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관계자 “윤 대통령, 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의료개혁‧문재인 수사 강행 할 것. 지금 엄청나게 인내하며 선거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어”
“윤 대통령, 레이건 美 대통령의 항공관제사 파업과 대처 英 수상의 광산노조 파업사태 때처럼 의사들 불법행동에 단호히 맞설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 앞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창밖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섬세하면서도 원칙주의자이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투박하면서 원칙주의자이다. 원칙주의자란 법치주의자란 말과 일맥상통한다. 두 사람은 평생 법을 공부하고 법 규정 안에서 인생을 살았다.
그들과 친분 있는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원칙에 관해서는 두 사람 모두 황소고집이다. 하지만 4.10 총선을 치르는 동안 윤 대통령은 많은 것을 한 위원장에게 양보했다. 한 위원장이 원하면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원칙을 고수하다가도 결국에는 한 위원장 말을 들어줬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경율 비대위원의 김건희 여사를 가리킨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 발언에 격노하고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 위원의 해임을 요구하며 한 위원장과 날을 세웠다.
하지만 결국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을 감싸 안으며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여사의 명품 파우치 사건을 해명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후에도 한 위원장은 ‘정보사 발언’의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출국금지’와 관련한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들이 억울하다”며 불같이 화를 내고 “해임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섰지만 결국은 한 위원장의 말을 들어줬다. 또한 의대생 2천명 증원과 관련해서도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각을 세웠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의사들과의 대화를 촉구하며 유연한 태도를 요구했다.
이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뚝심맨’ 윤 대통령은 의료현장을 방문하고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대통령실은 “2천명이란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 의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겠다”고 나섰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요청을 모두 들어주는 것은 두 사람간의 ‘브로맨스’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4.10 총선의 승리를 위함이었다. 이 장면은 지난 대선 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당시)가 몽니를 부리면서 자주 사라지고, 내부총질 발언을 해도 끝까지 이 대표를 포용하는 모습과 오버랩(Overlap) 되는 부분이다.
결국 윤석열 후보(당시)의 인내와 포용 덕분에 그와 국민의힘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 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과거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전직 검사장 A 씨는 “윤석열이란 사람은 인내와 포용으로 한 평생을 살아 온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그는 목적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참고 또 참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A 씨는 “이는 한동훈이 윤석열에게 매력을 느끼는 점이며 그가 이번 선거전에서 이 악물고 고군분투하는 것은 윤석열의 뚝심을 많이 배웠기 때문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야당이나 의료계가 윤석열이란 사람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야당은 윤석열을 무능하고, 무식하다는 프레임을 씌우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그는 한 마디로 ‘곰’ 같은 ‘여우’이다.
내가 장담컨대 총선이 끝나면 윤석열이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은 결국 윤석열 뜻대로 될 것이다. 지금 윤석열이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치 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B 의원 역시 A 씨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B 의원은 “선거에 이기든 지든 윤 대통령은 지금 총선 이후를 벼르고 있다”며 “그 때도 의사들이 지금과 같은 불법행위를 자행 할 때는 법치주의에 입각한 원칙대로 행동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자주 소통하고 있다는 B 의원은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이 반드시 시행 할 것은 중단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수사와 의료개혁”이라면서 “앞으로 남은 임기 3년 동안 그는 ‘법대로’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B 의원은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국민의힘이 총선에 진다고 해서 윤석열이 '식물대통령'으로 전락 할 것 같으냐”고 반문한 후 “과거 사례를 놓고 봤을 때 여소야대가 됐다고 해서 대통령의 권한이 축소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과거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항공관제사 파업과 대처 영국 수상의 광산노조 파업을 연구하며 의사들의 불법 행위에 대처 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불통(不通)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 매일 아침 기자들과 ‘도어 스테핑(Door Stepping)’을 하는 등 국민들과의 소통에 주력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2022년 11월, MBC 기자의 ‘난동’ 이후 도어 스테핑은 1년 5개월째 중단된 상태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만남을 기피하고 연두 기자회견까지도 실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조선일보, KBS 등의 특정언론들과의 대담(對談)은 간간이 진행 할 뿐이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행위는 국민들 입장에서 ‘불통 대통령’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으며 야당에게 좋은 먹이 감이 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 C 씨는 “총선이후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은 퇴임 때까지 불통 대통령으로 각인 될 수도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지금 일을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와 소통이 부족해 야당의 공격거리를 제공하는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C 씨는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처럼 기자들과 만나 거침없는 의견개진을 할 필요가 있으며, 오히려 기자들을 자주 만나는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대화를 줄 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C 씨는 “아마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은 별다른 부담 없이 국정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겠지만 설사 진다고 해도 의료개혁이나 문재인 수사를 중단 할 사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통령실과 여권은 총선 이후 의료개혁, 문재인 수사 개시와 함께 사형 재집행 부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외국인(특히 중국인) 영주권자에 대한 지방선거 투표권 박탈 방침을 적극 추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후 "잊혀지고 싶다"고 했던 문재인은 4.10총선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는 총선이후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비, 바람막이를 해 줄 자기 사람을 국회에 심어놓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 중앙일간지 논설위원 D 씨는 “요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총선에 적극 개입하고 나서는 것은 총선 이후 자신에 대한 수사가 재개 될 것을 알기 때문”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회에 자신의 바람막이가 돼 줄 의원을 꽂아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D 씨는 “총선 이후 시간상의 문제가 있겠지만 이재명, 조국 대표는 거의 100% 감옥에 갈 수 밖에 없다”며 “문재인 역시 지금 자신에게 겨눠 진 검찰의 칼날이 ▲ 울산시장 선거 하명사건 ▲ 해수부 공무원 허위 월북 사건 ▲ 통계조작 사건 ▲ 탈북어민 강제 북송사건 ▲ 탈원전 정책 ▲ 공금으로 김정숙 여사 옷 구입 의혹 ▲ 퇴임 당시 청와대 물품 절도사건 ▲ 대통령 재임 시절 인도, 이집트, 캄보디아, 노르웨이 관광 목적 방문 의혹 등 수두룩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D 씨는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이재명에 대한 구속이 대선 때까지 늦어지고 총선 이후 문재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별다른 진척이 없으면 보수층은 틀림없이 윤석열 정권에 대해 등을 돌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의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고 본다. 4.10총선도 중요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총선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최영수 기자
한국 의사들의 불법행위에 맞서 윤 대통령이 연구한 미국 항공관제사 파업과 영국 탄광노조 파업 사태는 무엇?
