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는 왜 불친절한 종업원들이 많을까요?
이번 칼럼의 제목을 무엇으로 정할까 고민을 하다가 지난 2005년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의 제목 ‘친절한 금자 씨’(감독 박찬욱)가 떠올랐습니다. 영화 내용은 ‘친절함’과 아무런 관련없이 무서운 복수극을 그렸지만 제목 만큼은 진짜 친절하게 제 뇌리 속에 가지런히 남아 있습니다.
25년이 넘는 기자생활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수많은 사무실, 식당 등을 가봤습니다그 곳에서 일하는 친절한 사람들을 보면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고 한 번 더 해당 업소나 업체를 찾게 됩니다. 반대로 불친절한 종업원을 만나 푸대접을 받고 나면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빠 마음속으로 종업원 뿐만 아니라 업주 욕까지 하게 됩니다.
제가 가끔 찾는 뉴저지 포트리에 A 식당이 있습니다. (광고한다고 오해 할 까봐 업소 이름은 공개 못 하겠습니다) 그 곳에 가면 ‘찬이 씨’라 불리는 여종업원이 있습니다. 찬이 씨를 만나면 저는 늘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정확한 그녀의 나이를 잘 모릅니다. 30대 같기도 하고 40대 초반 같기도 합니다만 그녀의 미소는 늘 10대 소녀를 연상 짓게 합니다.
그녀는 항상 웃는 낯으로 손님을 대하고, 눈치는 어찌나 빠른지 손님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잘 챙겨줍니다. 음료수는 물론이고 어떨 때는 갓 구운 갈비를 가져다줄 때도 있어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듭니다. 식사 후에는 부탁도 안 했는데 커피까지 제공하는 센스를 발휘합니다.
그녀는 늘 손님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려 노력 합니다. 저와 함께 A 식당을 찾은 일행도 찬이 씨의 언행을 접하고 나면 늘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종업원이 저런 맛이 있어야지. 주인은 복 받았나봐”
제 남편은 찬이 씨가 쉬는 날이면 해당 식당을 찾으려 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저희는 찬이 씨로부터 친절한 서비스를 받고나면 팁도 두 배로 줍니다. 심지어 제 남편은 계산서에 팁을 적어 놓고도 그녀를 불러 현금으로 따로 팁을 주곤 합니다. 심지어 식당을 나오면서 ‘발렛 파킹맨’에게도 팁을 두둑이 줍니다.
그러면서 찬이 씨 덕분에 “돈이 아깝지 않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모두가 ‘찬이 씨 효과’ 덕분입니다. 찬이 씨의 친절은 정말 몸에 배어 있는 듯합니다. 그녀 덕분에 A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면 항상 기분이 좋습니다. 그녀를 보면서 한인사회의 모든 업소 종업원들이 찬이 씨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나 한인사회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손님을 봐도 웃지 않는 종업원들이 허다합니다. 식당뿐만 아니라 제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닥터 오피스 리셉션니스트, 휴대전화 매장 직원, 한의원 여직원, 반찬가게 아줌마, 슈퍼마켓 아저씨... 대부분이 친절과는 거리가 멉니다.
전혀 상냥하지 않은 얼굴로 손님들을 대하는 이들을 보면서 ‘혹시 내게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는 어떻게 그들이 무뚝뚝한 얼굴, 딱딱한 말씨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신문사로도 가끔 분이 안 풀린 목소리로 전화를 해 오는 독자들이 있습니다.
또한 여성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한인업주와 종업원들의 불친절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매우 높습니다.
〈“뉴저지 포트리 S보험의 한인 여직원이 정말 불친절하고 싸가지가 없어 본사에 항의했어요. 자동차 론(Loan)을 받으려다 그 여직원 때문에 다른 곳에 갔어요”
“뉴욕 베이사이드 돈가스 가게 종업원은 정말 불친절의 제왕입니다”
“베이사이드에 있는 Y 떡집도 마찬가지예요”
“그 동네 N 중국집에 한 번 갔다가 불친절해서 다시는 안 가요”
“포트리에 있는 K 치과 여직원은 건방지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어요”
“팰팍에 있는 검안과 주인과 종업원 때문에 기분이 나빠요”
“플러싱 K 자동차 정비업소 주인은 불친절의 대마왕이예요”
“팰팍 휴대전화 업소의 젊은 남자 종업원은 왜 그렇게 싸가지가 없을까요?”
“뉴욕 이삿짐센터 여직원은 처음에는 애교부리며 친절하다가 문제가 생기니까 돌변해서 소리부터 지르더군요”〉
동포들의 하소연은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런 일 당할 때마다 소비자보호국에 고발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저는 몇년 전 뉴저지에서 발생한 유디치과 사건을 보면서 무엇인가 터질 것이 터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싸가지 없고, 불친절한 종업원들을 대하면서도 별다른 말 한마디 못하던 불쌍한 한인 소비자들...
불경기 탓하며 한인경제가 엉망이라는 한인업주들은 본인 업소 직원들이 친절한지 점검부터 해보기 바랍니다. 종업원 교육에 무관심한 한인 업주들과 친절과는 거리가 먼 종업원들은 모두 ‘도덕적 범죄자들’입니다. 그들은 그저 돈벌이에만 급급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친절한 종업원의 미소는 항상 손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업주들은 직원들이 불친절하고 무뚝뚝하다고 생각하면 포트리 A 식당에 가서 찬이 씨의 친절함을 한번 경험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속된 말로 남의 주머니의 돈을 빼먹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상당수 한인업주들은 ‘하드웨어(불경기)’타령만 했지 ‘소프트웨어(종업원의 불친절)’의 문제점은 고칠 생각을 안 합니다. 저도 얼마 전 다니던 치과의 직원이 불친절해서 치과를 바꿨습니다. 아마도 해당 치과 원장은 왜 고객 한명을 놓쳤는지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불친절한 종업원들이 비즈니스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업주들이 똑바로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골프대회도 좋고, 장학행사도 좋지만 한인경제단체들이 나서서 ‘이달의 친절한 종업원 상’이라도 제정해 보면 어떨까요?
매월 또는 분기별로 한인 소비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표창을 하고 소액의 상금이라도 준 후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면 해당업주의 어깨도 으쓱거리게 만들 수 있고, 손님들은 친절한 종업원이 있는 업소를 항상 찾게 될 것이고...
직능단체장협의회 같은 단체는 매달 모여서 탁상공론(卓上空論)만 하지 말고 한인경제를 살리는데 초석(礎石)이 됐으면 합니다. 장사가 안 된다고요? 그러면 종업원의 친절부터 점검해 보세요. 한인경제 살리기는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임을 한인사회의 모든 업주와 직원들이 가슴 깊이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포트리의 찬이 씨’에게 내 나름대로 〈올해의 친절한 종업원 상〉을 수여하는 바입니다. 손님들의 기분을 좋게 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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