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고 불편한 이코노미석을
‘설국열차’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빗댄 영화 속 공간만은 아니다. 지금 지구의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 대부분은 이미 설국열차이기 때문이다. 한국 양대 항공사의 장거리 일등석을 타보면 대충 이렇다. 개당 제작 비용만 2억원이 넘는 좌석에 앉으면 샴페인과 같은 음료가 나온다. 용케 내 이름을 아는 승무원이 인사를 하며 외투를 건네받는다. 순항 고도에 진입하면 좌석 앞 테이블에 하얀 식탁보가 펼쳐진다.

그사이 이코노미석은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피폐해졌다. 좌석의 쿠션은 훨씬 더 얇아져 비행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고, 좌석 간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고유가와 비용 절감이라는 이유로 담요를 비롯한 기내서비스 물품은 모자라기 일쑤다. 특히 국내 항공사들의 이코노미석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질은 최근 10년 사이 심각하게 후퇴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기내식은 조리된 음식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공장 음식들로 점차 대체되는 추세다. 게다가 이코노미석의 기내식 신메뉴 개발은 비빔밥과 쌈밥 이후로 멈춘 것 같다. 단거리 노선은 더욱 심각하다. 이런 맥락에서 “닭장에서 사료 먹는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건 아닐 것이다. 수하물 규정도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물론 딱 한 가지 좋아진 것은 있다. 이코노미석에서 전반적으로 다 후져졌는데 ‘엔터테인먼트’ 기능만 나아진 것. 모든 건 피폐해지고 엔터테인먼트만 좋아지는 것, 그것은 진짜 설국열차의 시대 아닐까. 일반적으로 항공사들은 프리미엄 클래스를 통해 수익을 낸다지만, 반대로 이코노미석이 없다면 항공사가 유지될 수 없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불황을 더 많이 타는 프리미엄 클래스의 수익이 꽤나 저조하다는 평이다. 기업들은 출장에 비즈니스석을 주지 않고, ‘진짜 부자’들은 전용기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전세계를 통틀어 프리미엄 좌석만 운항해서 수익을 최대화해보겠다던 항공사는 예외 없이 망했다.
호사스러운 프리미엄 클래스 대신, 대부분의 승객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이동하는 걸 더 시도해보고 상상할 수는 없을까. 기업주가 이코노미를 탈 일이 없어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걸까. 분명한 건 이코노미석으로 칭찬받는 항공사가 거의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항공사에는 이 틈새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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