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저지 한인사회 인근에 카지노가 너무 많다”
맨해튼 한인타운 유명식당 업주가 도박 빚으로 식당을 타인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에서 목사·의사들도
목격 돼 … 도박 빚 때문에 '닥터
오피스' 문 닫는 경우도 있어
▲ 사례 1.
뉴욕과 뉴저지 한인타운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 온 A(여)씨는 얼마 전 가게를 노름빚으로 날렸다. 최근 A 씨가 운영했던 맨해튼 식당은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 손님이 넘쳐났던 곳. A 씨는 15년 정도 이 업소를 운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일본인 등 타민족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었다. 문제는 A 씨 주변사람들 중에 노름꾼이 많았다는 점이다.
사람 사귀기를 좋아해 주변에 남자들이 끊이질 않던 A 씨에게 노름꾼 남성들의 유혹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장사가 잘 되고 여유가 생기자 A 씨는 이들과 함께 애틀랜틱시티, 라스베이거스 등을 휘젓고 다녔다. 결국 노름으로 가게와 함께 2백만 달러의 재산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0대의 A 씨는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도 아직도 노름꾼 남성들과의 인연을 끊지 못하고 함께 카지노를 기웃거리고 있다.
▲ 사례 2.
맨해튼에서 유명식당을 운영해 온 60대의 B(여)씨는 남편과 이혼하면서 위자료 명목으로 받은 가게와 1백만 달러가 넘는 집을 30대 아들 때문에 모두 날렸다. 어머니로부터 식당 운영권을 넘겨받은 아들은 방만한 경영은 물론이고, 다른 사업투자와 함께 도박에 빠져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아들로 인해 전 재산을 날린 B 씨는 아들에게 식당 경영을 맡긴 일을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이 되고 말았다.
B 씨는 현재 뉴저지 모 타운의 단칸방에 거주하며 생계 걱정을 하고 있다.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어디 ‘캐시어(Cashier)’자리라도 없냐?”고 묻고 다니고 있다. 그를 잘 아는 50대의 김모 씨(맨해튼)는 “한 때 해당식당은 한 달에 60만 달러의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곳”이라면서 “B 씨의 처지가 너무 안됐다”고 말했다. 망하는 업소엔 이유가 있다.
장사가 안 돼서 망하는 업소도 있지만, 영업이 잘 되는 업소가 갑자기 문을 닫는 경우는 업주의 도박 때문인 경우가 적지 않다. 도박에 관심 없는 한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뉴욕, 뉴저지 한인사회 인근 한 두 시간 거리에는 합법적인 도박장이 너무 많다. 뉴욕,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코네티컷주(州) 곳곳에 20여 카지노가 진을 치고 있다.
이들 중 몇 곳은 카지노를 찾는 고객들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카지노에 가면 가수들의 공연도 볼 수 있고, 식사와 쇼핑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이 공간들은 도박장과 붙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방문객들이 노름의 유혹을 못 이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갖가지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나 마땅한 놀거리가 없는 한인들은 카지노를 즐겨 찾는다.
최근 20년간의 노름꾼 생활을 청산했다는 박모(58)씨는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이민자들은 너무 불쌍하다. 온 종일 일하고 즐길 곳이 없다. 기껏 한인들이 즐기는 일이라고는 음주, 노래방, 골프 따위가 전부이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는 더 심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크면 도박에 빠지기 쉽다. 한인들은 미국인들처럼 각종 콘서트를 찾아다니거나 뮤지컬, 오페라 등을 즐기는 문화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대부분의 한인들이 직장, 교회, 학교, 인터넷.. 그리고 또 무엇이 있나. 나도 무역회사를 하면서 돈 많이 벌었다. 그러나 이혼하고 나서 허전해서 도박에 빠져들었다. 도박은 절대 딸 수 없는 악마의 유혹이라고 생각한다. 카지노 업체들이 바보인가. 절대 노름으로 돈 딴 사람은 없다. 한인들이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냥 일 년에 몇 번 2∼3백 달러 갖고 몇 시간 ‘슬롯머신’하며 즐기다 오면 누가 뭐라 하겠나. 문제는 도가 지나쳐서 직장도 때려 치고, 재산을 날리는 한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뉴욕 일원 카지노들에는 한인과 중국인 고객들이 적지 않다. ‹사진은 본문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카지노에서 도박하다 재판에
변론 하러 못 간 변호사도 있어
한 달에 3∼4번 카지노를 찾는다는 최모(48·뉴저지)씨는 “지난 10년 동안 20만 달러를 잃은 것 같다”면서 “절대 딸 수 없는 이 일을 내가 왜 하는지 한심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골프라도 좋아하면 골프를 치러 다닐 텐데 골프, 술, 노래 등 어느 것도 관심 있는 것이 없다”면서 “유일한 낙이 주말에 카지노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혼남이라는 최 씨는 “예전 아내는 얌전하게 살림만 하다가 친구 꼬임에 빠져 언제부터인가 나 모르게 카지노를 다녔다”며 “아마 자식이 없어 정붙일 곳이 없었던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카지노에선 목사, 의사, 변호사들 같은 의외의 직업군도 목격된다. 한인 노름꾼들 사이에선 도박하다 재판에 변론하러 못 간 C 변호사 얘기는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코네티컷 모 카지노에서 만난 한 한인은 이름 밝히기를 거부하며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나도 한 때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사람이었다. 나름대로 사명감이 있어 개척교회들을 열심히 다녔다.
