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라디오 방송, 자동차에서 부터 퇴출 ••• 한국 MBC • SBS, 작년 11월부터 송출중단
미국 4천여 AM 방송국 절대절명 위기상황 ••• 시카고 한인 라디오방송국, 3월 폐업

LA 라디오 코리아(AM 1540) 진행자들(위 사진)과 뉴욕 AM 1660 K-라디오의 방송모습. 자동차에서의 AM 라디오 퇴출로 인해 현재 미국 AM 라디오 업계는 비상상황이다. 이 여파는 미주한인 라디오방송국들에까지 밀어닥치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다수의 AM(중파) 라디오 방송국이 문을 닫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새로나온 자동차에서 부터 AM 라디오가 퇴출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4천1백85개의 AM 라디오 방송국이 있지만 광고주와 자동차 회사의 외면으로 상당수 방송국이 폐업위기에 처해 있다. AM 라디오방송국은 2017년 3월 기준으로 미국에 4천6백66개가 존재했으나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4백81개가 줄어들었다.
최근 독일의 BMW와 폭스바겐, 일본의 마쓰다, 미국의 테슬라와 리비안, 스웨덴의 폴스타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자동차 모델에서 AM 라디오 기능을 없앴다. 전기 엔진이 AM 방송 전파를 교란해 방송 수신이 잘 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FM 라디오나 온라인 팟캐스트 등 더 좋은 음질로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점도 AM 라디오 퇴출 이유 중 하나이다. 아담 맥닐 BMW 미국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기술 혁신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AM 라디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미국 3대 자동차사인 포드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내연 기관차와 전기차를 가리지 않고 AM 라디오를 모두 빼는 중이다. 전기차와 내연차의 오디오를 별도로 만들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이같은 트렌드는 다른 업체에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농촌 지역을 대표하는 연방 하원의원들은 최근 공동으로 자동차 제조시 AM 라디오 탑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 의회는 AM 라디오가 아닌 AI(인공지능) 규제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경우 이미 AM 라디오 시대가 저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디오 품질이 낮고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그간 지역 방송국들이 하나둘씩 AM 송출을 중단해 왔고, 이제 대부분의 방송사가 FM(초단파) 라디오만 운용한다.
AM 라디오는 커버리지가 넓지만 음질이 낮고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국토가 좁은 한국에서는 지난 해 부터 퇴출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MBC와 SBS는 AM 송출을 전면 중단하고 FM 방송만 운영하고 있으며 국영방송인 KBS만 AM 방송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같은 현상은 미주한인사회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31일 시카고의 한인 라디오 방송인 'K-라디오'가 폐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주한인사회에는 LA의 경우 'AM 1540 라디오코리아', 'AM 1650 라디오서울', 'AM 1230 우리방송' 등의 한인방송국이 있으며 뉴욕에는 'AM 1660 K-라디오'가 존재하고 있다.
또한 텍사스주 달라스의 'AM 730 코리안 라디오',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AM 1120 한미라디오', AM 1450과 AM 1230 두 가지 주파수를 사용하는 워싱턴주 시애틀의 '라디오 한국', 워싱턴DC의 'AM1310 라디오워싱턴' 등이 있다. 이들 방송국들은 지금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 둘루스에 소재한 '애틀란타 라디오코리아'는 발빠른 대처로 앞날을 내다 본 경우이다. 이 방송국은 지난 2016년부터 AM 790으로만 방송을 하다가 2021년부터는 FM 주파수 96.7로 두 군데 영역의 방송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라디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AM 라디오 퇴출 여파는 조만간 미주한인사회에도 불어 닥칠 것으로 보인다"며 "FM방송으로 갈아타려해도 월 전파사용료가 AM과는 비교도 안되게 높아 큰 고민 거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4천개가 넘는 미국 AM 라디오 방송국 상당수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주한인 방송국들도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LA 우리방송의 진행자들(위 사진)과 시애틀 라디오한국의 서정자 사장이 직접 생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이어 이 관계자는 "전기차에서의 AM 방송 퇴출은 오래 전부터 예상했던 일"이라며 "한인 라디오의 주요 청취자인 중·장년층들도 요즘엔 온라인, 스마트폰, 태블릿PC 앱을 통해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많아 예전처럼 AM 방송에 의존하는 청취자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AM 라디오 방송은 지난 1백년간 미국인들에게 친근한 벗 역할을 해왔다.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노변담화'(Fireside Chat)부터 1970년대 DJ들의 팝 히트곡 선곡까지 AM 라디오는 미국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팝송은 물론이고 각종 스포츠 중계, 토크쇼, 뉴스 등 드넓은 땅을 이동하는 미국인들에게 필수적인
전미방
한편 미국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자동차 제조사의 AM 라디오 제거 방침에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공화당 등 보수 진영에서는 AM 라디오가 퇴출당하면 지지층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주요 플랫폼을 잃게 된다.
민주당 측은 AM 라디오가 기상이변 등 재난 상황에서 지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으며 이민 자들에게 맞춤형 방송을 내보낼 수 있다는 순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은 외곽 지역의 경우 천재지변 등으로 전화와 인터넷이 중단될 때 AM 라디오가 외부 세계와의 유일한 연결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자동차 업체들이 AM 라디오를 계속 장착하도록 해줄 것"을 교통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긴급 상황에는 운전자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어 중요한 안전 정보를 놓칠 수 있다”며 자동차 업체들의 결정을 번복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일본의 미쓰비시, 닛산, 도요타, 혼다 등은 AM 라디오 기능을 제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라디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사 자동차에서 AM 라디오가 살아 남는다해도 여러가지 여건상 AM 라디오 비즈니스는 사양 길에 접어든 것이 틀림없다"며 "세상과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뉴욕타임스가 종이신문의 적자를 온라인에서의 흑자로 위기를 넘겼듯이 AM 라디오방송국들도 변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면서 "특히 특정언어를 사용하는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소수민족 라디오방송국들의 경우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은주•안상민 기자
AM 라디오방송이 자동차에서부터 사라지고 있어 업계는 대책마련에 부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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