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前 쌍방울그룹 회장 ‘여적죄’ 논란으로 인해 불똥 튄
대한민국 사형제 부활론 … 미국은 27개주에서 사형 집행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인해 여적죄 논란에 휩싸인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사진은 지난 1월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는 김 전 회장의 모습.
‘여적죄’ 형벌은 사형밖에 없어 …
‘대북송금’ 김성태는 해당 안 될 듯
‘여적죄’는 대한민국 형법 제93조에 나오는 법률용어이다. ‘여적(與敵 : Taking side with enemy)’의 뜻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적과 함께 한다’는 말이다. 이 죄는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를 ‘사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형벌의 종류 없이 오로지 ‘사형’만 규정된 범죄이다.
지난 1월 19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모해 북한에 뇌물을 줬다며 두 사람의 행위를‘여적죄’와 ‘반역’이라고 비난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 현장 비상대책회의에서 쌍방울 측이 북측 인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두고 “이재명의 경기도와 김성태의 쌍방울이 천안함 폭침 테러 주범 김영철(전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장)에게 뇌물을 갖다 바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이는 미국 대통령 후보가 오사마 빈 라덴에게 비자금을 대준 것과 마찬가지인 범죄”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을 전후로 6백40만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측에 전달했다는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이 대다수를 차지한 경기도의회조차 대북사업 예산을 편성해주지 않자 이재명이 경기도의 해결사로 등장시킨 사람이 김성태”라면서 “이재명의 경기도는 대북접촉과 불법 송금에 김성태를 이용하고, 김성태는 이재명 지사 쪽에서 특혜를 받아내려고 했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검찰과 사법당국은 천안함 테러 총책에게 달러 뭉치를 상납한 국가반역 행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적죄는 적국으로 규정된 국가가 대한민국을 복속시킬 목적 등으로 공격할 경우, 같은 의도로 이에 동참해야 성립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상 전쟁 발발 전까진 적용되기 어려운 죄목이다. 이 때문에 6·25 전쟁 이후 적용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김성태 전 회장에 대해 심정적으로는 여적죄가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법 전문가인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의 혐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여전히 전쟁 중이다. 현재 휴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국’에는 당연히 북한이 포함되고, 북한의 단체도 포함된다. 여기서 ‘항적’이란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적대행위를 말한다.
본 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북한과 관계를 맺은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북한과 관계를 맺고 대한민국에 적대행위를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건국 이래 아직 여적죄로 처벌 받은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김 전 회장 역시 북한과 손을 잡고 대한민국에 적대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바로 여적죄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내란선동죄로 처벌받은 사례는 있다. 바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이다.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은 혁명조직(RO)의 총책으로 북한의 대남 혁명론에 동조하면서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행위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2013년 구속기소 됐다. 2심에서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가 됐고, 내란 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유죄판결을 받아 2015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한국은 흉악범들에 대한 사형집행
찬성여론 70% 넘어 … 윤석열 정부는
미국·일본처럼 확고한 줏대 본받아야
하지만 정 위원장의 이날 발언으로 인해 지금 한국사회는 여적죄와 함께 사형제도 부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김성태 전 회장과 이재명 대표의 혐의가 한국의 사형제도로 불똥이 튄 모양새이다. 현재 한국은 사형제도를 법률상 유지하고 있지만 가장 최근의 집행일자는 1997년 12월 30일이다.
그 이후 10년 이상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2007년 12월,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했다. 한국에 생존해 있는 사형수는 1월 현재 모두 59명이다. 이들 모두는 살인범이다. 대부분 연쇄살인 또는 대량살인과 같이 2명 이상의 사람을 살해하거나, 유괴살인, 토막살인, 조직범죄 등 살인범 중에서도 특히나 흉악범들이다.
연쇄살인범 정두영이 2000년 4월17일 부산시 서구 서대신동 박모 씨 집에서 가정부 등 2명을 야구방망이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범행과정을 태연하게 재연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은 이들에 대한 사형집행을 상당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1년 일요신문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사형 집행 필요성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이해 9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여론조사 결과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0.2%였다.
사형 집행이 필요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9.1%였다. 10.4%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의 비중이 3배 이상 높은 양상이었다.
또한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021년 9월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천7명 중 7백79명(77.3%)이 사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남성 응답자 5백1명 중 찬성한 사람은 77.2%, 여성 응답자 5백6명 중 찬성한 사람은 77.4%로 여성의 비율이 약간 높았다. 국민들의 여론은 사형제 존치와 사형집행 실시에 대한 여론이 높지만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은 모두 이를 외면했다. 국제적 비난이 두려워서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을 비롯한 세계 33개국에서 오늘도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재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나라들은 나이지리아, 남수단, 대만, 미국, 미얀마, 바레인, 방글라데시, 베트남, 벨라루스, 보츠와나,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아프가니스탄, 예멘, 오만, 요르단, 이라크, 이란, 이집트,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카타르, 쿠웨이트, 태국,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등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뉴욕시 브루클린 검찰청 검사출신 한인 변호사 A 씨는 “국민들은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우리식대로 사형집행하자고 말하지만 오히려 정권은 다른 나라와 인권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사형집행국들은 주권이 없어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다”며 “세계 최고의 인권국가라는 미국의 경우도 50개주 가운데 27개주가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정부 관계자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A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는 내년 총선에서 사형집행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해 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지금처럼 사형제 존치와 함께 집행 미실시는 강력범만 더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형제 반대론자였다가 몇 년 전 자신의 친척이 범죄피해로 사망한 것을 보고 사형제 찬성론자로 돌아섰다는 김모(56·서울시 관악구)씨는 “정부가 사형 집행을 안 하니까 범죄자들이 공권력을 우습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 씨는 “이번 김성태 사건 논란으로 인해 사형제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과거 정권처럼 어물쩍 넘어가려하지 말고 사형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 씨의 바람과는 달리 2023년 1월 현재 윤석열 정부 역시 과거 정권과 마찬가지로 국제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1999년 앨라배마주에서 동료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던 앨런 유진 밀러에게 2022년 9월 22일 사형이 집행됐다.
한국정부는 지난 12월 15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사형제 모라토리엄 표결에 찬성표를 행사했다. 총 1백84개국이 참여한 표결에서 한국을 비롯한 독일·프랑스 등 1백25개국이 찬성했다. 반대는 주로 사형집행국가인 미국·일본·북한 등 37개국이다. 기권은 타이·모로코 등 22개국으로 나타났다.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은 사형제도 폐지를 목표로 ▲ 사형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 사형집행의 점진적 제한 ▲ 사형 판결 범죄건수 축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엔은 2년에 한 번씩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늘 기권을 하다가 2020년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법무부는 “한국은 김대중 정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한국이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이라는 국제사회의 인식, 결의안에 대한 찬성국이 꾸준히 증가한 점을 감안해 결의안에 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사형제 모라토리엄에는 찬성했지만, 여전히 사형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법무부는 사형제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최근 “한국이 결의안에 찬성 표결을 한 것은 간접적·사실적으로 추인해 온 사형집행을 유예하는 현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인권 옹호 노력에 동참한다는 의의가 있다. 결의안 찬성으로 사형제 폐지나 형법체계 변경 등에 대한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유엔총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총회 결의는 원칙적으로 권고적 효력만 있기 때문에 한국의 사형제 폐지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렇다고 흉악범들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다는 말도 아닌 것이다. 왜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개념이나 줏대가 확고하지 못하고 늘 남의 나라 눈치나 보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형집행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확실한 입장표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뉴욕=윤병진 기자
서울=최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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