시대를 거치지 않으면 진정한 정보를 했다고 할 수 없다’였다”면서 “그러면서 부임 후 내부 시스템을 싹 갈아엎겠다고 공언했다”고 했다.
“가장 먼저 내부 작전 전력 점검에 들어갔다. 야전 포병 출신 전력 전문가를 영입해 ○○○○처장으로 앉혔다. 처장은 전력 전반을 살펴보더니 ‘그동안 어떻게 버텼냐’며 한숨까지 쉬었다.
‘정보가 작전을 움직인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 북·중·러 3개 핵 보유국에 둘러싸인 나라. 한국에서는 ‘정보전’이 곧 생명이다. 적의 도발과 비대칭(非對稱) 위협을 사전에 탐지·대응하고, 통일을 대비한 전략적 우위 확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블랙 요원들은 해외에서 신분을 가장해 일한다. ‘○○주식회사 ××지사장’ 같은 식이다. 사무실을 얻고, 명함에 부합하는 업무도 실제로 한다. 이를 ‘가장업체’라 부른다. 그 과정에서 대북 교역상 등 각계각층의 인물을 사업 대상자(공작원)로 삼는다. 대상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
포섭한 공작원이 단속에 걸릴 경우 자신이 빠져나가기 위해 ‘윗선’을 제보해 블랙의 신분이 탄로 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납북당했던 요원도 있다. 대표적인 공작 사고로 꼽힌다. 이때 해당 블랙과 관련된 사업망은 일거 폐쇄하는 게 원칙이다.
北 군조직·시설·장비 공작에 특장

정보사의 공작 분야는 다양하다. 군단 서열, 핵무기, 김씨 일가, 땅굴 추적 등이다. 북한에 대한 직접 응징·보복 임무도 가능하다. 국정원과의 차이점이다. 다만,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응징·보복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정보사는 다양한 공작 활동을 펼쳐왔다. 북한 금창리, 풍계리 핵시료 채취를 통해 핵개발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사진은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의 하천.
김정남 애첩 공작
이런 비화(話)도 있다. 2008년 우리 정보 당국은 김정일이 뇌졸중(腦卒中)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의 통치가 5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결론 내렸다. 그해 8월 북한에서 프랑스로 전송되는 뇌 사진 입수를 통해서다.
김정일 장남 김정남을 통한 ‘크로스체크’도 했다. 당시 마카오에 김정남의 한국인 애첩(愛妾)이 있었다. 그 첩도 정보사에서 관리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 첩을 통해 김정남의 노트북과 머리카락을 입수할 수 있었다.
김정남의 머리카락은 유전자 정보를 감식해 아버지 김정일의 병력(病歷)을 추적하는 데 썼다. 이 소식통은 “세상에 알려진 단편적인 사실 이면에는 이처럼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서려 있다”고 했다.
“원점에서 특단의 대책 강구해야”
정보사 한 관계자는 “이렇듯 목숨 바쳐 일한 요원들을 위해서도 조직의 병폐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정보사 관계자는 “정보사는 전략사령부 등과 함께 평시(平時)에도 북핵·미사일 자산을 무력화(無力化)할 수 있는 단독전력”이라면서 “일반적 개선이나 개혁 수준으로는 재건(再建)은 어렵다. 원점(原點)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에서 ‘휴민트사령부’를 독립시켜 장관 직속으로 둬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찬반은 갈린다.
예산 전용(轉用) 등 부패 방지를 위한 제언도 있었다. 정보 당국 한 관계자는 “지휘계층이 예산을 투명하게 운용하면 그 돈이 아래로 흐른다”서 “현장에서 뛰는 공작관들의 처우가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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