■ 불편 감수 미국 국민들의 성숙함
1981년 8월 3일, 미국 전역의 항공관제사들 1만3천여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항공관제사들의 요구는 임금 인상과 작업 시간 단축이었다. 이들의 파업으로 인하여 미국 전역에서 7천여 편의 항공편이 결항했다. 레이건(Ronald Reagan) 미국 대통령(40대)은 이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레이건은 즉각 이들의 파업이 “불법”이라고 단정하면서 48시간 이내에 파업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항공관제사들이 직장 복귀 명령을 시한 내에 수용하지 않자, 레이건 대통령은 8월 5일 〈대통령행정명령〉을 통해 직장에 복귀하지 않은 1만1천5백39명의 항공관제사 전원을 해고했다.
지난 1981년 8월 3일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항공관제사들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때 해고된 항공관제사들은 그 이후에도 다시는 재고용하지 못하도록 〈 연방항공국〉에 지시했다. 〈연방노동청>은 이해 10월 22일 항공관제사 파업을 주도한 〈연방직업항공사조합〉 (PATCO) 설립 허가를 취소해 버렸다.
항공관제사들의 파업에 대한 레이건의 이 같은 강력한 대처는 “항공관제사들은 군인들이나 소방관들처럼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지급받는 공복이기 때문에 파업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항공관제사들이 파업을 행동으로 옮기자 레이건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들의 파업이 “합법적인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불법적인 것”이라는 대답을 듣자, 그는 “불법을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냐”면서 “그들이 만약 파업을 시작한다면 파업을 끝낸 뒤에는 복귀할 직장이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경고했다.
노조의 불법 행동에 대한 레이건 대통령의 이 같은 단호한 대처에 대해 대다수의 미국민들은 일시적인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찬동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이 같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엎고 〈연방항공국(FAA)〉을 중심으로 감독관들과 파업 불참 관제사들 및 지원 나온 군 관제사들이 불철주야 수고한 결과 단시일 내에 파업으로 인한 차질의 80%를 만회했다.
〈FAA〉는 불과 수년 안에 1981년 수준 이상의 항공관제사들을 신규 채용하고 훈련해 냄으로써 파업으로 인한 상처를 “죽 떠먹은 자리”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 대처도 레이건처럼 단호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84년 영국에서는 연간 3억4천만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연간 석탄 생산량 중 4백만 톤을 감산하려는 대처(Margaret Thatcher) 수상의 보수당 정권이 이에 저항하는 〈광산노조〉의 파업으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하고 있었다.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은 1년 넘게 진행된 광산 노조의 파업을 강경대응해 마침내 승리를 쟁취했다.
그러나 '철의 여인(Iron Lady)' 대처 수상은 노조와의 타협을 거부하면서 정부의 시책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이로 인하여 대처 정권의 경찰력과 탄광노조 사이에는 때때로 폭력이 수반되는 충돌이 1년 동안 지속됐다.
가장 대표적 충돌은 1984년 6월 18일 남부 요크셔(Yorkshire)의 '오그리브(Orgreave)' 강철공장내 코크스탄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1만여명의 광부들과 5천여명의 경찰관이 충돌, 51명의 광부와 72명의 경찰관이 부상을 입고 수십명의 광부가 체포됐다. “경찰관에 의한 증거 조작”이라는 부산물도 등장했다.
그러나 대처가 강경 일변도의 대처를 고수하는 가운데 〈민주광부노조〉 등 대안(代案) 노조들이 등장, 〈광산노조〉의 힘이 약화됐고 더불어 많은 광부들의 독자적 직장 복귀가 진행됐다.
그 결과 1985년 6월 대다수의 나머지 파업 광부들도 악대를 앞세우고 다양한 깃발을 든 시민들과 행렬을 이루어 탄광으로 복귀함으로써, 이들의 유혈적 파업은 싱거운 피나레의 막을 내렸다.
■ 끝까지 버틴 대처가 옳았다
이 파업은 아무런 합의도 없는 〈광산노조〉의 일방적 패배였다. 대처는 어떠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대처의 보수당 정부는 20세기에 들어 어느 정권도 이룩하지 못한 3기 연임에 성공, 11년 동안 정권을 유지하는 신화(神話)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때 광산노조 파업 실패 이후 영국 경제는 호황(好況)을 구가했다.
그 여파로 영국의 노조와 광산업은 퇴조기(退潮期)로 급속하게 이행했다. 그 결과 한때 영국 전체 노동자의 40%에 이르렀던 〈광산노조〉 조합원의 수자는 20%로 급감했으며, 그 뒤로 더욱 줄어들고 있다. 1994년 영국의 광산업은 드디어 민영화됐다. 이때까지 영국이 보유하고 있던 15개의 탄갱(炭坑)은 2013년 대처가 타계했을 때 3개가 살아남아 있었다.