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칼럼] 텍사스州를 왜 미국의 미래라 부를까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2024-08-13 09:50:24
가장 자유주의적인 텍사스는 인구 급증 ••• 반면 가장 사회주의적인 캘리포니아 인구는 급감


현재의 미국은 50개 국가가 모여서 만든 나라다. 흔히들 우리 말로는 미국의 구성 단위를 주(州)라고 말하지만 영어로는 state(스테이트), 즉 국(國)이라고 번역해야 더 타당하다. 미국의 공식 이름 ‘United States of America·USA’는 직역하면 ‘아메리카 국가들의 연합국’이다.
통상 미합중국(美合衆國)이라는 용어는 일본 사람들이 ‘United States’를 직역하여 합주국(合州国)으로 번역했다가 여러 정치 단위의 무리(衆)가 한데 합쳐진 국가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발음도 같은 합중국으로 바꿨다는 설이 있다. 미국이 독립한 1776년, 13개 합중국은 1959년 하와이가 50번째 주가 된 이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역사는 짧지만 1860년대 이후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등극했고,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군사적으로도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은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왕도 없고 귀족도 없이 만든 나라다. 대통령이라는 이름의 지도자가 있지만 그는 평민 출신이고 임기도 다른 나라 왕들처럼 죽을 때까지가 아니었다.
지구상 모든 나라 국민이 그들의 할아버지(祖上)가 같다는 사실에서 ‘우리라는 동질감’의 근원을 찾지만 미국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손자(즉 후손·後孫)가 같다는 사실에서 우리라는 동질감을 찾는 나라다. 아마 현대 미국 사람들이 서로 조상을 따진다면 정말 대단한 원수들끼리 모여 사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조상이 독일인이든 영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중국인이든 ‘후손은 모두 미국인(American)’일 것을 확신하는 사람들이 만든 나라다. 미국의 각 주들은 잘 연합하고 협력해서 미국을 150년 이상 통일 국가로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각 주들은 정치적인 견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19세기 중엽까지 미국의 각 주들은 노예제도를 유지할 것이냐의 여부로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미국 역사상 가장 잔인한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1860년부터 1864년까지 지속된 미국의 남북 전쟁은 인명 피해가 미국이 건국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참전했던 모든 전쟁의 전사자를 다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미국의 통일을 유지하기 위해 그토록 처절한 전쟁도 감수했던 것이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은 각 주들 사이에 완전한 화합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권리를 연방정부에 이양한 채 통일성을 이룬 하나의 나라로 존재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정치와 사회를 보면 미국 국민 사이에 견해가 양극단으로 나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의 생각이 다르고 학력이 높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생각이 다르다. 인종도 다양하고 언어도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견해의 미국을 지칭하는 최신의 정치 사회학적 용어가 ‘푸른 미국(Blue America)’ 대 ‘붉은 미국(Red America)’ 구분법이다.
진보적·사회주의적인 민주당 지지자를 푸른 미국, 전통적 자유주의적 공화당 지지자를 붉은 미국이라고 통칭한다. 각 주별로 민주당, 즉 푸른 주의 대표는 캘리포니아주이고 공화당, 즉 붉은 주의 대표는 텍사스주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점은 국민에게 자율권을 더 많이 주느냐 혹은 정부가 더 큰 역할을 담당하는가에 있다.
국가가 국민 생활의 모든 것을 다 책임지겠다는 체제가 바로 공산주의 국가다. 미국 민주당은 최근 사회주의에 더 가까워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더욱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세기 초반 칼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체제를 이론적으로 고안한 이래 21세기인 지금까지 세계 정치는 이 두 가지 사상 혹은 이념의 투쟁사였다.
보통 사람은 어느 쪽을 더 좋아할까. 이론상으로는 공산주의가 더욱 그럴듯해 보이고 더욱 인간적인 것처럼 보인다. 모두 같이 잘살자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1980년대 말엽 현실 공산주의 국가들은 거의 다 망해 버렸음을 우리는 잘 보았다.
미국에서는 재미있는 현실로 두 이념의 싸움이 결판나고 있다. 가장 자유주의적인 텍사스주는 인구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데 반해 가장 사회주의적인 주인 캘리포니아의 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미국의 대기업들이 줄줄이 캘리포니아로부터 텍사스로 본사를 옮기고 있다.
미래의 쌀인 반도체 생산 1위가 오스틴, 2위가 달라스, 3위가 실리콘밸리가 있는 산호세다. 테슬라·HP·액슨·셰브론 그리고 한국의 삼성 등 대기업은 물론 수많은 미국 보통 시민이 이사 전문 회사인 유홀(U-Haul) 트럭에 짐을 꾸려 텍사스로 향하고 있다.

▲ 글쓴이: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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