그런데 하루는 담임목사 책상에서 못 볼 것을 봤다. 카지노에서 교회로 보낸 온 빚 독촉장이었다. 몇 달 지나니까 민사소송 서류가 교회로 날라 오더라. 당시 담임목사가 카지노에 진 빚이 1만 달러가 넘었다. 빚 액수보다도 성직자가 도박을 하는 것을 보고 보통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다.
난 그 교회를 떠난 후 막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카지노에서 내가 아는 개척교회 목사들을 가끔 만난다. 얼굴이 많이 팔린 중·대형교회 목사들은 카지노에 안다닌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개척교회 목사들이 불쌍할 때도 있다. 한인사회에서 알만한 변호사, 의사들은 자주 만난다. 난 그들을 모르는데 친구 노름꾼들은 금방 알아보더라.
여자변호사 P 씨, 남자변호사 J 씨가 이 쪽에선 유명인물이다. 도박 끊고 열심히 교회다니는 변호사들도 몇 명 알고 있다. 변호사가 며칠 씩 연락이 안 되거나, 약속을 자주 어기는 경우, 법원에 출두 안하면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한다. 내가 도박꾼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도박중독에는 남녀노소와 빈부가 없다는 사실이다”
30년 넘게 의사생활을 하며 장만한 건물 두 채를 도박으로 모두 날리고 지금은 친구가 경영하는 의원에서 ‘페이 닥터(봉직의)’를 하는 한인도 있다. 문제의 의사 D 씨는 “모든 재산을 잃고 한 때는 죽을 생각도 했었다”면서 “도박을 하러다니면서 만난 한인들 중에는 내가 아는 의사들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D 씨는 “스트레스를 풀러 갔던 애틀랜틱시티 카지노가 화근 이었다”면서 “한인언론에서 잘 안 다뤄서 그렇지 한인사회의 도박문제가 생각이상으로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번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인 도박자들은 직업도 다양했다.
자동차 정비소를 도박으로 날린 50대의 F 씨는 지금은 도박을 끊었지만,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얼마 전 한국으로 영구귀국 했다.
일주일에 두 번 씩 카지노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30대 미혼여성 E 씨도 만날 수 있었다.
“도박을 해보니 사람들이 신앙에 매달리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나처럼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거나 스포츠나 음주가무를 안 즐기는 사람들은 마땅히 할 것이 없어요. 그렇다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동호모임도 별로 관심이 없고... 카지노에 가면 재미있잖아요. 볼거리, 먹을거리도 많고.. 주중에도 새벽 한 두시까지 도박하고, 아침 9시까지 출근한 적도 많아요. 한인사회에서는 특별히 할 것이 없어요. 요즘엔 교회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어디 소속돼 있다는 소속감이 좋은 것 같아요. 언젠가는 이 짓도 그만둬야죠. 교회들이 우리 같은 사람들 위해서 맞춤형 전도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카지노에서 제공하는 무료 버스를 타고 카지노로 향하는 한인과 중국인들.
캘리포니아 산호세 임마누엘장로교회 교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단도박 모임 ‘사랑방’에는 매주 목요일 10∼20여명의 도박중독자들이 모여 식사, 예배, 찬양, 성경공부, 친교 등을 통해 어두웠던 지난날을 회개하고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뉴욕, 뉴저지 한인사회에서도 이 같은 교회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인교회들, 타민족
선교도 중요하지만•••
한인사회에는 도박자들만을 위한 별다른 전문기관이 없는 것도 문제 점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단도박 모임이 활성화 돼 있는 것도 아니다. 종교기관들도 이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오로지 포교, 전도 등 교인 늘리기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러는 사이 뉴욕, 뉴저지 한인사회 인근에 있는 카지노들은 열심히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그들은 한인신문에 광고까지 내고 있다.
전직 언론사 기자 정모 씨는 “한인언론들이 카지노로부터 비싼 광고를 받는데 카지노의 문제점을 보도하겠느냐”고 반문한 후 “아마 언론만 정신 차리고 제대로 보도하면 한인 도박자들이 50%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도박 중독자 감소를 위해선 한인언론기관, 종교기관, 각 단체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언론들이 한국처럼 강원랜드 도박자들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보도해 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오늘도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는 한인들을 카지노에 가면 많이 만날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체감으로 느끼는 도박자들이 한인사회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인사회 주변에 카지노 수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 중에는 한인과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부분도 크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도박 때문에 전 재산을 날렸다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이유는 한인사회의 무관심 때문도 한 몫을 한다.
소외된 한인들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한 이병준 목사(평신도협의회 고문).
대뉴욕지구기독교평신도협의회(회장 임종규)에서 고문직을 맡고 있는 이병준 목사(전 뉴저지한인교협회장)는 “교회들이 단기선교, 할렘선교, 무슬림선교도 중요하지만 우리 이웃의 한인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먼저 중대형교회들이 외로운 한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좋겠다”면서 “현재 많은 교회들은 너무 가족과 2세 교육, 타민족 선교 위주로 프로그램이 짜여 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목사는 “한인단체들도 전직 ‘갬블러(Gambler)’를 초빙해 강연을 하는 등 자신들의 단(斷)도박 사례를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야 한다”며 “한인사회가 이렇게 카지노들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 될 수만은 없다”고 역설했다.
임은주·안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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